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과 더불어 걸으며 희망을 가꾸다

“희망 주는 어릴적 꿈 이루는 과정에 있어 행복”… 꿈은 아직도 진행 중

자신도 장애인의 몸이면서 장애인을 돕는 복지사업을 하는 이가 있다. 이동한 사회복지법인 춘강 이사장이다. 이동한 이사장은 어릴적 소아마비로 인해 장애를 입은 후 각종 자격증을 따면서까지 장애를 스스로 극복하고 30여년간 장애인 복지사업을 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사업은 그의 어릴적 꿈이기도 하다. 그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동한 이사장의 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의 이런 헌신으로 6월 1일 호암재단이 수여하는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 주는 명제 풀어가다
“일생의 명제를 풀어가는 과정 중에 이런 큰 상을 받아 개인적으로는 영광이고 과분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달리라는 채찍으로 양 어깨가 무겁습니다.”
올해 제22회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하는 이동한 사회복지법인 춘강 이사장의 소감이다. 이동한 이사장의 일생의 명제는 소외된 이들과 더불어 걸으며 희망을 가꾸는 것이다. 이동한 이사장 자신도 장애인이다. 이 이사장은 2살 되던 해에 소아마비를 앓았다.
“두 다리 모두 힘이 쭉 빠져 내 힘으로 걸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힘이었습니다. 지극 적성으로 보살피던 어머니 덕분에 수술을 해서 지금은 한쪽 다리에 착용한 보조기와 오른손으로 들고 다니는 지팡이 하나로 홀로 설 수 있게 됐습니다.”
이동한 이사장은 어릴적 장애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런 상처와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어머니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장애인을 인격체로 대하지만 예전에는 장애인의 명칭은 병신이나 절름발이 등으로 통했어요. 어린 나이에 많은 상처를 입었죠. 하지만 저를 사랑으로 보듬는 어머니가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었죠.”
그는 어머니를 든든한 후원자이자 인생의 스승이라고 강조했다.
“나를 올곧게 성장하도록 견인한 것이 어머니입니다. 어머니의 사랑과 채찍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전부이기에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어요.”

육체적 불편을 열정으로 극복하다
이동한 이사장은 장애 뿐만 아니라 경제사정도 그를 힘들게 했다. 어머니가 그에게 힘이 돼준 것도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뿐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그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최초로 수도계량기와 택시미터기를 수리하는 계량기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조경 면허까지 따냈다. 각종 면허증을 딴 후부터 이동한 이사장은 수도계량기·택시미터기 교체, 공원조성 등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육체적 불편은 그에게 장애가 아니었다. 육체적 불편을 무릅쓰고 오직 열정과 노력만으로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를 찾은 그가 눈을 돌린 것은 장애인 복지사업이었다. 1987년 제주에서 처음으로 ‘춘강’이라는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고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장애인 복지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저의 어릴적 꿈은 첫 번째로 의사였습니다. 저 같은 사람을 고쳐주기 위해서 였죠. 두번째는 의사가 못됐을 경우에는 저 같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꿈을 찾은 것이죠. 저 같은 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자는 씨앗을 뿌린 것입니다.”
이동한 이사장이 복지사업 중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직업재활이었다. 춘강을 설립 후 잇따라 제주도 장애인종합복지회관과 장애인근로자센터를 설립했다.
“나중에 성공하면 꼭 나 같은 장애인들이 소외받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게 하도록 도와줘야겠다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직업재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장애인근로자센터에서는 기술교육과 함께 장애인 생산품도 만들어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장애인 직업재활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이었다. 정부에서도 장애인 직업재활은 1988년 장애인올림픽이 있은 후에 시작했다.
이후 각 기업에서도 장애인 직업재활 사업장을 만들고 장애인 재활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각 기업체에서는 춘강 장애인근로자센터를 방문해 벤치마킹을 시작하며 비로소 장애인 직업재활 표준사업장이라는 시설들이 들어선 계기가 됐다. 춘강 장애인근로자센터는 승승장구해 세탁과 피혁, 한복, 귀금속 등 10여 직종에 80여명까지 근무할 정도였다. 현재는 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장애인들에게도 최저 임금제 적용을 비롯해 4대 보험이 가입돼 제주도는 물론 전국에서 최고의 장애인 직장으로 알려질 정도다.

또 다른 꿈을 위한 열정은 진행 중
이동한 이사장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어릴적 또 다른 꿈 실현에 나섰다. 1994년 제주 최초의 장애인 재활병원인 춘강병원을 설립한 것이다.
“비록 제 자신이 고쳐주지는 못하지만 재활병원은 장애인들의 사회·경제적 재활과 함께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의 복지사업은 날로 확대해 가고 있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과 마주쳐야 했다.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고 복지관을 지을 때 주변에서는 장애인들을 이용해 돈벌이 사업을 하려 한다는 비난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활능력을 길러줘야겠다는 초심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이같은 오해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당시의 현실상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 그러나 국가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했다.
“사회적 인식 부족은 국가 책임입니다. 하지만 당시에 국가에서는 사회적 인식 해소에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았죠.”
이동한 이사장의 장애인 복지 사업은 지금도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제주시 구좌읍에 대규모 미로공원인 ‘메이즈 랜드’를 설립했다. 언뜻 듣기엔 돈벌이를 위한 관광사업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이곳에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장애인과 노인, 다문화가정 가족 등 소외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즉,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간인 것이다.
“미로공원은 장애인과 노인,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이 더불어 사는 복합군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 복합적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케 하는 교육과 철학이 녹아 있는 장소인 것입니다.”
미로공원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74% 가량의 할인혜택도 부여하고 있으며, 모든 시설은 장애인과 휠체어가 쉽게 다닐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여기에서 번 수익금은 빈민국의 장애인 복지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는 그동안 선진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은 빚은 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제는 빚을 갚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관광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정부나 사회로부터 아무런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동남아 등 후진국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펼 계획입니다.”

세계 빈민국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충언했다.
“장애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착한 마음을 갖고 성실히 노력한다면 어떤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방법을 터득한다면 주위에서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동한 이사장은 이 같은 공로로 6월 1일 호암재단이 수여하는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앞서 지난 1997년에는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수상한데 이어 2000년에는 제주시민상, 2001년에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각각 수상했다.
이동한 이사장은 호암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 3억원은 어디에다 쓸 것이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세계 빈민국 아이들을 돕는데 씨앗을 심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암재단에도 감사의 뜻을 꼭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회가 아름답고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는 이 상을 제정한 호암재단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요. 세상 사람들이 올바르게 나아가게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이동한 이사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복지사업을 꾸준히 추진한다는 각오다.
“앞으로도 나와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과 소외계층에게 희망을 주는 직업재활에 꾸준히 매진할 것이며, 직업재활을 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글/김인수 기자
사진/이완희 기자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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