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어려운 어르신과 이웃들에게 무료 급식을 꾸준히 하며 나눔을 펼치고 있는 부부가 있다. 바로 경기도 안산시 본오1동 소재의 ‘행복나눔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석권(55)·신정옥(55) 부부. 올해로 10년 째 되었다는 이들은 서로 나누는 세상이야 말로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하며 꾸준히 나눔 바이러스 활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어려움 딛고 개소한 무료급식소
이석권 씨는 무료급식소를 하기 전, 어려운 사연이 있었다. 20년 전인 1998년 7년간 경기도의 고속도로·지하철 건설현장을 떠돌며 막노동을 했다. 당시 거창건업이라는 꽤 튼실한 건설 회사를 운영하며 유리공장 사업을 시작했지만 공장 부도로 사기죄·근로기준법·향군법 등을 어긴 수배자 신세가 됐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임종도 하지 못했다. 그로인해 그는 어머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는 불효자라는 마음으로 죄인처럼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남편이 배추를 한 다발 사들고 와서 저더러 김치를 만들라고 하더군요. 무슨 이유인지 묻지 않고 그냥 김치 만들었죠. 그것이 무료급식하는데 시초가 됐어요.”
2001년 김치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눠주던 부부는 이 씨가 부인 신 씨에게 먼저 무료급식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했고 흔쾌히 신 씨는 허락을 하였다.
집 앞 공터에 먼저 천막을 치고 급식소를 시작했다. 노인들에게 매일 도시락을 100개씩 싸 직접 배달해줬다. 하지만 이내 땅 주인의 반대로 곧 문을 닫았다. 한편으론 아예 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 앞에 약 13㎡(4평) 넓이 점포를 월세 30만원에 임차, 2004년 2월 정식으로 무료급식소를 다시 열었다. 그렇게 5년을 이어왔지만, 협소한 공간은 여전히 문제였다. 이 상록수역 앞에 작은 점포를 얻어 다시 문을 연 급식소는 공간이 너무 좁아 수십 명씩 한꺼번에 밀려드는 어르신들을 감당하기가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상록경찰서에서 옛 월피파출소 건물을 급식소 시설로 무상 임대해 주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장기 임대한 것은 아니지만 2004년 5월 월피동에서 ‘행복나눔무료급식소’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새롭게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자원봉사자들과 폐허가 된 파출소를 청소하고, 페인트칠하고, 간판도 새로 달았다.
처음에는 집 근처 천막치고 시작했던 무료급식이었지만, 주위의 도움과 부부의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무료급식소 다운 무료급식을 하게 된 것.
“무작정 시작하다 보니 급식소를 마련하는 것부터 고생도 참 많이 했어요. 그만둘까 유혹도 많았지만 매일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니 손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이후, ‘행복나눔무료급식소’는 더욱 주위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게 됐고, 주변에서 자전적으로 도움을 주며 함께 봉사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후원도 생기게 됐다. 부부는 곧 사는 곳인 본거지 본오 1동으로 지금의 무료급식소를 이동하게 되었다.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 씨는 매월 자신의 수입 대부분인 250만원을 들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평균 1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점심대접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야
오전 10시부터 찾아오는 어르신들을 위해 아침 일찍 5시부터 평균 100여명분의 음식을 준비한다는 이 씨 부부.

“우리가 아니더라도 이런 봉사는 누군가가 해야 하는 거잖아요. 소외계층에 있는 분들은 특히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요. 특히 지금 대다수의 어르신들은 외로움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마음’으로 밥상을 차린다는 부부는 젊은 사람들에게 조언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지금 어르신들은 젊으셨을 때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은 분들이에요. 전쟁도 겪으셨고, 힘든 세월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인생을 달려오신 분들이죠. 이런 분들을 젊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고리타분하다고만 생각 말고 ‘내 부모다’ 생각하고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주었으면 합니다.”
넉넉히 100인 분을 생각하고 밥상을 차리지만, 방문하는 손님들이 오전 일찍 찾아오기도 하고, 중간에 찾아오기도 하는 등 정확하지 않다보니 차린 반찬이 예상치 못하게 일찍 동나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오후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어쩔 수 없이 라면을 대접하기도 해요. 미안하죠. 더 푸짐한 밥상을 대접해야 하는데..”
봉사를 하면 마음이 뿌듯해져 그만둘래야 그만 둘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 부부는 어려운 시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으나 봉사를 시작하면서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반면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도 한계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난은 사실 나라도 구제 못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누구나 조금만 관심가지면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봉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행복을 부르는 밥상

부부는 노인들 외에도 찾아오는 이웃들이라면 가릴 것 없이 밥상을 차린다. 넉넉하고 따뜻한 인심이 동네 주민들에게 퍼져 주민들이 함께 동참해 손 수 설거지 등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날 월피동에서 무료 급식소를 마련했을 때 주민 2000여 명과 함께 바자회 행사도 진행하기도 해 행복나눔무료급식소 부부와 주민들은 빼놓을 수 없는 친구관계이다.
이 곳 행복나눔무료급식소에서 함께 봉사하고 이웃들과 나눔 사랑을 펼치고 간 이들은 주민포함 지금까지 수십 명.
이들 중 가장 먼저 행복나눔무료급식소를 방문해 사랑봉사를 실천했던 봉사인은 경기 안산시 검찰청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5년 동안 검찰청 직원들이 동참해서 봉사를 하고 있어요. 최초에 이재원 지청장님이 우연히 저희 무료급식소를 보시곤 방문하여 손 발 걷어 도움을 주셨죠. 방문할 때마다 20만원 씩 후원금을 주고 가기도 했어요”
이후 이재청 지청장이 그만 둔 후에도 돌아가면서 검찰청 단체 직원들이 방문해 지금까지 5년 동안 꾸준히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삼성화재 등 기업가 및 이웃 주민들이 들려 먹을거리 사들고 오기도 하고 후원금도 주는 등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고 주는 등 서로서로 돕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 너무 고마운 분들이에요.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계속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행복을 부르는 밥상을 차리는 행복나눔무료급식소이지만, 운영하는 데 매월 350만원 씩 소비되어 부부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고백했다.
요즘에는 이 씨의 일거리도 줄어든 탓에 임대비 등 공과금을 내고 나면 사실 상 푸짐한 반찬을 만드는 데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따라서 신 씨는 부업으로 챠밍댄스 수업을 학원에서 가리키며 수당을 벌고 있다. 그 와중에도 그는 복지관에도 방문해 무료로 문화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가리키고 있다. 신 씨는 힘든 현실이지만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어떻게든 살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간간히 도움도 주고 계시고 필리핀에서 살고 있는 딸이 힘들 땐 도움을 주기도 해요”
돈을 더 많이 벌어 지금보다 넓은 장소로 옮겨 다양한 반찬을 만들어 이웃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유일한 바램이라고 말하는 부부는 매일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맛있는 밥상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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