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국회에서는 가정위탁보호 지원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서 김춘진 의원은 ‘7세 이하의 요보호아동에 대해 가정위탁보호를 취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표했다. 법률안에 대해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는 ‘찬성’을, 아동복지시설에서는 ‘반대’ 의견을 보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법률안 발의는 일단 보류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률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기에 찬반이 맞서는지 살펴봤다.

가정위탁보호 지원법 제정 찬반의견 팽팽
“아동의 정서를 위해서라도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키워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vs “이집 저집을 전전하며 위탁하는 것은 아동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김춘진 민주통합당의원이 추진 중인 가정위탁보호 지원법에 대한 찬반의 의견이다.
가정위탁 보호 사업은 2003년부터 위탁양육이 필요한 아동에게 위탁부모를 발굴해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아동복지제도다. 김춘진의원에 따르면 현재 1만6000여 명의 아동이 위탁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다.
반면 아동양육시설에서는 현재 260여 곳에서 1만6000여명의 요보호아동들이 5000여명의 전문가들과 생활하고 있다. 김 의원은 법률안을 추진하면서 “대부분의 위탁가정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위탁아동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위탁아동들이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위탁보호 지원법안은 가정위탁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고, 가정위탁 보호대상 아동의 복리 향상을 위해 가정위탁부모와 친부모의 권리의 상충의 조화를 기할 뿐만 아니라 가정위탁서비스 체계적인 추진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이 추진하려고 했던 가정위탁보호 지원법안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길래 찬반의견이 엇갈릴까.
“단기보호 현행법도 무시하고 있다”
법률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가정위탁보호기간이다.
현행법에는 ‘가정위탁보호기간을 1년 이내의 범위 안에서 그 기간을 정해야 한다’라고 명시 돼 있어 원칙적으로 1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기보호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가정위탁보호지원법은 현행볍을 무시하고 가정위탁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0일 공청회 당시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정위탁은 입양, 시설보호와 동시에 고려되지 않고서는 논의가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이 법안은 가정위탁보호만을 개별적으로 다루고 있어 아동보호 체계의 분절성이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무총장은 “시설입소나 입양 과정 중 일시적으로 가정에 위탁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어린 아동들을 이집 저집을 전전하며 위탁하는 것은 아동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같은 처사는 아동의 인격과 인권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월 5일자로 시행된 개정 아동복지법에는 보호대상아동을 발견하거나 보호자의 의뢰를 받은 때에는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 보호조치를 해야 하며 보호조치를 할 때에는 해당 보호아동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며 보호자가 있을 때에는 그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
이상근 한국아동복지협회장은 본지에 기고를 통해 “아동보호의 기본원칙인 아동의 최상의 이익 및 의사 존중과 부모의 의사를 듣도록 한 것보다 가정위탁을 우선이라고 한 것이 어떤 원칙에 의한 것인지 심히 의구스럽다”고 밝혔다.

위탁가정 상당수 무직 “생계수단 위탁 의혹”
반대 측에서는 자격에도 문제를 삼고 있다.
이성선 한국아동복지협회 사무총장은 “상당수의 요보호아동들은 학대와 미혼모로부터 발생한다”며 “이런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나를 버렸다는 치명적인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처를 보듬어 줄 따뜻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그러나 조사결과 상당수의 위탁가정은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듬어 줄 여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과연 가정위탁이 아동들에게 도움이 될 지 우려스럽다”고 염려했다. 
박용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무총장도 “현재 우리나라 가정위탁 보호자의 90% 이상이 대리 또는 친인척인데 대부분이 저소득가정으로 위탁보호자와 함께 위탁아동도 빈곤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가정위탁보호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요보호아동 발생사유는 빈곤, 실직, 학대 등이 3928명(52.5%)으로 가장 많고, 미혼모아동이 2515명(33.6%)으로 뒤를 잇고 있다.
직업유형별로는 대리양육위탁가정은 무직이 34.2%로 가장 높았으며, 농·어·임·축산업 6.4%, 단순노무직 3.1%, 전업주부 2.0% 순이었다.
친인척위탁가정은 무직 10.6%, 전업주부 7.8%, 단순노무직 4.8%, 사무직 4.6% 순으로 조사됐다. 일반위탁가정은 전업주부 30.9%, 종교인 17.5% 순으로 높았다.
박용오 사무총장은 “통계에서도 나와 있듯이 상당수의 위탁가정이 친인척이며, 직업이 없는 가정이다”며 “이들이 봉사의 가치를 담아 아동을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수단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가정위탁에 있어서 양육의 질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아동복지협회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아동양육시설은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아동을 양육하기 위해 현대식 건물로 신개축 되고 별도 생활하는 소숙사나 그룹홈 유형 양육이 보편화돼 있다. 침대 등 시설의 개인별 사용과 IT방, 도서실 축구장 등 시설도 마련돼 문화 및 체육프로그램 등이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 전문가 5000여명이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위탁은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이 쉽지 않아 아동의 건강한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정위탁보호 지원법안 제정 반대 측의 의견이다.
아동의 권리행사에 있어서도 친부모와 위탁모와 충돌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박영아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변호사는 “위탁부모는 국가로부터 아동의 양육을 위탁 받은 지위에 있기 때문에 위탁부모가 친권에 관여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위탁부모 대 친부모의 대결구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선 사무총장도 “요보호아동의 90% 정도가 부모가 있는데, 권리 행사시 친부모가 친권 상실을 받아들이겠는가? 우리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위탁심의위원회를 통한 위탁가정 선정의 복잡한 절차와 위탁가정의 관리감독 분에 대해서도 전적인 가정위탁보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은 “치명적인 상처를 가진 아동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이냐”면서 “가정위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한 후 시설보호와 가정위탁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라북도아동복지협회는 지난 8월 3일 김춘진 의원에게 제출한 아동복지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아동과 부모의 뜻을 우선하고 보호제도의 취지에 맞춰 단기보호제도인 가정위탁을 입양 및 시설보호 등 아동보호체계 안에서 아동의 양육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가정과 같은 환경 제공 가정위탁보호는 최선의 보호방안
반면 한편에서는 가정위탁보호 지원법 제정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박은미 서울장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청회에서 “만일 친부모 가정에서 양육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아동이라면 가능하면 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가정위탁보호가 차선이며 최선의 보호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본 법안이 제정된다면, 현재 아동복지법에 산발적이며 부분적으로 규정돼 있던 가정위탁관련 조항이 가정위탁 중심으로 세부적인 사항과 구체적인 지원 내용 등을 포함해 체계적으로 규정된 법률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가정위탁보호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최윤선 강원도 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은 “가정위탁보호사업과 관련된 정책, 제도, 서비스의 밑바탕을 구체적으로 담아낼 가정위탁보호 지원법안의 발의는 매우 환영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가정위탁보호 지원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동복지전담기관의 법적지위 명료화 등 관계법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키우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우선”…법 제정 반대 왜?
김춘진 의원의 가정위탁보호 지원법 제정 반대 의견 기사가 본지(복지뉴스)를 통해 나가자 찬성 쪽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아이들은 안아주고 웃어줘야 한다. 정서와 지능발달 면에서 가정위탁이 낫다”며 “가정위탁보호지원법이 제정되면 무슨 큰 문제가 생기냐”며 반박했다.
이어 “아기 때문 손도 많이 가고, 그리고 일대일로 반응해줘야 두뇌도 좋아진다고 하는데 시설에서는 2~3교대로 특정한 애착도 없다”며 어린애들을 가정 위탁하는 데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회복지사라고 밝힌 또 다른 네티즌은 “혹시 우리 부부가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면 우리 아이는 어떡하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주시면 제일 좋은데...”라며 “시설에 보내지는 건 부모로서 상상하기에 최악의 상황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가난하더라도 키우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우선이다”라며 “국가의 생계보조를 받으며 조부모가 키우는 것이 누가보더라도 아동의 정서면에서 최고의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아동 1인당 생계비 30여만원을 받아서 조부모가 생계수단으로 잘도 쓰겠다. 요즘 아이들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아냐”며 비아냥 거렸다.
다른 네티즌은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근간인 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첫걸음을 떼는데 그게 그렇게 불만이고 불안하냐”면서 “시설원장님들 밥그릇 챙기시느라 아이들 인권을 내세워 억지주장 하는 걸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한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한국아동복지협회는 오는 11월 말에 한일 가정위탁보호 현황에 대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글/ 김인수 기자
                                                                     사진/한국아동복지협회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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