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부터 9호선(개화역~신논현역) 요금을 교통카드 기준으로 현재 1050원에서 1550원으로 5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을 기습적으로 공고한 서울메트로 9호선에 대해 서울시민과 서울시는 불만을 제기하며 관계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9호선 요금인상 논란의 중심에 대해 알아봤다.

메트로9호선 ‘서울시’ 왜 달았나?
“집이 노들역 근처고, 회사가 신논현역 부근에 위치해 있어 항상 9호선을 이용하는데, 9호선이 요금인상이다 뭐다 하면서 날뛰니 심히 불쾌합니다. 9호선은 많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했던 지하철이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강남역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급행열차가 있어 매우 편리하기도 했지요. 중요한 수단이어야 하는 9호선이 이렇듯 시민의 뒤통수를 치니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동작구 본동 소재에 살고 있는 시민 유영주(31) 씨는 현재 메트로9호선 요금인상에 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대의견을 말했다.
이처럼 시민들은 메트로9호선 운임인상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호선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하철을 추진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맥코리한국인프라가 대주주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의 소유 아래 있는 것.
여의도에 있는 한 시민은 “이것은 마치 서울경찰청 1구역라고 회사 이름을 정한 다음에 마치 경찰인 마냥 행사하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며 “왜 주식회사 앞에 ‘서울시’라는 명칭을 달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공공기관인 서울메트로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중간에 ‘시’하나 첨가하고서는 마치 서울메트로와 같은 회사인 것처럼 하는 행세부터 마음에 안든다”고 말했다.
메트로 9호선은 지난 4월 요금인상을 강행했다가 사장해임 등 서울시의 강경조치에 밀려 인상을 철회하였다. 그리고 지난달 9일 지하철 운임을 500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다음날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온라인과 9호선 각 역사에 붙인 공고를 통해 요금인상 방침을 보류하고 공개 사과했다. 이는 9호선 일방적 요금인상 방침에 분노했던 시민들과 원칙적으로 대응했던 서울시에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9호선이 사과 하루 만에 서울시를 상대로 ‘운임신고 반려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시민들은 “앞에서 사과하고 뒤통수를 친 격이다”라며 “9호선의 이 같은 표리부동 행태에 할 말을 잃게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9호선 하루 이용객이 17만 6000명이 탈 것으로 내다보고 건설했지만, 현재 평균 이용객은 3만 명가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9호선 사태 해결 위해 협약 수정 요청 기자회견
이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공공운수노조·연맹, 서울풀뿌리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서울지역 풀뿌리 시민단체 협의체)는 지난달 15일 메트로 강서구 방화동 소재 9호선 앞에서 메트로9호선의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고, 동시에 9호선 요금인상안 백지화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즉각 소송 철회 및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 2005년 특혜성 실시협약 전면 수정 및 특혜협약 과정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주창하고 호소하였으며, 메트로9호선(주)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9호선 요금 인상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서울시가, 메트로9호선 측과 원만한 해결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시가 시민의 이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9호선 사태의 원인 규명과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애초 방침대로 그동안 진행돼 온 요금 폭등 강행 사태에 대한 과태료 부과, 메트로9호선 사장 해임 절차 등도 그대로 진행되어야 하며, 지하철 9호선 공영화 등 제대로 된 해법도 확실히 추진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메트로9호선(주)의 일방적인 요금인상 통보부터 지금까지의 일련의 실망스러운 행태를 봤을 때, 9호선 요금 인상 사태는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주)만의 협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닐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참여연대 최인숙 간사는 “시민의 평안한 삶을 위협하는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라며 “이번 9호선 사태는 요금 인상 문제뿐만 아니라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민자 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관련해서 맥쿼리 특혜 의혹을 비롯해 국내 민자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범국민적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민자 사업 특혜 의혹 전반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고, 서울시와 관련된 민자 사업의 문제점 전반에 대해서도 철저한 재검토를 진행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아울러 9호선 사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권 임기 말에 행해지는 일방적인 KTX 민영화 강행도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 시민은 “이명박 정권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KTX의 일방적 민영화 강행에 나설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 자신이 서울시장 시절에 벌어졌던 특혜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 고통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정부 입장에서도 9호선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메트로9호선 갈등 불씨 여전해
서울시가 요금인상 협상을 하지 않을 경우 인상을 강행하겠다고 서울메트로 9호선이 지난달 16일 밝혔다. 서울메트로 9호선은 서울시가 행정소송 취하 등을 요구하며 협상을 계속 거부할 경우 인상을 강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메트로 9호선이 또다시 요금인상을 강행하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한편에서는 사과를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소송을 냈다며 사과에 진정성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진정성 있는 조치를 할 때까지 요금인상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는 9호선 지하철역에 붙인 요금 인상 고지문이 행정법을 위반한 것이라 하여 벌금 1000만원을 부과했고, 서울시지하철9호선 사장에 대한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끝까지 요금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사업권을 취소시키겠다고 압박을 주고도 있으며, 이런 모든 것이 안 되었을 때 마지막 방법으로는 지하철 9호선을 매입해버리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협약체계 합의 문제점 찾을 것
참여연대 및 시민단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엉터리성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 간에 지난 2005년 체결돼 이번 사태의 빌미가 된 부실한 실시협약이 사태를 커지게 했다는 것이다. 민간사업자에게 요금자율징수권을 부여한 조항이나 과도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규정을 합리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2009년 이후 710억원을 지급했다. 아울러 30년 동안 매출 대비 연평균 8.9% 이익률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체결하는 민자사업 수익률이 보통 5%대인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다. 이 조건 때문에 사업자는 적자를 이유로 언제든 요금을 올릴 수 있다.
당시 서울시 협상자들이 이러한 무리한 계약을 맺은 데는 특혜가 연관됐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와 9호선은 2009년 개통을 앞두고 재협상을 시작했으나 당시 상호간에 공문을 주고받으면서 2009년 협상이 2005년 협약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2005년 협약의 내용은 2009년 협상 시작과 함께 자동 종료되었다는 점이 서울시의 입장인 것.
즉 메트로9호선에 자율징수권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동일요금 적용에 따른 민간사업자 제안서라고 하는 문건에 따르면 일단 개통할 때는 다른 도시철도와 동일한 요금으로 우선 개통하고 나중에 개통 후에 12개월 동안 수요에 기초해서 요금을 재협의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 문서에 기재된 그 내용의 효력은 자율징수권 협약에 우선한다고 분명히 명시가 돼 있지만 보통 ‘신법우선의 원칙’이라는 게 있어 뒤에 합의된 내용이 앞에 사전에 합의된 것보다 우선시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계약 당시 8.9%로 정한 연평균 보장수익률이 합리적인 수자였더라도 현재 4%대 저금리 상황에서 이를 30년간 보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또한 서울시가 지급 보증하는 차입부채 이자율도 7.2~15%로 높다는 지적이 많으니 당장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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