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Ⅲ _ 여성장애인 모성권

아이를 임신하는 것은 여성만이 가능하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주체인 여성들은 그 어떤 조건과 상황에 상관없이 사회적인 보호와 권리를 가진다. 저 출산율이 심화되고 있는 이때에 아이를 낳고 싶고, 그럴만한 능력이 있음에도 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여성들이 있다. 여성장애인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성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 많고 도우미 지원 절실
여성장애인 모성권에 관한 전국실태조사 결과 임신, 출산을 경험한 여성장애인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임신·출산·양육 도우미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태조사에는 임신, 출산의 경험이 있는 20대 이상의 성인 여성장애인 총 317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월평균 수입은 50만 원 이상 100만 원 미만이 43.8%(49명)로 제일 많았고, 100만 원 이상이 29.5%(33명), 소득 없음 또는 50만 원 미만이 13.4%(15명)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한 자녀수는 1명이 44.5%(141명), 2명이 39.1%(124명), 3명이 13.9%(44명), 4명 이상이 2.2%(7명)이었다. 여성장애인의 대다수인 83.3%(264명)가 더 이상의 자녀계획을 원하지 않았다.
자녀를 더 이상 원치 않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경제적인 여유 부족이 29.9%(231명)로 제일 높았고, 그 다음으로 도와줄 사람이 부족해 양육의 어려움이 22.4%(173명)를 차지했다.
여성장애인의 임신에 도움이 되는 방법에 대한 결과로 임신도우미가 26.7%(254명), 경제적 지원이 24.2%(230명), 산전검사 지원이 16.4%(156명), 임신 중 필요한 음식 및 약물제공이 12.4%(118명), 임신 중 이동지원 서비스가 12.0%(114명), 임신관련 정보제공이 8.0%(76명)로 나타났다.
이밖에 여성장애인의 출산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산후도우미 지원이 24.0%(228명)로 가장 많았고, 양육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양육도우미 지원이 20.7%(197명)로 높게 나타나 여성장애인 모성권 전반에 걸쳐 ‘도우미’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장애인 관점 반영 못한 ‘출산지원금·가사도우미’
20세 이상 49세 사이 가임 여성장애인의 최근 5년 간 출산율은 1.24%로 매우 낮다. 저소득층 장애인가구의 경우 임신과 출산이 가정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성장애인은 장애등급과 상관없이 만35세 이상 여성, 희귀난치성질환자와 같은 고위험 분만 군으로 분류되어 양수검사, 유전자검사 등에 걸쳐 일반산모보다 더 많은 검사를 요구받는다.
또한 출산 시 위험을 이유로 제왕절개수술과 종합병원 진료를 권하고 있어 의료비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010년 여성장애인 제왕절개 비율은 50.0%로 비장애여성(35.2%) 보다 높고, 상급 의료기관 이용 비율이 22.6%로 비장애여성(15.7%)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1~3등급 등록 여성장애인 중 2012년 1월 1일 이후 출산한 장애인에게 1인당 100만원의 출산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장애인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여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여성장애인을 위한 출산지원금을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장애인연합에서는 모성권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소득수준 뿐 아니라 ‘장애등급’에도 상관없이 여성장애인의 현실을 고려한 추가비용이 지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장애인은 출산지원금 외에도 장애유형에 맞는 육아도우미와 성장단계별 자녀양육 지원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장애인 모성권에 관한 전국실태조사에 참여한 여성장애인들에게 임신, 출산, 양육 중 가장 힘든 것으로 297명(93.7%)이 ‘양육’이라고 답했다.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육아 및 가사활동에 대한 불안과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2004년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파견 사업이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기초생활 수급대상, 저소득 장애여성으로 대상자가 한정되어 직장생활을 하는 장애여성은 지원받기 어렵고, 활동보조서비스 시행으로 이용자가 줄어들고 있다.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는 “만 7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여성장애인에게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적·발달·정신장애 여성장애인인 경우 만 12세 미만 자녀까지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자녀 출산 시부터 7년~12년까지 지속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가사도우미 개선방향에 대해 “장애여성의 욕구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가사도우미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상시교육체계와 가사도우미 평가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체적 장애 외에 인식의 장애 겪는 여성장애인
여성장애인 모성권에 관한 전국실태조사 결과 여성장애인들이 임신·출산·양육에 있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경제적 문제가 27.9%(261명)로 제일 높았고, 본인의 건강으로 인한 어려움이 20.3%(190명), 여성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선입견이 20.0%(190명)로 여성장애인 모성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결과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유산의 이유에 대해 태아 이상이 24.9%, 자녀를 원치 않음이 22.3%, 경제적 어려움이 10.8%로 조사됐다. 인공유산의 경우 본인의사 51.5%, 주위권유가 48.5%로 여성장애인은 임신 후 주변으로부터 낙태를 권유받는 경우가 많았다. 

#“몸도 힘들었지만, ‘자식이 너처럼 장애인이면 어떡하냐’는 말을 많이 들어서 저도 걱정이 많이 되고 스트레스도 많았습니다.”(뇌병변1급·40세)
#“주변 사람들이 ‘몸도 힘든데 왜 애를 낳느냐’는 식으로 말하거나, 바라보는 시선이 견디기 어려웠습니다.”(뇌병변2급·43세)
#“의사들이 수화를 못하니까 글로 써 달라고 해도 잘 써주지도 않고 무시했습니다.”(청각2급·44세)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볼 데가 없습니다. 항상 수화통역사와 동행해야 해서 어려웠습니다.”(청각2급·39세)

여성장애인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23.2%(218명)이 ‘의료진의 장애산모에 대한 이해부족’을 가장 많이 답했고, 각종 임신 전 검진비용에 대한 부담이 20.7%(195명), 의료기관의 장애유형별 산모에 맞는 장비 부족이 20.2%(190명), 의료기관의 장애유형별 산모에 맞는 서비스 부족이 17.1%(161명), 의료기관의 편의시설 부족이 16.5%(155명)를 차지했다.
장혜정 대구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 팀장은 “장애산모일 경우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종합적인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하지장애를 가진 여성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장 팀장은 “인식부족으로 오는 여성장애인의 심리적인 절망감을 해소하기 위해 동료집단상담이 요구되고 장애유형별 육아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의 연구개발 및 무상지원, 장애유형별 주택편의시설 지원과 긴급서비스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박선미 기자 
 자료제공/(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미니인터뷰>
등급·소득 기준 없이 보편적 지원해야 ‘모성권 실현’ 가능
신희원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처장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여성장애인의 권리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다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해 1999년 자발적으로 조직한 여성장애인 인권운동 단체이며 전국연합조직이다. 여성장애인의 역량강화 활동과 교육권·모성권·폭력근절·문화권·자립생활권·노동권 등 기본권 확보 운동, 인식개선 및 연대활동을 통해 여성장애인 인권과 복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성장애인 모성권 실태
모성권은 여성으로서, 장애인으로서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입니다. 사회적 지원이 강화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저 출산이 심각하지만 장애인 출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비장애인의 출산지원체계에 대한 얘기는 관심거리지만 여성장애인이 아기 낳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관심이 없다는 것은 차별로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조건 때문에 여성장애인들의 삶은 더 힘듭니다. 여성장애인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성차별을 겪고 장애 때문에 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살아갑니다.
교육률이 낮고 경제적 활동이 어렵습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당하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여성장애인이 겪는 구체적 어려움
의료시스템이나 체계가 비장애인 중심으로 되어있습니다. 여성장애인의 장애 유형을 이해한다거나 모성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병원치료를 받거나 진료를 받을 때 차별적 발언을 하는 의료인도 있습니다.
자연 분만할 수 있는 경우에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반강제적으로 수술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여성장애인은 산후조리 기간도 4주 정도로 길고, 임신해서 출산까지 많게는 1500만 원 정도 비용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녀의 장애로 뱃속 관리가 필요하다보니 의료비가 높게 나온 것입니다. 국가 지원 체계가 안 되어 있고, 경제적으로도 뒷받침이 안 되니 여성장애인의 출산율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장애인은 비장애여성 보다 훨씬 가중되게 출산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가족들이 빈곤 상태인 경우가 많고 임신에 대한 반응이 친정이나 시댁 모두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지식이나 정보가 비장애인 중심으로 되어 있어 여성장애인은 배제되고,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건강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같은 장애를 겪는 여성들끼리 서로 독려하거나 지지하는 것 밖에는 힘을 못 얻습니다.

장애등급에 따라 출산지원금이 지급되는 것에 대해
장애 정도가 경증이라고 해서 임신한 여성장애인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닙니다. 지원금도 현실적인 지급액이 아닙니다. 출산비용이 1500만 원 정도 드는 경우도 있는데 지원했다고 볼 수 없고 상징적인 의미일 뿐입니다. 실질적으로 현실화가 되려면 500만원은 지급돼야 합니다.
여성장애인은 산전 건강관리를 충분히 해야 합니다. 출산지원금은 출산 후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출산 ‘후’가 아니라 그 ‘전’부터 지원 되어야 하고, 출산 후에는 자녀양육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현재는 장애를 가진 자녀가 있을 경우에만 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여성장애인이 비장애자녀를 출산했어도 엄마가 장애인이면 경제적으로 보전해줘야 합니다.

가사도우미 개선 방향
2004년부터 가사도우미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만족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산부분 과제나 향후정책적인 과제에 대한 보완의 노력이 부족합니다. 가사도우미는 지자체별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지원이 끊기기도 합니다.
가사도우미의 전문성을 강화하여 양적·질적 서비스가 담보되어야 합니다. 장애 유형별로 나누어 가사, 육아, 학습별로 세분화시켜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장애인활동보조인도 가능하고 가사도우미도 이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양립하면서도 여성장애인 당사자에 맞게 지원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사회인식의 문제
시민의식이 전체적으로 높아져야 합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삶의 질이 떨어지면 불행한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약자가 불행하면 행복한 삶이 있을까 싶습니다. 사회적 분위기, 제도, 지원책이 마련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장애등급이나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지원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것이 ‘모성권’입니다. 모성권은 기본적인 권리인데 여성장애인에게 특화된 것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인식이 비장애여성 정도만 되도 여성장애인의 모성권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장애 여성도 엄마 되는 거 아냐, 병원에 수화통역사가 있어야 되는 거 아냐’, 이러한 인식의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되어야 하는 겁니다. 눈높이에 맞춰 고려하고 교육이 되어야할 만큼 여성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재합니다.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형적 발전을 이뤘다고 봅니다. 여성장애인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당연한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여성장애인들은 도움의 대상이 되길 원치 않습니다. 대상도 아닙니다.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여성장애인이 원했을 때, 개선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사회적 공공성을 가지고 인간존중과 인권이 전제가 된 상태에서 시스템, 법·제도가 기능을 해야 합니다. 공급자 위주가 아닌 당사자의 관점을 반영해야 합니다. 지금은 전문가 집단이 비장애인의 시점으로 법·제도가 운용돼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여성장애인 모성권 보장에 대해서
장애를 가졌다고해서 처음부터 인간으로서 누릴 권리를 박탈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개인이 인간으로서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하고 개인이 못하면 사회공동체 차원에서 지원해야 합니다.
몸이 불편하니까 결혼하면 안 되고, 아이 가져선 안 된다는 것은 노출되어 있는 여성 장애인의 삶이 몇 중의 고통을 껴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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