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여성의 사회참여도와 삶의 질을 높이며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는 이애란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49)원장. 그는 남북한의 음식문화교류를 통해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한걸음 친숙히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남북한 간의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 숨은 일꾼을 실천하고 있는 이애란 원장을 만났다.

음식으로 하나를 이루다
“음식은 문화자원으로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와서 북한에 대한 음식을 알리고 있는 것은 한민족의 우수한 음식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서울 종로3가에서 3년째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애란 원장은 한식의 관광자원화와 한식세계화를 실현하며 남한과 북한의 국가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통일은 밥상에서부터’라는 블로거도 운영하고 있다.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와  북한 주민들이 향후에 살아갈 수 있는 먹 거리를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해서다. 그에게 있어 이 일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고, 꼭 해야 되는 일인 것이다.
이 원장은 북한이탈주민 여성 10명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정착에 도움을 주고자 직원으로 채용하여 음식을 손수 가르치고 있다. 또 ‘함께 하는 북한 전통요리강좌’를 개설하여 이북5도청,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지자체, 부녀회 등 각 단체들과의 연계 하에 북한전통음식 전수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탈북인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전문직업학교인 능라전통음식교육원을 개원했다. 교육원을 개원하면서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통일카페를 준비하며 한국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통일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 음식과 남한의 음식이 다르다고 말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전라도와 경상도의 음식 맛이 다르듯 함경도와 평안도의 지역적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모두 똑같은 우리의 음식이에요”
그는 밥상이 화해의 도구라고 했다. 가족이나 친구들 간에도 싸우더라도 한 밥상에서 같이 한 끼 먹고 나면 자연스레 화해하고 돈독해지듯이 함께 먹거리를 나누다보면 친밀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 남북한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밥상에서 친밀해지면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거예요. 함께 요리를 배우고 문화를 배우고 그러다 보면 서로 밥상문화를 통해 남북한의 문화적 거리와 편견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원장은 단순한 형식적인 통일에 대한 이념을 떠나 그런 거리를 줄이는 일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힘든 고난 속에 핀 성공담
이 원장은 1964년 능라도를 바라보는 평양에서 맏이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6·25때 월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상검증에 의해 가족과 함께 양강도 삼수군 산림지역으로 추방당했다. 인민학교를 졸업하고 5년제 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자 과학자가 되기 위해 수학공부에만 전념했다. 졸업 당시 7만 여명이 참여하는 수학경시대회에서 25위를 차지할 정도로 그는 수재 중의 수재로 통했다. 하지만 출신성분으로 기대했던 김일성대학 진학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할 수 없이 1981년 혜산고등경공업학교에 들어가 졸업한 뒤 신의주경공업대학에 편입해 1989년 졸업했다. 이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혜산시 품질감독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1997년 미국에서 소설가로 활동하던 사촌 여동생의 소설이 문제가 돼 정치범으로 몰리게 되자 그해 8월 4개월 된 아들 등 가족과 함께 압록강을 건넜다.
3개월 동안 중국과 베트남을 전전하다 한국에 도착한 그는 국내에서 화장실청소, 보험판매, 신문배달 등 밑바닥서부터 시작해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식품영양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전통조리인재과정까지 수료하였다. 이후 호텔조리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북한식 건강음식점도 경영하였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겁이 정말 많이 나서 하루하루가 걱정의 나날이었습니다. 누구한테 기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어요. 특히 금전적으로 어려웠고 때로는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특히 사람들이 북한에서 왔다고 무시하기도 했구요. 이런 편견들이 더할 수 없이 싫었습니다.”
그는 갖은 고생을 겪었지만, 열심히 살아온 결과 이러한 공로로 다양한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통일부장관상 (2008)을 비롯해 국제 소롭티미스트 ‘루비상’(앞서가는 여성상·2010), 한국여성단체협의회 ‘2010 1호 여성상’, 2010년 국제소롭티미스트 루비상, 2010년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 금상 등 다수의 경력을 차지하였다.
현재는 경인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사)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사)하나여성회 대표이사로 있다.

탈북자들의 인권 지킴이 활동가
무엇보다 이 원장은 탈북여성 1호 박사이자 2010년 힐러리 미국무장관으로부터 탈북여성들을 도운 공로로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을 받으면서 화제가 됐다. 또한 남한에서 가장 성공한 탈북인으로 꼽힌 그이지만 오히려 부끄럽고, 부족하다고 말하며 겸손을 표했다.
올해로 한국생활 15년째 째 되었지만, 여전히 북한에 대한 걱정스러움과 고향에 대한 애착은 변함이 없다.
그녀는 남한으로 넘어와 처음 겪었던 수없이 힘든 과정이 현재 주장하는 탈북인들을 위한 정책 모두가 그녀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녀는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이 북한주민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3월에는 박선영 의원과 함께 탈북강제북송반대저지 집회에 참가해 1000일 릴레이 금식투쟁을 하기도 했다.
중국대사관 맞은편에서 텐트를 치고 18일간 단식 농성을 했던 그는 탈북인들의 안타까운 현실과 현재 우리 남한 정부의 모습이 시원치 않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우려했다.
“탈북자의 강제북송은 북한이 출입국의 자유를 부정하는 데도 그 원인이 있죠. 하지만 북한은 인권 개선은 생각지 않고 중국에 국경감시 강화, 국가보위부 요원 파견 등 탈북자 색출에만 주력하면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 탈북 했던 선량한 주민들을 강제로 송환하여 야만적인 고문, 폭행 등 비인간적 처우와 정치범수용소 행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해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는 국제 인권규범에 반하는 비인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탈북인 북송 반대 운동의 숨은 주역 중 한 명으로도 활동하였다. 특히 이 원장은 지난 3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이메일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집회 현장을 방문해 달라”는 호소문을 보내고, 이틀 만에 안 원장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탈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에 일조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박수를 받았다.

함께 돕는 세상이야 말로 통일
이 원장은 북한 전통음식 외에 제과와 제빵과정 코스도 마련하고 있다.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을 수 있게 탈북인들이 제빵전문가로 되기 위한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탈북인 몇 명에게 교육을 시키고 있다. 또한 내년 4월 대전에서 열리는 국제요리올림픽에 출전시켜 제빵왕은 물론 요리왕까지 탄생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생활밀착형에 가까운 통일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요리 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1:1도 괜찮고, 북한음식과 빵에 관심 갖는 분이라면 누구나 저와 함께 음식을 통해 좀 더 친근하게 통일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도록 함께 살아가는데 문제가 되지 않도록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통일에 대해서 그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라고 인식했다. 현재 북한 정부도 곪아질 때로 곪아지고 있고 강둑이 언젠가는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북한도 이렇게 나가다가는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이 참 좋은 나라인데, 왜 북한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걱정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것이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불안 등 안 좋은 문제들을 잘 정리해서 한국이 발전되고 통일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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