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평균 53시간 근무·실질적 급여 80만원·폭언·폭행·성희롱….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인권이 각 기관의 조사결과 수면위로 떠올랐다. 급기야는 참다못한 여성단체와 노동단체, 인권단체, 요양보호사단체들이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들고 일어났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각 지방자치단체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요양보호사 노동 인권 관련 정책 개선을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면적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개정이 없는 한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인권 개선은 요원하다.

불법과 편법, 인권유린 난무하는 요양시설
# 급여는 120만 원이에요. 휴일 수당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세금 공제하면 109만 원 정도 받아요. 경력에 상관없이 똑같아요.

# 나이트 근무한다고 더 많은 것도 없고 주간 한다고 덜 받는 것도 없고 다 똑같아요. 할증, 주일 수당도 없어요.

요양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정부에서는 치매나 중풍 등으로 일상생활이 곤란한 노인 환자가 요양보호사를 집으로 부르거나 요양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2008년 7월 시행했다.
올해로 벌써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제도를 이용하는 이들은 시행 초기인 2008년 21만4000명에서 지난해 32만5000명으로 4년새 11만명이 늘었다.
장기요양서비스에 쓰이는 돈도 같은 기간 5731억원에서 2조7714억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요양보호사다. 요양보호사들의 주 임무는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요양보호사는 2010년말 기준으로 자격취득자 98만3823명 중 23만7256명이 취업해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인권이다. 열악한 임금과 노동시간으로 안정적 일자리는 커녕 최저생계에도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가족의 가사 등 요양서비스 외 노무를 강요받는가 하면 심지어는 성희롱 피해를 입는 등 노동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

인권침해·노동법 사각지대 무방비 
전국요양보호사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 중 폭력·폭언·성희롱으로부터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시설 요양보호사의 약 81%나 됐다. 재가 요양보호사의 경우도 약 30%로 나타났다.
성희롱 가해 대상은 수급자뿐만 아니라 수급자 가족도 포함됐지만 이들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도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대상 재가 요양보호사 중 절반 이상이 손님접대(24%), 김장(23%), 농사일(14%) 등 서비스 외 노무를 강요받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시설 요양보호사는 관장(56%), 석션(51%), 드레싱(21%), 배뇨관 삽입(5%) 등 의료행위와 같은 부당업무를 하게 된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전국여성노동조합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 근무시 간호사 없이 요양보호사만 근무한 경우가 7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요양보호사는 수급자의 체위변경, 이동 보조, 목욕 등의 업무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업무와 관련된 보건 지침이나 교육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의 2010년 ‘노인요양보호사 노동권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 요양보호사 응답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약 53시간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1년 요양보호사 운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 요양보호사는 12시간 교대 또는 24시간 격일교대 등 2교대 근무형태가 41.87%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는 입소자 2.5명 당 요양보호사 1명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으나 전국여성노동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1인이 실제로 돌봐야 하는 입소자의 수는 주간에는 평균 9.7명, 야간에는 평균 16.5명으로 나타났다.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생계형 일자리조차 안되고 있었다.
재가 요양보호사의 경우 시급은 6000~7000원 선이나 상여금, 식대 등 부가급여가 없거나 시급에 포함돼 임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했다.
시설 요양보호사는 4대 보험료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월 8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어 생계형 일자리로 정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설 요양보호사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대상 기관 중 42%가 포괄임금제 적용사업장으로 확인됐다.
즉, 기본임금을 정하지 않은 채 시간 외 근로 등 법정 수당을 미리 정해진 월급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간주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형태의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재 수당, 퇴직금 없음’ 이란 문구가 포함돼 있거나 휴일근무, 가산임금에 대해 명시돼 있지 않았다.
게다가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무표상의 근로시간은 법정 근로시간을 근무시간으로 보고 나머지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본다’는 조항을 근로계약서에 포함해 실제로 12시간 근무를 하면서도 휴게(수면)시간 명목으로 4시간을 공제해 8시간만 근무한 것으로 기록해 법정 휴게시간을 악용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또한 재가 기관의 숫자는 많고 그에 비해 수급자의 수는 적어서 재가 요양보호사의 경우 구조적인 고용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었다.
2011년 5월 기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재가 장기요양기관은 약 1만9918개소로 2008년 시행 초기에 비하면 5배 증가한 수치다. 요양 3등급 수급자(2010년 기준 17만5272명)가 재가 기관을 이용한다고 보았을 때 재가 기관 1곳 당 평균 서비스 대상자는 8.8명이므로 재가 장기요양기관 지정요건 중 인력기준이 한 기관 당 요양보호사 15명인 점을 비추어 수급자가 적은 상황이다.

폭력에 상시 노출된 요양노동자들
“치매 분들은 완전히 무지해요. 그 분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면은 오히려 때리고 덤벼요. 한분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드레싱이고 뭐 하고, 치약 해야 되고 이거 전부다 일거수일투족을 다 봐야 되니까 보통 스트레스 받는 게 아니에요. 너무 벅차고. 버거워요. 이쪽에서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일을 저지르고 있으니까, 아 미치겠어요. 맨날 사건 사고에 살얼음을 걸어요.”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이 전국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9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설 요양보호사 중  70.3%가 ‘언어폭력’에, 56.16%는 ‘신체폭력’ 피해를 봤다.
재가 요양보호사의 경우에는 34.56%가 언어폭력을, 9.93%가 신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요양업무 종사기간 중 이용자나 보호자 등에게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시설 요양보호사는 26.02%였고 재가 요양보호사는 21.43%였다.

비정규직 넘치고 주휴 노동에 대한 가산수당 못 받아
“지금까지 4년 간 근무는 하고 있지만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입니다. 일 년마다 한 번 씩 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이죠. 그거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요양사들 다 재계약 써야 돼요. (계약 내용은) 안 바뀌어요. 처음 쓸 때랑 똑같이 써요.”
요양보호사 세명 중 두명은 비정규직이다. 재가 요양은 더 심하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정규직 비율은 시설 요양보호사와 재가 요양보호사가 각각 37.85%와 24.89%다.
요양보호사의 임시직 비율이 시설 요양보호사 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근로 기준법에는 노동조합비, 법령상 허가된 항목 외에는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기관에서 각종 명목으로 공제하고 있는 문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었다.
시설 요양보호사의 경우 퇴직금을 적립한다는 명목으로 28.69%,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명목으로 15.78%, 배상책임 보험료 11.68%, 이용자의 본인부담금 대신 부담도 4.57% 공제했다.
재가 요양보호사의 경우는 퇴직금을 적립한다는 명목으로 27.88%나 공제해 공제율이 가장 높았고, 배상책임 보험료 15.50% 순 이었다.
기타 사례에는 상조회비, 식대, 원우회비 명목으로 공제 당한 경우도 소수 확인됐다.
특히 시설요양보호사 세명 중 두명 이상은 주휴 노동에 대한 가산수당을 못 받는가 하면 연차수당, 주휴노동에 대한 가산 수당, 연차 휴가수당 미지급도 태반이었다.
시설 요양보호사의 69.25%와 재가 요양 보호사의 62.23%가 별도의 주휴 수당을 지급 받지 못하고 있었다.
주휴일 노동에 대한 가산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재가 요양보호사는 41.93%, 시설 요양보호사는 77.7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연월차 휴가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연차 휴가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시설 요양보호사는 73.88%, 재가 요양보호사 56.80%였다.
별도의 주휴 수당, 주휴일 근무 시 가산금, 연월차 대신 지급되는 수당 등은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법정 수당임에도 불구하고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최소 41.28%에서 최대 77.71%에 이르고 있었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요양기관에서 포괄임금제를 편법적으로 법정 제수당을 지급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실제로는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근로계약서에는 휴게시간으로 명기해 임금을 주지 않는 불법적 행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쉴 시간도, 밥 먹을 곳도 없는 요양보호사들  
요양보호사들은 고된 근무시간 도중 잠깐 쉴만한 휴게시설도 없는 형편이다. 시설 요양보호사의 경우 86.90%가 휴식시간이 따로 없었으며, 8시간당 1시간씩의 휴식시간을 보장 받는다는 경우도 1.43%에 그쳤다.
휴식 장소가 별도로 보장돼 있는 곳은 12.76%에 불과했다.  44.03%는 별도의 휴식 장소가 없어 병실과 식당 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며, 휴식장소가 없는 경우도 43.21%나 됐다.
시설 요양보호사는 6.61%만이 휴식시간에는 이용자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정적 일자리는 커녕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임금
요양보호사들의 임금은 노동조건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들의 평균 급여는 채 100만원이 안됐다.
특히 재가 요양보호사들은 더욱 심해 절반 정도가 60만원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재가 요양보호사는 85.62%가 시간급제로 급여를 받았으며 시급 평균 액수는 6561원으로 나타났다. 재가 요양보호사는 상여금, 식대, 교통비등의 별도의 부가급여 없이 급여가 계산되기 때문에 월급제에 비해 더 낮은 급여를 받게 된다.
“재가 쪽으로 지난해에 월급이 30만원 나온 달이 있어요. 환자분이 병원에 입원을 하시고 그래서.”
재가 요양보호사의 한 달 급여는 60만원 미만 급여를 받는 응답자가 40% 정도에 달했으며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재가 요양보호사는 87.46%나 됐다. 재가 요양보호사의 급여의 평균은 67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재가 요양보호사의 1 주일 평균 근로시간이 얼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12%가 20시간 이하라고 응답했으며 20시간을 초과하고 30시간 이하라고 응답한 재가 요양보호사도 18.99%에 달했다. 재가 요양보호사의 주당 근로시간의 평균은 26.54시간으로 나타나 시설 요양보호사의 50.34시간과 비교해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시설 요양보호사의 한 달 평균 노동시간 평균은 3교대 근무자가 42.7시간, 2교대근무자는 55.5시간, 24시간 교대근무자는 73.8시간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0년 6월 기준의 전체근로자의 주당 총근로시간인 43.10시간과 비교해 2교대 근무자와 24시간 종일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경우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교대 요양노동자의 경우 주 40시간 월 임금평균은 91만934원을 받고 있었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2인 가족 최저생계비 94만2197원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이다. 교대 형태는 2교대 근무가 43.06%로 가장 많았으며 3교대 근무를 한다는 응답이 32.65%, 교대 없이 매일 일한다는 응답도 10.41%였다.
상황이 이렇자 국가인권위원회는 7월 1일 보건복지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각 지방자치단체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요양보호사 노동 인권 관련 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노동인권 정책 개선 권고는 ▲요양보호사 표준 근로계약서에 기본임금,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실비변상, 휴게사항 등 명시 ▲임금 가이드 설정 ▲인력배치 기준 강구 ▲야간에도 간호 인력 배치 ▲성희롱 발생 시 제제 조치 강구 등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앞으로 권고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제도 개선에 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요양보험제도 시행 후 요양보호사 임금 14.5% 감소
노인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중 2010년도 요양보호사의 평균임금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전인 4년보다 14.5%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홍백의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국 300개 노인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종사자들의 임금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전인 2007년부터 제도 시행 이후 4년인 2010년까지 4개년도 임금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홍백의 교수에 따르면 평균임금상승률 적용임금 중 장기요양기관의 임금비율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특히 요양보호사의 임금 하락률이 높았다.
장기요양기관 전체 종사자의 평균임금은 2007년도 176만9937원에서 2010년에는 151만3284원으로 14.5% 감소했다.
평균임금상승률 적용임금을 2007년도에 100으로 봤을 때 요양보호사의 임금비율은 2008년도에 83.96으로 감소를 시작해 2009년도 80.02, 2010년도에는 74.46까지 줄어들었다.
홍백의 교수는 “임금 가이드라인과 함께 장기요양기관 종사자의 처우개선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보험료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기요양기관 전체 종사자의 평균임금은 2007년도 176만9937원에서 2010년에는 151만3284원으로 감소했다.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는 빈번한 이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3개 기관 1268명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 이직의도 실태조사 결과 2011~2012년도 평균 이직률은 41%로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관별 이직의도 수준은 규모별로는 100점 만점에 81인 이상이 49.83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51~80인 46.77점, 50인 이하 47점이었다.
이직사유로는 적은임금이 22.76%로 가장 높았으며, 근로시간과 근로환경(17.9%), 건강상문제(16.83%), 일의 장래성(11.96%) 순이었다.
이봉주 교수는 “요양보호사들은 낮은임금과 근무환경 등을 주요 이직사유로 꼽고 있다”며 “이직의 증가는 요양보호사의 전문성과 서비스 질에 영향을 끼치고, 기관에서도 비용발생 및 잔류직원의 만족도 저하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위해 임금가이드라인 제정과 적정수가 책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서부엘림노인요양원 제일요양병원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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