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로 장애청소년들과 비장애청소년이 함께 모여 음악으로 하나 된 특별한 합창단이 있다. 바로 성북구립시각장애인 소속 장애우청소년 합창단 ‘소리로 하나’. 일반 청소년들과 장애우청소년들이 서로 도우며 한데 어울러져 눈으로 보기 전까지 믿기 힘든 아이들의 멋진 음악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 주위에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아름다운 울림
지난달 9일, 오후 5시 서울시 성북구 동선동 소재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는 모짜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히트 뮤직송이 힘차게 울려 퍼졌다. 다름 아닌 장애우청소년합창단 ‘소리로 하나’의 단원들이 연습하는 시간이기 때문.
김영식 지휘자가 아이들 눈을 일일이 마주치며 “자, 다 같이 갈게요”라고 외치면서 연습은 시작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평소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어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 각자의 악기를 불고, 키며 어우러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곡 연습이 끝난 직후, 두 번째로 이어진 곡은 ‘마법의 성.’
아이들은 익숙한 솜씨로 멋지게 클래식한 대중 곡 ‘마법의 성’을 소화해 냈다.

마음으로 창조된 대상은 이미지로 세상에 나타나게 된다고 했던가. ‘소리로 하나’의 단원들은 그렇게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감동의 선율을 이루어 내고 있었다.
일반 아이들은 악보를 보며 연주하고 있었지만, 시각장애인 아이들은 악보를 보지 않은 채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맺고 끊음, 재연주 등 멋지게 소화해 내었다. 이런 모습에 감히 그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비록 연습곡이었지만 실전처럼 연주하여 정식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주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시각장애인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악기를 다뤘고, 보지 못하기 때문에 듣는 것으로 악보를 외우죠.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점자를 통해 악보 보는 것이 어려워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게 연습합니다.”
소리로 하나에서 올해 3월부터 지휘를 맡기 시작한 김 지휘자는 아이들에 대해 소개했다.
김 지휘자는 본래 서울그랜드 합창단에서 전문지휘자로 활동했다. 세종문화회관, 서울문화재단, 경기도 문화의 전당 등 문화소외계층들과 교류하는 무대에서 주로 활약하다 이곳 공연단과 연계하는 복지관 등을 통해 ‘소리로 하나’합창단을 알게 돼 정식 오디션을 통해 선발 되었다.
한 시간 넘게 쉬지 않고 연습하는 동안 그들은 연주에 집중했다. 시각장애 아이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옆에서 연주하는 비장애 친구들의 소리를 들으며 화음을 맞추고, 악보를 따라가며 소화하는 능력은 놀랍다. 이윽고 연습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인 간식타임. 아이들은 일제히 선생님과 함께 빵, 음료 등을 나눠 먹으며 화기 애애 담소를 나누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장애너머 음악으로 하나되다
소리로 하나에서 클라리넷을 다루는 김명회(18)군은 시각장애인이자 중복뇌병변장애인이다. 김 군은 현재 서울맹학교 고3으로 밴드부에서 합주부로 소속되어 있기도 하다. 명회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클라리넷을 다뤄 실력파로 통한다.
“클라리넷 좋아해요. 선생님이 좋아요. 음악하고 있으면 재밌어요.”짧은 말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 특징인 명회는 항상 연습에 열중한다.
명회와 2년 동안 함께하며 클라리넷을 가리켜온 유성재(40) 지도선생님은 명회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그런 감성을 잘 이끌어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회는 굉장히 암기력이 높아요. 때문에 웬만한 음악 악보는 거의 머릿속에 있다고 보심 되요.”
유 선생님은 가리킨다는 개념보다는 커뮤니케이션으로 함께 한다고 했다. 명회가 아직 청소년이기에 음악적으로 성숙해지는 기량은 풍부해 음악적으로 보호해주고 함께 활동해주는 등 협동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보살피고 있다.
또 다른 단원 학생인 시각장애인 김민태(14) 군은 바이올린을 담당하고 있는데, 7살 때부터 다뤄 소리로 하나에서 베테랑 실력파로 통한다.
“엄마가 어릴 때 한 번 해보라고 해서 그냥 배워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앞으로 꿈이 바이올린리스트가 아닌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라는 말한 민태는 공연 경험이 많아 이제는 긴장감 없이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바이올린도 좋아해요. 그래서 계속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을때까지 하고 싶어요.”
민태를 2년 동안 옆에서 지도한 김애리(29) 선생님은 민태가 평소엔 장난꾸러기이지만 바이올린을 킬 때만큼은 딴 사람이 된다고 자랑했다.
“민태는 습득력이 빠른 편이에요. 욕심도 많아서 다른 아이들 보다 두 배로 연습하고 노력하죠. 그런 모습이 보기 좋은 것 같아요.”
비장애청소년 이소은(14) 양은 민태와 같이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소은이는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하면서 서로 도와주고 친해지면서 멋진 화합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무척 마음이 좋았어요”라고 말하며 웃음지었다.
소리로 하나 아이들은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김영식 지휘자, 지도자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무대 위에서도, 무대 아래에서도, 아이들과 하나 되어 그들만의 ‘주인공’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진정한 통합 한마당을 이루다
‘소리로 하나’는 2009년 7월 구립 장애인 예술단체로는 서울에서 처음 출범, 시각장애청소년과 비장애청소년들이 함께 참여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성북구립 장애청소년합주단 소속으로 시각장애와 비장애 청소년의 예술적 기량증진과 재능계발,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에 이바지하자는 취지로 구성되었다.
소리로 하나의 총 인원은 20명이며, 그 중 시각장애청소년 10명, 비장애청소년 6명 등이 활동하고 있다. 매 연 1회 정기연주회, 주 1회 정기연습, 찬조 공연 등에 참여한다.
또 악기교육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플롯 등 당원들의 예술적 기량을 위해 전문 강사의 개별 지도로 병행되며 매월 소정의 학습지원비도 지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음악점자교육 진행, 주 1회(월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전문지휘자 지도 아래 클래식, 팝,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편곡하여 전체정기연습을 하고 있으며, 단원들의 사회적응 및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연 1회 집중적인 연주연습 및 역량 강화 훈련을 시도하고 있는 음악캠프도 실시하고 있다.
합주단을 지도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배진희 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함께 모여 연주를 한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단원들의 학부모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뜨거운 관심 속에 큰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고 전했다.
소리로 하나는 창단된 이래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공연에 참여하였다. 2009년 5월 국악연주회 찬조공연을 시작으로 같은해 10월 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 공연, 2010년 4월 장애인인식개선 한마당 최우수상 수상, 6월 전국장애청소년 예술제 장려상 수상, 10월 구민과 함께하는 가을음악회 참여, 국제장애어린이축제 콘서트, KBS 1TV 사랑의 가족 합주단 공연, 수요기획 ‘행복한 유산, 당신의 1%’합주단 활동, 2011년 2월 성북구청?성북교육지원청 MOU 체결식 찬조공연, 6월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 참여 연주회 실시, 7월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 생방송 출연 등 다수의 공연에 참여해 장애청소년 합주단으로써 최고의 실력을 뽐내 세상에 널리 알렸다. 앞으로 올해 가을에 있을 정기연주회에서는 ‘장난감 교항곡’을 선정해 화합을 이루는 통합의 한마당을 이룰 계획이다.
김 지휘자는 끝으로 바램에 대해 “부모된 마음으로, 가족 된 마음으로 사랑아래 따뜻한 관심으로 아이들을 봐줬으면 좋겠다”며 “지속적인 후원을 해줘 소리로 하나가 더 크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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