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이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이주민과의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51) 대표다. “이주민들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자 우리나라의 또 다른 문화”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위해 일자리도 마련해주고, 아픈 곳을 보듬어 주는 등 따뜻한 감동의 물결이 세계화로 뻗어가는 데 한 몫하고 있는 인물로 호평 받고 있다.

이주민 돕기 외길 인생
“국내 체류 외국인은 1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외국인들과의 어울림은 일상이 됐죠. 이제 우리나라는 단일민족보다는 다문화민족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외국인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김 대표는 한국 사회가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르웨이 테러나 영국의 폭동, 프랑스 이주민 폭동 등과 같은 사회 갈등이 남의 나라 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고, 거스를 수 없는 현재모습이 되었다며 세계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차별 없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생각아래 세계화 물결 속에서 이주민과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앞장서기 시작했다. 1992년부터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족, 중국동포 등 이주민들의 인권신장과 복지를 위해 현재까지 30년의 세월동안 이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1980년 대학생이던 시절, 5·18광주민주화 항쟁이 일어났다. 당시 함께 투쟁하던 친한 친구의 사망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비겁하게 죽음에 맞서지 못했다는 생각과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마음의 고통을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경기도 성남으로 이주해 도시빈민운동 활동에 참여하면서 노동자선교의 길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어려운 자들에게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빈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이 이주노동자라는 판단이 들어 그때부터 이들을 위한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 대표는 초반에는 주로 성남지역에서 빈민 활동을 했는데 팔목이 절단되어 찾아온 필리핀 이주노동자를 도와준 게 인연이 되어, 이것이 알려지면서 어려운 처지의 이주노동자들이 주변으로 점점 더 몰려들었고, 이에 따라 활동반경이 점차 확장되었다.

외국인전용의원 되다
김 대표는 2007년 제1회 “세계 한인의 날”인 10월 12일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으며, 2010년 2월 포스코 청암봉사상, 올해 5월 20일 ‘제5회 세계인의 날’ 대통령상 수상, 한국인을 빛내는 지성인 인물 3년 연속 100위권에 드는 등 소외 받는 외국인노동자 돕기 봉사 일환의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이미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외국인 이주민 돕기 ‘대부’라 불리고 있다.
그는 1994년 외국인노동자의 집과 중국동포의 집을 운영하면서 외국인들에 대한 무료 상담과 무료쉼터, 급식소를 통하여 매일 1000여명의 외국인들에게 급식을 제공하였다. 또 재외동포정책과 외국인근로자 정책에 관한 제도개선과 법률제정을 위하여 노력해 왔다.
특히 외국인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의 인권보호에 앞장서 오면서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을 차리고 힘없고 돈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을 무료로 치료해주고 있으며 외국인노동자법률제정운동, 중국과 구소련지역 동포들을 위한 재외 동포법 헌법소원 및 개정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국 조선족동포들의 체불임금과 산재보상처리 등 외국인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오면서 2003년에는 중국 조선족동포들과 함께 83일 동안이나 기독교 회관에서 점거농성을 벌여 끝내 재외동포법 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어느 추운 겨울날 버스정류장에서 추위에 떠는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을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일자리를 구해준 것이 계기가 되어 스리랑카의 코끼리 선물까지도 받게 됐다.
“스리랑카 청년 공동체가 형성돼 스리랑카 야당 국회의원을 초청해 대접했고, 그 분의 초대로 스리랑카를 방문하게 됐다가 2004년 쓰나미 참사 때 긴급의료팀과 함께 구호활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초청했던 야당 국회의원은 국무총리가 됐고 또 대통령이 됐지요. 바로 그 분이 제게 도움에 대한 감사의 댓가로 코끼리 선물을 한 것이죠.”
그 대통령은 바로 스리랑카의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선물로 준 아기 코끼리 한 쌍은 서울대공원에서 잘 자라고 있다고.
“길거리의 외국인 두 명을 안아준 것뿐인데 대통령을 만나고, 코끼리 한 쌍을 선물로 받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도움의 길에는 항상 좋은 결과와 뜻이 존재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이처럼 그의 끈질긴 집념과 돌파력으로 하여 각종 외국인관련정책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중국동포를 비롯한 외국인근로자들의 인권과 노동권보호에 온 힘을 다 하고 있다.

다문화 시대로 가기 위한 첫걸음 열어
88올림픽 맞는 날 노동자 정원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김 대표는 3D업종이라 불리는 힘겨운 일에 뛰어든 외국인노동자들이 각종 사고, 재해 등 일하다가 피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기 시작했다.
“6~7년 전 쯤이었어요. 어느 날 중국 노동자들이 벽에 스프레이로 쓴 적은 글을 보게 됐는데, ‘한국인은 싫다, 사장도 싫다’라는 메시지가 있었죠. 그리고 그 글을 남긴 중국노동자는 분신자살을 했습니다. 전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도와줘야겠다. 어떻게든 생각을 하게 됐죠.”
그는 우리나라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날아온 외국인노동자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저 절망에 가깝고, 힘든 곳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하고 싶어 이 일에 뛰어든 것이라 했다.
또한 다문화가정이 이제는 25만 명이 넘어섰고, 앞으로 다문화시대로 도래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여 앞으로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국내 최초 다문화 초등 대안학교인 ‘지구촌학교’를 서울 구로구 오류동 소재에 지난 3월 2일 설립하였다.
“경찰에게 맞아 입원한 것만 열세 번이고, 법 개정운동 하다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의 활동에 대한 것을 나라에서 인정하기 시작했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 아래 한국사회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그날까지 도움을 끝까지 줄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청원을 내 크레파스의 살색을 살구색으로 바꾸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것이 다문화 편견 없는 세상을 가기 위한 첫걸음이라 여겼다. 그리곤 다문화 아이들만을 위한 학교 설립을 시작해 힘겹지만 함께 걸어야 할 길을 본격적으로 나누기 위해 앞장섰다.
처음엔 다문화어린이집을 열고 방과후학교인 다문화지역아동센터를 세운 후, 지난해 3월 지구촌국제학교로 개교했다.
2007년 지구촌국제학교설립추진위원회를 가동하면서 학교 부지와 재원 문제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2010년 익명의 후원자가 거액을 지원해 현재의 건물과 부지를 매입했고, 포스코와 현대자동차, 대우증권 등이 후원자로 나섰다. 또 소액이지만 다수의 기부자들이 학교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가수 하춘화 씨도 적지 않은 돈을 후원해 큰 힘이 됐다.
지난해 11월 시교육청 인가를 받기도 했다. 현재 상급학교 진학이 가능한 인가 대안학교가 됐다. ‘오바마스쿨’로 불리는 지구촌학교에선 지금 다문화가정의 자녀 50명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입학금과 등록금이 없고, 스쿨버스나 급식도 무상이다. 학교통신문을 받아도 다문화 엄마는 읽을 수 없어 학습 준비물도 공짜다. 시교육청과 지난 2월 위탁 대안학교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자녀와 중도 입국 자녀 40명을 위탁교육하고 있다.

지구촌은 한 가족
김 대표는 앞으로 지구촌 다문화학교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대안학교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다문화학교로서 꾸준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최저 출산국으로, 향후 노동력과 인구 부족에 시달릴 것입니다. 외국인 체류와 국제결혼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다문화가정 자녀를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렸다고 볼 수 있죠.”
세계화 시대 다중언어 전문가를 길러내는 게 목표인 김 대표는 스리랑카 북서부 지역에 공장 및 도로 등 열악한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투자할 생각이다.
또한 비록 어려운 길을 걷고 있지만 10년 뒤 아프리카로 건너 가 에이즈 치료에 전념하고 싶다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고도 했다.
이주민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한결 같이 노력해온 김 대표의 삶의 태도를 통해 편견과 차별 없는 사회를 향한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도록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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