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_ 제11회 한국여성장애인대회

지난달 3일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하 여장연) 소속 회원 300여 명은 여의도 산업은행을 출발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거쳐 다시 산업은행에 도착하는 과정으로 여성장애인 참정권의 중요성과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거리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여성장애인 정책 ‘여성’의 문제로 다가서야
해마다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여성주간을 맞아 한국여성장애인대회를 개최하고 각 지역별, 장애 유형별 여성장애인이 경험하는 기본권 차별의 현실을 사회적 이슈로 끌어내어 정책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계기를 마련해왔다.
이번 제11회 한국여성장애인대회에서는 ‘변화의 힘, 여성장애인 유권자!’라는 주제로 1박 2일의 일정으로 치러졌다. 첫날에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제19대 국회와 대선에서 여성장애인 공약을 반영하고, 여성장애인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여성장애인 공약발표 정당초청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 주제발표를 맡은 권순기 여장연 상임대표는 “여성장애인은 그동안 관련 정책의 수혜 범위에서 소외돼 왔다”고 하며 “일반 장애인 문제와는 다른 ‘여성’의 문제로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장연은 7대 핵심공약으로 ▲여성장애인 기본법 제정 ▲여성장애인 지표개발 및 성별통계 구축 ▲여성장애인 정책기구 및 전담부서 설치 ▲여성장애인 재생산권 보장 위한 양육체계 구축 ▲지적여성장애인 성폭력피해자 사회적 지지체계 구축 ▲시각여성장애인 고용활성화 ▲청각여성장애인 정보접근권 강화 등을 발표했다.

장애인 향한 세상의 차가운 편견 여전
대회 이튿날인 3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집결한 여장연 소속 회원들은 빗방울이 쏟아지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거리행진에 참여했다.
퍼레이드 현장에 동참한 강정순(48) 경남지부 활동가는 회원으로 활동한지 4년째로 전보다 장애인 정책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장애인들은 휠체어 타는 사람이 많으니까 장애인 이동권, 편의시설에 관심이 많아요. 밖에 나오고 싶어도 이동권 문제 때문에 어렵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지면 장애인들도 사회활동을 많이 할 거라 생각해요.”
현재 장애인콜밴을 통해 장애인의 이동지원을 실시하고 있지만 지자체별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각 시도를 벗어난 곳까지 지원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3차 진료병원을 이용할 때면 비싼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강 활동가는 특히 ‘여성장애인 주거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장애인은 어느 계층보다 소득 수준이 낮고, 비혼의 비율이 높아 주거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 현재 주택관련 정책은 부동산 투기억제와 저소득층의 주거복지에만 집중할 뿐 여성장애인의 특수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상황. 여성장애인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주택내부시설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가사노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여성장애인 주택 우선 입주제도의 실시, 여성장애인 주거시설과 관련한 우선 주거 공간 확보, 여성장애인에 대한 주거실태조사 실시를 요구하였다. 
강 활동가는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들만 위한 것이 아니고, 임산부, 노인 등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홉 살 때 안면화상을 입은 강 활동가는 “사람들도 저 같은 케이스가 제일 힘들다고 하더라”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다른 신체적 장애에 비해 얼굴에 집중되어 있는 장애 때문에 사회활동 함에 있어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비장애인들은 느낄 수 없는 신체적 장애의 고통 외에도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장애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뇌졸중으로 몸의 왼쪽 부분에 마비가 와 큰 고생을 겪은 윤갑순(64) 씨. 한국전력에서 십 년 넘게 청소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왔는데 갑자기 몸에 마비가 온 뒤로는 일도 못하게 됐고 무엇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한 순간 내 몸이 죽어버린 거에요. 이러고 보니 사람들 보는 눈이 달라요. 우리들은 눈을 보면 다 아니까요. 편견이 너무 심해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울기도 많이 울었죠. 사람들 편견만 없다면 우리가 이럴(여장연 활동) 필요가 없지요.”

반드시 여성장애인전담부서 설치돼야
여성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정책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애인들 스스로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길 뿐이지만, 이조차도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이부옥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대표는 “시각장애인은 선거자료가 점자로 나오지 않는다.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고서 투표소에는 두 명 못 들어가게 한다”고 말했다. 연대에서는 모니터링을 실시해 잘못된 점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시정요구 함으로써 장애인들이 투표할 수 있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의 요구사항을 복지부도 여가부도 받아주지 않고 서로 미룬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성장애인전담부서가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12월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장애인정책국 장애인연금팀, 여성가족부에서는 권익증진국 권익정책과에서 여성장애인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여성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정책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이 대표는 여성장애인의 출산과 결혼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2008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장애인은 48.7%로 높았고, 인공 임신 중절인 경우 주위의 권유가 22.9%로 나타나 여성장애인 재생산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장애인은 임신 기간 동안 자녀가 장애를 가질 것 같은 두려움(23.7%), 자녀양육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7.5%)을 경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로는 출산비용 지원(14.8%), 자녀양육지원(13.6%), 자녀교육도우미(8.7), 산후조리 지원(8.5), 여성장애인 임신출산 전문병원(8.1%) 순으로 조사돼, 여성장애인의 모성권 관련 서비스의 필요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표는 이러한 여성장애인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더 많은 장애인들이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도록, 남녀 젠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돼서 서로 활발하게 사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선미 기자
자료도움/(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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