릴레이복지사81_윤대중 이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 중 한 가지는 바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나눔을 통해 상대에게 도움을 주고, 나의 성장을 돕는 것. 부모가 이웃을 돕고 나누면 자식들은 알아서 부모의 좋은 점을 배우고 실천한다. 어렸을 적 축적된 ‘나눔 의식’은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밑바탕이 된다.  

윤 사무국장의 학창시절, 그의 어머니는 집보다 동네 복지관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머니는 집 근처 복지관에서 재가 노인 가정 봉사활동을 했고, 전쟁 때 부모님을 잃은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지지하는 편이었다. 윤 사무국장 형제는 자연스럽게 자원봉사에 참여했고, 가족나들이 갈 때면 재가노인 몇 분을 모시고 갈 정도로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그의 가족에겐 익숙했다.

더 없이 훌륭한 인성교육 ‘자원봉사’
사회복지사가 되기에 적절한 베이스를 갖춘 셈이었던 윤 사무국장. 나눔이 일상이었던 가정환경, 좋은 일을 한다는 긍정적 인식이 더해져 그는 사회복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윤 사무국장의 어머니에서부터 시작된 나눔은 그의 딸들에게 대물림되었다. 두 딸은 인터넷으로 자원봉사 활동 할 곳을 찾아 무의탁 노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자원봉사시간을 채우고 확인서를 받기 위해 지역복지관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우러나와 아이들 스스로 움직였다. 
윤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봉사 활동할 곳이 마땅찮은데 우리 아이들은 지역복지관 사회복지사가 연락을 해온다”고 말했다. 작년 여름방학에는 윤 사무국장이 소속된 이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하는 재가장애인 가족 캠프에 두 딸이 참여하기도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자원봉사 경험이 많았던 딸들은 다른 아이들을 이끄는 역할을 하면서 리더십을 기르는 계기가 되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을 통해 ‘자부심’도 가지게 되었다.
이렇듯 아동청소년기에 자원봉사를 해 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차이가 크다.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나면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보여요.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바로바로 나타나거든요.”

수급권자 없는 사회를 꿈꾸다
이천시장애인복지관에서는 방학 때 청소년자원봉사학교 ‘아낌없이주는나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나 문서정리 등 단순히 시간 때우기 용 봉사활동이 아니라 ‘아이들의 진심이 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머릿속에만 있던 자원봉사를 직접 대상자를 만나고 겪으면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다. 이웃의 어려움을 직접 바라보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행동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은 서서히 움직였다.  
 “‘아낌없이주는나무’라는 이름 속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줘야 한다, 맘껏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아낌없이 주자는 뜻과, 아이들이 대상자에게 아낌없이 줘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기본교육을 받은 후 직접 재가노인을 방문하여 가사 돕기, 밑반찬 배달하며 말벗해드리기, 장애아동 학습지도, 장애아동 여름학교에 참여하기 등 재가노인과 장애인들과 직접 만나며 교류하는 자원봉사를 했다.
“봉사활동 4시간만 채우러 온 친구가 그 다음날에 또 오고 싶었다면서 복지관에 왔더라고요. 그 친구도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게 많았던 거죠.”
그 동안 집에서 부모님이 주신 사랑만 받고 지내던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동기를 제공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나도 할 일이 있고 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싹 튼 것이다.

“그 어떤 인성, 도덕, 예절 교육 보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도와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올바른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청소년자원봉사활동이 복지관에서 사활을 걸어야 할 만큼의 중요도와 성과를 끌어내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윤 사무국장과 복지관 직원들은 10년~20년을 내다봤을 때 가장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낼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이러한 믿음은 학생들의 참여율로 나타났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1기 때 60여명 모집된 아이들이 3기에 이르자 200여명을 넘어섰다. 윤 사무국장은 우스갯소리로 “이젠 복지관을 너무 자주 오는 친구들은 단속해야할 정도”라고 말했다.
타 복지관에서는 장애아동 자원봉사자를 대학생으로 대체하는 편이지만 이천장애인복지관은 고등학생 여덟 명이 토요일에 고정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나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실천하며 살아갈 것이다. 굳이 장애인식캠페인을 통해 교육 받지 않아도 어렸을 때 자원 봉사한 경험으로 장애인들을,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그들을 배려할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복지사회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윤 사무국장은 모두가 바라는 복지사회를 단지 꿈으로 바라보기만 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나눔의 씨앗을 심어준다. 씨앗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나중에 단단한 열매를 맺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희망이다.
“제 꿈은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는 겁니다. 지역 사회 내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베풀고 사회에 잘 분배해서 ‘수급권자 없는 사회’가 되는 거에요.”

글·사진/ 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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