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한 어르신들이 직접 소외계층지역을 찾아서 동화책 읽어주는 봉사로 새로운 문화소통과 사랑 나눔 활동을 펼쳐 화제다. 바로 실버문화봉사단 ‘북북(bookbook)’이 그 주인공. 북북 단체는 장애인, 치매노인, 다문화가정, 보육원 시설 등을 방문해 소외된 우리 이웃들에게 책과 함께하는 감동의 나눔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책 읽어 주는 할머니, 노래와 율동도 함께
지난달 17일 태풍 ‘산바’가 북상하는 날, 비가 많이 오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동화책을 가방에 챙기고 2시에 있을 책 읽어주기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비바람을 무릅쓰고 길을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실버문화봉사단 ‘북북’의 단원 이지양(61), 윤경자(62) 할머니. 이날 방문한 곳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의 ‘오사랑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이곳에는 장애청소년을 비롯해 장애노인 등 15명의 장애인들이 보호를 받고 있다. 매일 오후 2시면 북북 할머니들이 읽어주는 재미있는 동화책 이야기 수업을 듣기로 하는 날이라서 장애인들은 늘 기쁨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 할머니와 윤 할머니는 이날 장애인들에게 읽어줄 책으로 ‘도깨비 방망이’라는 우리나라 전래동화책을 선정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해시켜주기 위해 직접 모형 도깨비와 도깨비 뿔의 모양인 머리띠를 준비, 직접 머리에 쓰고 재미있는 율동을 선보였다.
이 할머니와 윤 할머니는 연세답지 않게 목소리가 크고 힘찬 구연동화를 흉내 내며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를 마치 사실적으로 재현해내듯 장애인들 앞에서 책을 읽었다.
“옛날 옛날에 심술꾼 도깨비들이 살았었어요. 어느날 도깨비들이 사는 지역에 농부들이 그만 잘못 들어와서 숨었지요. 그러다가 도깨비들이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되었지요~”
동화책에 등장하는 도깨비들의 굵고 가는 목소리를 번갈아 내며 실감나게 들려주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장애인들은 귀를 쫑긋 세운다. 한장 한장 넘어가는 동화책의 그림과 배역을 나눠 맡은 할머니들의 동작까지 지켜봐야 하니 눈을 돌릴 틈이 없다.
계속 듣고 있던 장애인들은 즐겁고 신난다는 듯 박수를 치며, 이 할머니와 윤 할머니의 흥미 있는 동작을 따라하며 맞장구를 쳤다. 가끔씩 탄성과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이야기에 푹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책 읽기 이후에는 이 할머니가 준비한 선물 마술도 손 수 보여주기도 했으며, 손으로 차는 특이한 제기차기 만들기를 장애인들에게 선보이며 만드는 제작부터 가르치기도 했다. 만드는 것이 끝나고 난 후에는 다함께 각자 만든 제기차기를 직접 던지기 놀이를 하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발로 할 수 있는 놀이가 없어 손으로 만드는 제기차기를 구상해 장애인들에게 직접 재미있는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며 “항상 2명이서 짝을 이뤄 그날 있을 동화책 선정과 더불어 방문하는 곳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해 쉽게 책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친구의 소개로 지난해 4월 북북의 참가자 단원이 되어 한 달간 교육을 받은 후, 5월부터 본격적으로 북북 활동을 시작했다. 윤 할머니도 친구의 권유로 올해 4월 활동을 시작했다.
윤 할머니는 “처음에는 멋모르고 시작했다가, 소외계층 아이들, 이웃들을 직접 만나면서 책 읽어주고, 노래도 하고, 재미있는 율동도 구상하게 되면서 점점 흥미를 느끼게 됐다”며 “그와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루한 삶에 생기를 불어넣다
이 할머니와 윤 할머니는 북북을 시작함으로써 삶의 활력소를 얻게 되었다고 입 모아 자랑했다.
본래 구연동화에 관심 있던 이 할머니는 소규모 교회 활동에서 아이들에게 잠깐 구연동화를 했었다. 그러다가 좀 더 노년에 뜻 깊고,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실버봉사단 ‘북북’에 참여하게 된 것.
이 할머니는 “저소득층 아이들 시설과 장애인 시설, 치매노인 시설을 방문하였을 때,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던 사람들이 책 읽어주기를 통해 점점 소통의 문이 열려간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이보다 더 감동스러울 순 없었다”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수지 지역의 소외계층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방문할 때였는데, 생각보다 가는 길이 너무 멀고도 험해 ‘다시는 못 가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다가 두 번째 만날을 때 ‘언제와요,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며 친할머니처럼 잘 따라주는 모습을 보고 ‘이 일을 계속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윤 할머니는 그동안 집안 살림이나 하면서 지내다가 우연치 않게 친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북북의 참여 봉사활동이 자신의 노후 활동에 뜻 깊은 삶의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할머니는 “치매노인들을 위해 책 읽어주기를 하면서 나도 더 늙었을 때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이러한 노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는 일을 지금이라도 시작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한 번도 장애인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가 북북을 하면서 직접 장애인들과 마주치며 책 읽어주기 하는 것을 통해 장애인들을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이 그들로 하여금 오히려 배움과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할머니와 윤 할머니는 작은 것 하나로 큰 사랑과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진정한 대화인 책 읽어주기 봉사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꾸준히 실천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새로운 사랑 나누기 문화 소통 만들다
책을 통한 소통과 나눔을 취지로 한 실버문화봉사단’북북’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사)한국문화복지협의회가 주최하여 2009년부터 예비실버 및 실버세대가 책 읽어주기 관련 교육을 이수한 후, 전국 6개 지역(서울,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의 지역아동센터, 초등학교, 장애인시설, 다문화가정, 보육원, 유치원, 치매노인센터 등 다양한 시설 및 지역을 방문해 다양한 문화적 방법으로 책 읽어주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집한 참여 자원봉사단원은 전국으로 200명이며, 서울은 현재 40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 김성모(39) 팀장은 “북북은 187개 기관 1만7854명에게 찾아가 책 읽어주기 활동을 펼쳐 고령화 시대에 노후를 준비하는 예비실버 및 실버세대에게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활동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문화소외계층에게는 정서적 안정감과 문화적 감수성을 증진시키고, 책을 매개로 하여 세대간의 이해와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는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책 읽어주기 활동을 펼쳐 책 읽어주기 문화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북에 참가할 수 있는 노인은 50세 이상이며 매년 모집을 통해 면접과 심사를 거쳐 봉사단원단을 구성하고 있다. 문화교육수료과정은 대상별 방문활동을 위한 놀이 활동 지도론, 다양한 문화적 방법을 활용한 책 읽어주기, 그림책 읽기 활동의 이론과 실제, 조별 발표 및 활동 리허설, 자원봉사자의 자세 등의 교육을 거쳐 각 지역별로 문화소외시설인 지역아동센터를 비롯 초등학교 돌봄교실, 소아병동, 장애인 복지시설 등을 방문하도록 연계하고 있다. 방문은 주1회씩 4회 하도록 하고 있으며, 팀 마다 2명 씩 짝을 번갈아 가며 참가한 어르신들의 다양한 문화적 방법으로 책의 내용을 전달하고 함께 느낌을 나누는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매달 한 번 활동 워크숍을 진행하여 봉사단의 활동내용 정보 공유 및 피드백을 통해 활동내용 개선과 활용교구도 개발하고 있다.

                                                                           글·사진/문혜원 기자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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