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Ⅲ _ 박흥식 사회복지법인 남산원 원장

남산이 아늑하게 감싸 안고 있어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남산원’. 그곳에는 52명 아이들의 아빠가 있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가족으로 맞아 준 세상에 하나뿐인 아빠. 사회복지법인 남산원 박흥식 원장의 남산골 아이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지난 4월 1일은 남산원 개원 6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오랫동안 아동복지를 위해 애 써온 박흥식 남산원 원장은 “아이들이 잘 커줘서 보람을 느끼고,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원장의 할머니인 최기석 원장은 동대문에서 포목상을 운영하다 길거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고아들을 위해 1952년 남산원의 효시인 군경유자녀원을 설립했다. 남산원에서 보육교사로 활동하던 박 원장의 어머니는 2대 원장이 되었다. 박 원장은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30년 이상 남산원에서 일해 왔다.
“형들이랑 남산원에서 같이 자고 생활했죠. 주말 아침이면 형들하고 같이 조회도 서 봤고요. 이 때문에 잠을 못잔 적도 있었고요.”
최 원장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예절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러한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박 원장도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중점을 두고 지도한다.

사회·자립생활의 기본 ‘예절교육’
남산원은 연고자가 없는 요보호 아동이나 교육조건이 불우한 아동들을 보호, 양육하여 아이들에게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고 있다. 박 원장은 가정교육이 곧 인성교육이란 생각에 아이들에게 인사의 중요성과 제사 지내는 법, 절하는 법 등 기본적인 예절을 가르친다. 아동들은 생활 속에서 인사를 생활화하고 있으며 하교 후 귀가가 늦을 경우에는 바로 남산원으로 연락을 취하곤 한다. 몸에 밴 예의와 예절은 아이들의 탈선을 막는 방편이 되었다.
일정 나이가 되면 아동들은 남산원을 퇴소해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박 원장이 예의와 인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아이들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안정적으로 일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예절이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아동들이 자립하여 사회의 한구성원으로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남산원에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성을 키울 수 있도록 보살피고 있다.
작년 가을 남산원에서는 청소년 직업진로교육을 실시했다. 사단법인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의 지원으로 정년퇴직 교사, 직업군인 및 전문직 종사자들과 중학생~대학생으로 구성된 남산원 아이들이 1:1 멘토링을 맺었다. 아이들은 두 달 간 영등포에서 교육을 받은 뒤 본인들의 희망 직종 멘토와 직업 체험 및 상담을 했다. 멘토링이 끝난 후 몇몇의 아이들은 직업군인, 조리분야, 미용분야로 나누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남산원에서는 정해진 주택 공간에서 자립체험을 할 수 있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

아동의 정서적 결핍 치유 총력
해외로 입양되어 가는 아동들은 남산원 초창기 때만 있었을 뿐이었고 현재는 전체 아동의 90%가 부모가 생존해 있다. 그러나 남산원을 찾아오거나 아이의 안부를 묻는 부모는 적다. 아동들이 입소하게 된 대부분의 경우는 경제적 빈곤에 의한 가족 해체가 원인이다. 가족과의 단절, 정서적 결핍을 겪은 아이들은 무엇보다 정서의 안정과 휴식 그리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치료 과정이 필요하다.
아동들의 정서적 결핍감을 채워주고 치유해주기 위해 남산원에서는 정서치료프로그램을 특히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음악, 독서, 미술, 성교육, 안전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은 중구정신보건센터를 통해 치료프로그램을 연계하고, 서울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와 연계하여 직업·지능·심리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봄만 되면 매일 일한다는 박 원장은 요즘 봉사자들 틈에서 시멘트를 바르고 페인트 칠 하느라 분주하다. 남산원과 정식으로 결연을 맺고 있는 기업 및 단체는 열 곳 정도이며 오랜 기간 정기적으로 남산원을 찾는 개인 봉사자들도 여럿 된다. 미군인 바비 같은 경우에는 ‘남산원 홍보대사’라고 할 만큼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소식지를 나눠주며 적극적으로 남산원을 알리고 있다. 그는 작년 바자회 때 군인가정 60여 명을 초대했고, 이들에게서 아기 용품들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밖에 남산원 뒷동산 펜스 공사를 지원해 준 유니온시티 장세욱 사장, 에어컨, 가스건조기, 세탁기 등을 지원해 준 이진경 후원자 등 남산원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웃들이 많다.
남산원의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따뜻한 이웃들이 있고, 자신을 아빠라 부르며 따르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한 박 원장. 그럼에도 여느 가정의 아버지처럼 아이들에 대한 걱정의 끈을 놓지 못한다. 
“아이들은 아무도 도움을 줄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하여 인정받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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