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복지국가는 교육·의료 등 필수서비스 공공화로 해결하는 국가
복지국가 담론 거쳐 풀뿌리 운동 시대 도래… “시민이 주체로 참여”
건강보험하나로운동 등 통해 대선 정국서 복지 ‘불’피울 것
“공존과 연대야말로 심각한 양극화에 허덕이고 있는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민주노총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보좌관, 사회공공성연구소 등을 거치며 국가재정과 공공성 등에 대한 관심으로 국민연금저소득층확대운동 등을 벌이는 등 진보 운동가로서 이름을 알려온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실장은 지난 2월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공동운영위원장이라는 타이틀로 복지국가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이제 보편적 복지국가를 원하는 국민들이 직접 복지국가 만들기에 나서는 풀뿌리복지국가 운동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건강보험하나로운동과 사회복지세도입운동을 제안했다. 오건호 위원장을 만나 보편적 복지국가 비전과 운동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보편적 복지국가 어떤 국가인가
우선 ‘복지’라고 했을 때 절대빈곤층 이하에게 지급되는 기초수급비와 같이 어려운 특정계층에게만 줘야 할 복지도 있고 교육, 의료, 노후 생활지원과 같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필수적인 복지도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후자의 필수서비스까지 공공의 자원으로 공적인 경로를 통해 해결하는 국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들은 시장경쟁체제에 따라 이러한 서비스들을 각자의 주머니에서 해결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료가 필요해도 돈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 돈 없어 밥을 굶는 아이들이 부기지수로 많습니다.
복지국가는 이러한 양극화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갖는 보편적인 문제, 요구들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자는 시스템입니다.
복지국가 또는 복지확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 있는데
복지국가에 대한 우려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100% 무상복지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경제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복지국가는 아직까지 시기상조 아닌가 ▲복지확대는 경제성장을 악화시킨다 등 주로 재원과 관련된 지적입니다.
그러나 복지국가는 GDP가 높아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를 예로 들자면 우리 국민들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약해 민간에서 제공되는 각종 암보험, 생명보험 등에 돈을 쏟아 붓고 있지 않습니까.
복지국가는 민간부문으로 들어가는 재원을 공공화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들이 보험에 투자했던 돈을 세금으로 더 내고 모든 필수서비스의 제도 및 전달체계를 공적인 차원으로 개편하는 일이 필요한 것입니다.
즉 복지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를 실현할 정치적인 힘이 부족합니다. 복지를 요구하는 시민들 스스로가 이러한 힘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모든 계층에 대해 무상복지를 해야 할 필요성은 간단합니다. 막대한 재원을 납세하는 상위계층을 복지의 수혜계층으로 끌어들여 조세저항을 줄이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이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복지철학적인 측면에서도 모든 계층이 함께 내고 함께 받는 연대와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스웨덴 등을 비롯한 복지국가들이 생산성도 높고 국민의 행복지수 또한 높다는 점을 들어 반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복지가 경제발전에 선순환적 효과를 낸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사례라고 봅니다.그리스 등 남부유럽의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복지 때문이라기 보다 경제구조라든지 유럽통합에 따른 문제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복지국가의 이념적 지향점과 전략
복지국가는 이데올로기적 지도로 보면 진보적인 이념입니다. 그러나 제도를 통해 복지를 구현해야 하므로 당연히 보수와 진보의 합의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국민들의 복지국가에 대한 열망과 요구와 참여가 두텁게 형성돼야 하며 의회에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치세력들이 다수 진출해 그러한 국민적 열망을 반영해야 합니다.
한편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위해 요즘 대선공약으로 회자되는 경제민주화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경제민주화란 재벌들이 법인세를 제대로 내게 하고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들을 억압하거나 핍박하지 않도록 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도록 하며 그들 본연의 공간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그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그들의 창의성과 연대성을 증대시켜 성장동력도 커지며 소수의 상위집단이 승자독식하는 시장이 아닌 함께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조정시장경제로 가야 합니다.
풀뿌리 복지국가운동 주장했다. 의미는
앞서 말씀한 대로 복지국가 실현의 가장 커다란 원동력은 바로 대중 한 사람 한 사람의 복지국가 만들기에 대한 열망과 참여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대중적 복지국가 운동은 2010년 무상급식 논쟁에서부터 출발해 이제야 운동이 싹틀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갖춰졌습니다.
복지국가운동의 가장 시초로서 2000년대 초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운동을 들 수 있습니다만 이 당시 운동성격은 빈민운동 차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 교수 등 지식인들의 네트워크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출범하면서 강연회, 논평 등을 통해 복지국가 담론을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복지국가 담론 확산운동의 성과로서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 복지의 정당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열망하게 됐습니다. 다음 단계는 보편적 복지를 누려야 할 시민들이 직접 복지국가 운동의 ‘주체’로서 나서게 하는 것입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풀뿌리 복지국가 운동 추진을 위해 지난 2월 교수, 언론인, 노동자, 사회복지사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중심이 돼 출범한 단체입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준)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등이 함께 촛불문화제를 비롯해 각종 간담회, 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선정국에서 복지 담론, 어떤 추세인가
복지국가 실현에 있어 중차대한 시기인 대선정국에서 지난 총선 때보다도 후보자들의 복지공약들이 나오지 않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선별적 복지에 가까우며 민주통합당 측이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고는 하나 보편적 복지에 필요한 제도나 인프라, 재원마련 등에 대해 구체적인 프로그램 없이 방향만 제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2년간의 복지논쟁과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국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복지논쟁이 더 명확하고 날카롭게 제기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습니다.
대선공간은 복지의제가 주요한 의제로 자리잡고 확장돼 복지국가 실현에 있어 마스터키를 쥘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인데 이렇게 가다가는 복지의제가 주변화되고 다른 의제들에 묻힐 수도 있어서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에 내만복을 비롯한 복지국가운동 참여단체들은 대선정국에서 복지논쟁의 불씨를 되살릴 핵심의제로서 건강보험하나로운동과 사회복지세도입운동을 추진키로 확정했습니다.
국민 모두에게 가장 피부로 와 닿는 문제인 건강보험하나로운동은 개인과 기업,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인상해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는 이른바 무상의료 시스템을 만들자는 운동입니다. 이를 통해 그동안 개인 부담 또는 민간보험을 통해 해결해 왔던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환자간병비, 초음파 등 비보험 의료 관련 비용을 모두 건강보험만으로 해결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복지세 도입운동은 복지를 바라는 시민들이 버는 만큼 사회복지세를 내서 복지국가 재정을 마련하자는 운동으로 20조원만 도입하면 왠만한 보편적 복지는 다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복지목적세의 근간을 마련하고 무상의료 구현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자는 움직임은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해 지금 이 시점에서 우선적으로 이뤄야 할 가장 중차대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8월30일 촛불문화제에서 두 가지의 핵심의제를 알려내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명운동, 법안발의, 공청회 등 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복지국가 운동진영은 대선정국에서 후보자들의 복지공약을 엄정하고 날카롭게 검증해 실행프로그램과 재정방안이 부실하면 포퓰리즘으로 강력하게 비판하는 작업을 벌일 것입니다. 시민사회의 철저한 검증작업을 통해 후보자들이 복지문제에 대해 어영부영 넘어가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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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운동 대중화 위한 활동계획은
건강보험하나로운동과 사회복지세도입운동은 대선공간에서의 복지논쟁 확산 뿐 아니라 복지국가를 염원하는 시민세력를 모으는 데도 필수적입니다.
강연회, 서명운동, 캠프, 공청회 등에서 모인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참여할 수 있는 복지의제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역별, 직능별, 직업별 등 시민모임을 만드는 것이 내만복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현재도 서울지역의 은평, 마포, 노원 등 구단위와 광주 대구 부산 등에서 건강보험하나로운동 의제를 통한 지역모임 구성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선이 끝나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지역별 모임들이 활발히 활동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활성화되면 지금까지는 복지 관련 의제가 있을 때 중앙단체가 성명서 내는 정도로 운동이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전국의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행정부나 국회에 압박을 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중적 복지국가 운동은 올해 대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해야 할 중장기적인 운동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대중적 복지국가 운동, 시민운동사적 의미는
기존의 시민운동은 노동운동, 여성운동 등 특정 집단의 문제를 다루는 부문운동이 주를 이뤘다면 대중적 복지국가 운동은 국가 비전 자체를 과제로 삼고 있으며 모든 시민들이 참여한다는 데서 차별점이 있다고 봅니다.
실업을 당하더라도 재취업을 위한 자기개발을 보장받고 노후에도 걱정 없는 나라,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나라, 아프면 누구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들이지만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이러한 사회를 보편적 복지국가로 바꿔내는 일은 몇몇 지식인들의 목소리만으로는 이룰 수 없습니다. 국민들이 단합된 힘으로 정부와 의회, 재벌권력을 바꿔내야 합니다.
이러한 운동이 바로 풀뿌리 복지국가 운동이며 이 운동이 잘 정착돼 활발히 진행되고 성과를 이뤄낸다면 훗날 시민운동의 질적인 전환을 가져온 운동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사진/박영신 기자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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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미'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 등 자격자 범위 확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