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Ⅱ _ 독거노인사회가족

불안한 노후 3苦
소외·빈곤·질병을 공동체와 함께 나누다 ‘독거노인사회가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외롭게 살아가는 독거노인의 수가 적지 않다. 노후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소외와 가난, 질병의 문제를 지역사회 내에서 독거노인 자조모임과 공동거주제 형식을 통해 극복하는 움직임이 있다. 오래 전 농어촌에서 보았던 마을 모임인 ‘두레’처럼 이웃 간의 경계 없이 연대하여 함께 살아가는 삶을 구현함으로써 고령화로 인한 독거노인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들에 대해 알아봤다.

2012년 현재 독거노인 수는 전체 노인인구의 19.9%인 118만7000명으로 2000년(54만4000명)에 비해 약 2.2배 정도 증가했다. 앞으로 해마다 5만 명씩 증가해 오는 2035년에는 전체 노인인구의 23.3%인 34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거노인의 상당수가 빈곤과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거노인 119만 명 중 빈곤층은 77%인 91만 명에 이른다. 정부의 소득보장 지원을 받는 독거노인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23만4000명, 노인일자리 참여자 8만4000명 등 전체의 28.8%(31만8000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으로 일상생활 수행의 어려움을 겪는 독거노인은 전체 노인의 17%인 20만 명에 이르고, 장기요양과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받는 노인은 그중의 31.5%인 6만3000명에 불과하다. 응급상황 발생 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노인돌봄기본서비스와 응급안전서비스, 노노케어 등을 받는 독거노인은 전체의 17.4%인 20만7000명에 지나지 않는다.
독거노인은 정서적지지 체계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비동거자녀 등과의 접촉 실태결과 노인부부세대는 1.2%가 연락이나 왕래가 없고, 독거노인은 5.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형제, 자매나 친인척과는 24.2%가 연락이나 왕래를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독거노인의 96.7%가 평균 3.86명의 생존 자녀가 있지만 주1회 이상 부모와 접촉하는 비율은 34.9%밖에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령화 속도에 비해 사회 안전망 부족으로 정서적으로 소외된 삶을 사는 노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노인 자살률은 201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는 72명으로 전체 자살자(31.2명)의 두 배가 넘는다. 질병 35%, 우울증 19.6%, 자녀와의 갈등 9.8%로 신체적 고통 외에 고독과 외로움 때문에 자살하는 노인의 수도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독거노인의 급격한 증가에 대응하고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독거노인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현황조사를 바탕으로 독거노인 안전관리 구축 및 응급 안전 돌봄 서비스 확대, 기본적인 소득 및 일상생활 지원 강화와 자살·만성질환·치매관리 강화, 존엄한 장례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도 독거노인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각 가정에서 가족 간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 보급을 확대하고 매주 요일을 정해 ‘가족사랑의 날’로 지정하여 가족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독거노인들 간 사회적 가족을 모델링하여 전국적으로 확산을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40여 개의 지자체에서 독거노인공동거주제를 실시해 고독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안정된 노후를 제공하고 있으며 서울시 영등포구에서는 독거노인 자조모임 공동체를 조직하고 지원하면서 독거노인의 고립과 단절을 지역사회 내에서 극복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거노인 공동생활 통해 ‘사회적 가족’ 만들다
경상남도 의령군은 전국 최초로 지난 2007년부터 독거노인 공동거주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빈집이나 경로당, 마을 회관을 독거노인 공동거주 공간으로 활용해 독거노인들이 숙식을 같이하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제도로 초창기 2개소로 시작하여 8월 4일 현재 36개소(생활인원 220명)를 운영하고 있다. 
전년도말 의령군의 노인인구는 전체 의령 인구의 30.5%(9174명)로 전국에서 7번째로 초고령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독거노인인구 비율은 39.7%(3647명)를 차지한다.
박말도 의령군청 주민생활지원실 계장은 “핵가족화에 따라 가족부양능력이 떨어지고 소외되어 고독사하는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혼자 사시는 분들은 젊어서 농사짓고 자식뒷바라지 하느라 노후를 챙기지 못했다. 낮에 이용하고 밤에는 이용하지 않는 경로당을 활용하여 독거노인공동거주제를 실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계장은 “우리 지역 어르신들은 20대 초반에 결혼해 평균 연령이 75세~80세이다. 60년 이상 마을에서 같이 지냈기 때문에 함께 사는데 있어 낯설어하거나 어색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독거노인들이 경로당에 모여 살게 되어 외롭지 않고 서로 대화도 나누게 되어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고 무엇보다 보일러나 목욕시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생겼다.
이 계장은 “댁에서 혼자 계시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시면 발견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같이 생활하면 그러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의령군에서는 공동거주생활시설과 소방서와 경찰서를 연결하는 원터치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위기대처능력이 부족한 독거노인들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불의의 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의령군에서는 식사배달, 안부전화, 방문 진료 등 맞춤식 노인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내 후년까지 50개소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독거노인 간 자조모임 형성 고립과 단절 예방
영등포구에서는 독거노인 자조모임을 형성해 구성원들이 친목도모 활동과 봉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2008년부터 지역사회 내 독거노인으로 구성된 ‘밀알’을 조직해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독거노인(함께살이)을 도우면서 서로 간 상호작용을 통해 고립과 단절을 예방하고 있다.
밀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노인돌보미들로 구성된 서포터와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해 전국 최초의 대도시형 독거노인 관리모델을 구축했다.
영등포구 내 10개 시범지역에서 12개의 공동체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밀알구성원은 영등포구 노인 중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60~70대 독거노인으로 총 120명(일반 및 저소득 참여자 90%, 기초생활수급자 10%)이 참여하고 있다. 밀알 공동체 활동을 통한 독거노인 수혜인원은 약 480명이다.
노-노 케어와 함께살이의 차이점은 ‘친목집단’을 강조해 또 하나의 새로운 ‘사회적 가족’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독거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노인이면 누구나 참여하여 공동체 모임을 만들 수 있고 서로가 가진 생활능력을 상호보완적으로 나눌 수 있다. 노-노 케어가 가지고 있던 한계인 활동의 제약 및 노인의 위계구조 형성 등의 단점을 보완했다. 케어의 개념 보다는 이웃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상적인 도움과 나눔의 활동에 의미를 두었다.
소유경 사회복지사는 “노인돌보미 기본서비스로는 독거노인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아서 함께살이 사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자살, 고독사, 우울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독거노인들이 자조적으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정서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밀알 구성원들은 독거노인들에게 청소, 세탁, 반찬 배달, 병원 동행 등의 생활지원과 안부확인, 말벗되기, 산책하기 등의 정서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함께살이 사업은 독거노인 자조집단의 역량강화와 친목도모를 위해 자조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계기별로 테마를 기획해 집단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자들의 집단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보수교육과 집단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함께살이 사업을 통해 독거노인 스스로가 지역의 문제,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문제해결에 동참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소 사회복지사는 “방문이 거듭될수록 두 어르신들 간 정서적인 관계가 형성됐다는 점이 큰 의미”라고 말했다.
밀알 구성원들을 관리하는 서포터 박영희(55)씨는 “함께살이 어르신이 밀알 어르신께 안 입는 옷을 주거나, 과일과 밥을 챙겨 주는 경우도 있다. 방문하는 날 외출하게 되면 함께살이 어르신이 미리 전화를 걸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 못할 이야기도 또래 독거노인이기에 속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맺힌 감정을 풀기도 했다. 박 씨는 “두 어르신들이 따로 공원에서 만나 운동하기도 한다. 함께살이 사업이 없었으면 옆집에 살았어도 누군지 몰랐을 일이었다”고 했다.
밀알 활동으로 노인돌보미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지역 내 독거노인들에게까지 보호체계가 확대되기 때문에 독거노인지원서비스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독거노인 종합지원대책에 함께살이 사업이 우수 사례로 선정되었고, 지원대책 세부 추진 과제 중 도시형 ‘독거노인 두레’ 모임의 모델이 되어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글/박선미기자
 자료제공/의령군청, 영등포노인복지관

<미니인터뷰>

“밀알 활동은 독거노인 자살률 낮추는데 큰 도움”
박 종 하 (75·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본동)

밀알 활동 3년째인 박종하 씨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힘을 보태주면서 행복을 느낀다. “나로 인해 남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좋은 점”이라고 하는 그는 밀알 활동을 함으로써 “늙어서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이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밀알 회원들은 보통 2인 1조로 독거노인 집을 방문하고 있는데 그는 혼자서 세 집을 맡아 하고 있다. 복지관에서 추천해주는 노인일자리도 마다하고 함께살이에 동참하고 있다. 
그간 활동해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박덕용(뇌병변2급·사망)씨를 꼽았다. 오른쪽 편마비 때문에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고 지나친 술 담배로 인해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던 박 씨와 우선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복지관 후원물품을 전달해주고 여름에는 모기장을, 겨울에는 문풍지를 달아주었고 나중에는 부침개도 부쳐 줄 정도로 박 씨를 성심성의껏 보살피면서 일 년을 보냈다. 나중에는 박 씨가 마음을 열어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돈독한 사이로 지낼 수 있었다. 그는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자비를 베풀며 봉사로 임해야 아름다운 이웃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알 참여 전에는 여자와 말도 편하게 나눠본 적이 없었던 그였지만, 이제는 밀알 구성원들을 집에 초대해 차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만큼 사교적으로 변했다. 무엇보다도 밀알활동이 “독거노인 자살률을 낮추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다같은 독거이기에 즐거운 활동”
조 부 자 (74·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그 전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왔던 조부자 씨는 “그분들에 대해 더 깊이 파고 들어가 알고 싶었다”며 활동 소감을 말했다.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고 서로 가까워지면 사생활에 대한 얘기도 스스럼없이 나눈다. 그가 방문하고 있는 댁의 한 어르신은 남편 산소에 가고 싶어도 아들이 멀리 살아 말하지 못하고 조 씨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는 할머니의 마음을 아들에게 대신 전달하기도 했다.
밀알 구성원들은 방문하고 있는 독거노인들과 비슷한 연배이며 혼자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조 씨는 “독거노인들은 밀알봉사자가 자신들에게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밀알 활동은 우리가 다 같이 ‘독거’이기 때문에 재미있다. 자유롭고, 시간의 구애가 없다”면서 활동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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