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적응을 하지 못해 학교를 떠나 새로운 배움터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들이 꿈꾸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도시형 대안학교 학생과 교사, 졸업생, 학부모와 관계자, 그리고 유관기관 등 대안교육현장을 응원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서울시 도시형 대안학교 축제의 현장을 다녀왔다.

 

 

자립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과 선생님
지난 5월 3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앞마당에서는 ‘학교 바깥의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은 서울시가 주최하고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옛 서울시대안교육센터)’가 주관한 ‘천개의 별 빛나다’ 축제가 열리는 날.

축제에 참여한 이서형(28) 선생님은 ‘스스로 넷 미디어스쿨’(용산구 소재) 길잡이 교사로 저녁 7시에 펼쳐질 뮤지컬을 보여주기 위한 연습을 진행 중이었다.
이 선생님은 “대안학교 학생들은 규정된 학습 또는 일반학교 사회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이 모여 자기주도의 학습과 스스로 자기 길을 모색하며 삶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이라며 “이번 축제에서 아이들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꿈을 찾기 위한 학생들의 진정한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많은 학생들이 꿈을 찾기 위한 방황 중에 있는데, 내 삶이니까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생각보다 결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것만 꼭 인식하고 자기의 꿈을 실현하길 바란다”고 학생들에게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스스로 넷 미디어 스쿨’은 비인가형 대안학교로 정원 20명 이하인 소규모 배움터다. 16세부터 18세까지 연령대는 다양하며 1:1 심화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과정을 돕고 있으며 자기주도 형 경험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축제에 참여한 박진용(18) 학생은 오카리나 연주에 몰입하고 있었다. 저녁 7시에 펼쳐질 본 무대행사를 위해서다. 박 군은 중학교 2학년까지 일반학교를 다니다 흥미가 없어져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청소년 수련관에서 다니다가 어떤 지인의 소개로 대안학교인 꿈터학교(강동구 길동 소재)에 오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꿈터학교에서 검정고시까지 치루며 한 단계 한 단계 자신이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세상을 향해 달리는 박 학생은 앞으로 오카리나 연주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박 군은 “선생님들이 우리도 축제에 참여해 새로운 모습을 쌓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제의를 하여 참여하게 됐다”며 “오카리나를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나중에 계속 이 분야로 나가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서울시의 다양한 노력으로 현재 1000여여명의 학생들이 33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280여명의 강사, 그리고 110여명의 교사와 함께 26곳의 도시형 대안학교와 4곳의 징검다리 거점 공간 등 총30곳의 배움터에서 성장하고 있다.

살며 배우는 만 가지 상상에 초대하다
이날 축제에서는 2012년 ‘ReNewStarT(다시 새롭게 시작)’라는 주제로 네트워크 현장의 다채로운 공연들을 선보이는 문화축제 행사를 벌였다.
1부 앞마당놀이터에서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배운 것을 놀며 나누고, 시민들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별천지’가 펼쳐졌다. ‘한지공예(꿈터학교 아이들)’, ‘휴대폰고리만들기 TRIAL PAKET(비전학교)’ 등 체험 교실이 열리고 놀이터에서는 ‘단체줄넘기(공간 민들레)’, ‘골목놀이(아름다운학교)’, ‘윷놀이(꿈틀학교)’, ‘저글링(성장학교 별)’ 등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놀이들이 펼쳐졌다.

 
또한 아이들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배워가는 브라질리언 타악기 ‘페스테자 공연(하자작업장학교)’, 어쿠스틱 악기를 연주하는 ‘작은 음악회(꿈꾸는 아이들의 학교)’ 등 공연이 펼쳐져 방문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였다. ‘오늘만 쿠키 가게(은평씨앗학교)’와 ‘프리마켓’이 열리는 장터, ‘먹거리 골목’ 등도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축제 분위기를 돋워 구경꾼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특히 2부인 축제의 메인 행사로는 대안학교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공연, 방황과 절망을 딛고 일어선 학생과 교사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 함께 어울리는 체험 공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대안학교 아이들의 이야기와 희망을 담은 모습을 보여줘 학생들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중 ‘학생으로, 교사로’는 청소년들의 유쾌한 반란을 시작하며 ‘입시경쟁 교육 거부 선언’과 10대 청소년 당사자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대안학교인 ‘희망의 우리학교’를 설립한 최훈민 군의 이야기를 보여줬으며, 가출과 방황으로 몇 번이나 흔들렸지만 포기를 모르는 길잡이교사의 손에 이끌려 다시 돌아온 박진용 군, 힘든 일이 끊이질 않았던 대안학교 재학시절을 지나 길잡이교사로 돌아온 이서형 교사 등 대안교육과 학교 밖 청소년 문제의 중심에 서 있던 당사자들이 가슴 뭉클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외에도 음악과 함께한 성장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대안학교 학생들의 열정적이고 다양한 공연들도 이어졌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낮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병원을 찾던 날부터 시작된 아름다운 학교의 ‘지하철밴드’, 음악으로 친구 되고, 음악으로 소통하며, 음악으로 성장하는 성장학교 별의 치유밴드 ‘반창고’, 자유를 찾아 남으로 온 북쪽의 별 탈북청소년 교육공동체 셋넷학교를 졸업한 ‘이은조 양의 공연’, 나만의 속도로 자라는 은평 씨앗 학교의 ‘장난감 밴드’ 등이 즐겁고 유쾌한 무대를 선보였다.
김민경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운영지원팀장은 “서울시의 지원 대안학교와 관련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동안의 대안교육의 성과를 보여주는 희망의 무대이다”라며 “대안학교 학생과 현장 교사들이 직접 들려주는 경험담, 스토리텔링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한편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소외받았던 학교 밖 청소년들을 향한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안학교 학생들을 위한 지원제도 활성화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학교중단을 고민하는 청소년이 32.5%이고 서울에서만 연간 1만8578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2011년 말 현재 전국의 학교 밖 청소년은 재학생의 1.1% 규모로 7만6000여명에 이른다. 서울시는 전국 평균보다 약간 높은 1.5%, 인원으로는 1만8600명이 학교 밖 청소년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학교 밖 청소년 1만8000여명 가운데 당장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 1만2000여 명 중 지난해 15.9%에 머물렀던 지원 대상을 2014년까지 47.1% 확대하는 등 이들을 위한 종합지원대책을 최근 마련했다. 학교 부적응이나 학업중단 위기에 놓인 청소년에게 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조기발견 시스템’도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구축하였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지원도 올해 17개교에서 28개교로, 2014년까지 40개교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전국 최초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전문센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6월 출범시켰다. 현재 시립 청소년 서대문수련관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대안교육센터’를 확대 개편해 이들을 위한 전문·전담센터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자립을 꿈꾸는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 상담지원센터가 운영 중인 직업체험·자립준비 전문공간인 ‘두드림존’을 현재 1곳에서 내년까지 1곳을 추가 운영한다. ‘제2의 직업체험센터’를 신설하고 대안학교 청소년 인턴십 지원을 2014년까지 100명으로 확대해 진로설계 기회도 제공한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시민으로서 교육받고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라며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고 배움과 건전한 성장을 통해 훌륭한 시민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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