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모여 아동 성폭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성폭력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인형극을 펼치고 있다. 바로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소속 ‘그랜드파파’인형극단이 그 주인공들. 60세 넘은 어르신들이 직접 인형을 제작하는 것부터 아이들 목소리 흉내 내는 것까지 모든 것을 소화해 내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라
지난달 7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분당노인종합복지관의 지하1층 한 동아리방에서 할머니들의 유쾌한 웃음소리와 이야깃 소리가 흘러넘친다. 다름 아닌 ‘그랜드파파’인형극단의 연습시간.
매주 화요일 인형극 연습에 빠짐없이 참석한다는 7명의 할머니들이 바쁜 일정을 제쳐두고 삼삼오오 모여 대본을 들고, 동화구연에 목소리 연습까지 맹훈련에 몰입중이다.
“사실 그랜드파파는 할아버지들도 참여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은 것인데, 아직 참여하는 할아버지들이 없어서 할머니들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랜드파파는 앞으로 할아버지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이름은 고치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다 센스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시니어인형극단보다는 ‘그랜드파파’라는 이름이 낫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 했다.
그랜드파파는 지난해 3월 모임계획을 시작으로 4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인형극단에 대한 모집공고가 붙은 이후로 많은 어르신들이 관심을 가져 20명을 시작으로 인형극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에 들어갔다. 인형을 직접 손수 제작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인형을 제작하는 시간이 꽤 길어짐에 따라 많은 어르신들이 그만두기도 했다. 결국 끝까지 함께 하게 된 지금의 인원들이 바로 할머니 7명의 단원이 된 것.
노추진 사회복지사는 “작년 4월부터 8월까지 교육을 진행했다. 인형극을 준비하기 위해 강사도 초빙 했다.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대본 만들기까지도 모두 지금 계신 어르신들이 소화해냈다”라고 말했다.
그랜드파파는 최근 사회문제로 이슈 되고 있는 것들 중 아동 성폭력에 관한 문제가 제일 화두라는 판단에 예방차원을 위한 인형극주제로 설정하게 되었다.
함께 참여하게 된 그랜드파파 시니어 단원들은 전문자원봉사를 통한 사회참여로 노년기 여가활용의 긍정적 모델을 만들고, 지역 아동들에게는 성폭력에 대한 이해와 대처방법을 인지시켜 주기 위해 인형극단을 하게 되었다.

발랄한 할머니들의 야심찬 인형극
그랜드파파가 창단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임오희(75)할머니는 분당노인종합복지관에서 다양한 자원봉사활동 참여와 뜻 깊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활동하다가 지난해 우연히 지인을 통해 인형극이 생긴다는 소리를 접해듣고 호기심으로 시작하게 됐다.
임 할머니는 “과거 어린이 교원생으로 일한 경험도 있고 해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며 “인형극을 처음 시작할 때는 표현대사와 감정표현을 나타내는 것이 어려워서 힘들다고 느꼈는데, 계속 하다보니까 아이들의 반응에 감동을 받기도 했고, 흥미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임 할머니는 주인공 7살 여자아이 ‘민아’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자신보다 한 참 어린 아이 목소리 연기를 내야 한다는 것이 어렵지만, 어린아이 역을 맡다보니 아이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게 되었다고.
또 다른 민아 역을 맡고 있는 조금순(63) 할머니는 그랜드파파 인형극에서 제일 막내로 활동 중이다. 조 할머니는 우연히 TV에서 전래 동화하는 것과 인형극을 보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분당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인형극 단원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당장 신청하게 되었다.
조 할머니는 “인형극 공연을 하면서 공연을 본 제 손자나 가족들이 한 번도 제게 하지 않던 말을 휴대폰문자메세지로 보냈다. ‘할머니 짱!’, ‘어머니가 존경스러워요.’ 그것을 보면서 참 보람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조 할머니는 그동안 복지관에서 탁구, 골프 등 스포츠와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지내왔다. 건강유지와 노년의 즐거움을 위해 시작했는데, 인형극을 한 만큼 보람되고 즐거운 일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래동화 자원봉사활동을 하다가 인형극에 동참하게 된 우경자(70)할머니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뜻 깊은 활동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우 할머니는 그랜드파파에서 피아노남자선생님 역을 맡고 있다.
민아의 엄마 역을 맡고 있는 한춘자(69)할머니는 노년기에 뭔가 보람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인형극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한 할머니는 “요즘 아이들은 성숙도가 높아 우리가 건성으로 무대공연을 하는지, 진심을 다하여 공연을 하는지 감정전달로 쉽게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연습에 몰입해서 적극적인 공연을 보여줄 생각이다”라며 야심찬 의지를 밝혔다.
인형극에서 나쁜 아저씨 역을 맡고 있는 곽춘대(72) 할머니는 인형극을 하면서 보람되기도 하지만 반면에 아이들에게 욕 얻어먹는 역을 맡고 있는 것에 대한 어려운 고충을 말하기도 하였다.
곽 할머니는 “나쁜 아저씨 역할이다보니까 굵고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렵다. 무대에 서면 아이들이 ‘나쁜 놈!’하면서 욕하기도 한다”며 “그런 것을 보면 이 인형극이 아이들에게 확실히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그랜드파파 시니어 인형극단 단원들은 앞으로 건강이 다 하는 날까지 인형극에 애정을 갖고 참여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아동성폭력예방 피해를 없애기 위한 희망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명실상부한 시니어 인형극으로 거듭나다
지난해와 올해 걸쳐 총 20번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소화해 낸 그랜드파파는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을 월 2회 오가며 약 1000여명의 많은 아이들에게 성폭력 예방 방법 등을 거부감 없이 보고, 올바른 성 개념을 형성하기 위한 교육형 인형극을 펼치고 있다.
공연 중에 실제로 주인공 민아가 나쁜 일을 겪게 됐을 모습을 볼 때 아이들은 일제히 일어나며 격분하고, 소리 지르는 일이 다반사라고 할 정도로 인형극의 호응은 높다.
“그런 것을 볼 때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아이들도 무엇이 나쁘다는 것인지 아는 거죠.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여 바람직한 성문화의 형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매주 화요일 그랜드파파 단원들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만사 제쳐두고 동아리방으로 달려온다. 꼭 공연을 하기 위해 연습하기 보다는 대본 연습과 인형조작연습, 확실한 표현력을 연구하고, 공부하기 위해 모인다고.
이렇게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인형극에 애정을 키우는 시간들이 단원들 간의 뜨거운 우정을 쌓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노추진 사회복지사는 “그랜드파파가 성남시와 연계된 활동 단이다 보니까 지역제한이 좀 있다”며 “앞으로 더 활발한 활동을 하여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랜드파파 1기, 2기 등 지속적으로 팀웍이 형성되어 꾸준히 업그레이드되는 인형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할머니 단원들은 “요즘 시대는 세대 간의 교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그랜드파파를 통해서 세대통합과 이해의 장을 만들어 사회에 좋은 기틀을 마련하는 본보기가 되는 인형극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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