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8년째 차지하고 있어 자살예방 대책 마련이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자살이 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어 자살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예방대책으로 복지부 및 민간단체 등에서 새로운 자살예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어 이것이 앞으로 희망적인 전개로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 자살률에 대한 실태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꾸준히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 당 11.2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8.4명이다. 두 배가 훨씬 넘는 수치다. 연령별로도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40대와 50대도 암에 이어 자살이 사망 원인 2위다. 게다가 요즘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과 생계비관형 자살, 자살 사이트를 통한 집단 자살이 많아져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자살률이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서 “우선, 과거에 비해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인간소외나 상호 단절에서 오는 우울증 증상이 예전보다 많아졌다는 것”을 꼽았다. 반면 IMF 이후 경제적인 궁핍과 사회 양극화에서 오는 심리적인 압박과 좌절이 자살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자살 원인의 대부분은 생계에 대한 비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없앤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생명 경시를 조장하는 엽기적인 문화나 자살 사이트의 성행 등도 자살을 따라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초·중·고교생들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가정불화 등으로 2∼3일에 한 명꼴로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에 제출한 학생자살 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모두 743명의 초·중·고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한 학생 수는 2008년 137명에서 2009년 202명으로 크게 늘어난 이후 2010년 146명, 2011년 150명으로 다소 줄었으며 올해는 9월까지 108명을 기록했다.
자살원인으로는 가정불화 등 가정문제가 266명(35.8%)으로 가장 많았으며 우울증 126명(16.9%), 성적비관 85명(11.4%), 이성관계 45명(6.0%), 질병 19명(2.5%) 순이었다. 학교폭력이나 집단 괴롭힘 등으로 죽음을 선택한 학생은 11명이었다. 또한 노인 자살률은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81.9명으로 전체 평균의 2.4배, 일본과 미국의 4~5배 수준에 일렀다.

자살, 모두의 책임
규범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실수에 대한 사회적 처벌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서민들에게 자살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경기도 용인시 양윤석(32) 씨는 “사회적인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한 개인의 책임도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상황까지 가게 만든 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 생명경시현상, 자살사이트의 성행, 높은 교육열 등이 문제점이라고 보는데, 이러한 점들은 모두 개인의 책임보다는 사회의 책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복지혜택을 늘려 금전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생명경시현상은 대중매체가 많이 보급되면서 수많은 자료들을 보게 되었는데, 생명 경시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을 조금씩 보다보니 이러한 생명경시현상이 나온 것”이라며 “이는 캠페인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지각시켜주거나 공익광고 등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충고했다.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데 드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자살 사이트의 성행이다. 이는 작년에 집단으로 자살한 사건이 한번 터진 이후로 급격히 성행되었다.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인터넷이란 가상세계에서 만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집단으로 자살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계획을 잡은 뒤 실행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이는 사이버 경찰들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또한 높은 교육열, 즉 대학입시에 따른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경쟁과 실속없는 교육감시도 자살이 사회적 책임이 따른 이유 중 한몫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서는 특히 생활고를 비관해 처자식과 부모까지 차례로 살해한 뒤 자살한 40대 가장의 비극적인 사건, 20대와 30대 남녀의 동반자살 사건 등이 꼬리를 물 정도로 우리 주변의 자살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이창호(34) 씨는 “곧 대선이 코앞인데 자살률 감축을 위한 대책강구나 자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며 “물론 정부와 관련 기관 및 사회단체 등에서 자살예방사업을 위해 다각적으로 사업도 펼치고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자살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기만 하니 이에 대한 희망적인 대책을 빨리 강구해야 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무관심을 자살의 가장 큰 이유로 꼽지만 지난 10여 년간 황폐화된 사회병리현상이 자살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 각종 사회단체와 불우이웃을 돕고 지원하는 시설 등이 많지만 아직도 소외받고 쓸쓸히 살아가는 이웃의 한숨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실상을 외면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공공기관에서도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눈에 보이는 곳의 복지만 신경 쓰고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관심과 눈길이 미치지 못하면 자살예방은 요원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자살예방 대책
우리나라는 2005년 이후 ‘자살을 하면 안 된다’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성 대책들을 많이 내놓았지만 여전히 자살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개인이 아닌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 대책으로는 생명존중 캠페인, 전화 상담요원 확충, 자살 사이트 감독 강화, 자살예방 교육 확대 등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예방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살의 원인이 사회적인 병폐 즉, 경제적 문제와 상대적 박탈감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보장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10월 5일 제19대 국회 복지위원회 첫 국정감사에서 자살예방대책에 관련한 주요정책과제 및 업무 현황을 보고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정신질환 유병률은 2006년 12.6%에서 2011년 14.4%로 증가했으나 치료 경험률은 15.3%에 불과하다. 또 2011년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1.7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지만 자살예방을 위한 체계적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 편견해소 및 적극적 정책을 위해 국립정신병원을 개편, 정신보건센터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접근성을 제고하고 정신보건법을 전면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신건강검진제도 도입을 통해 정신건강위협요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신질환 만성화를 방지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연령대별 정신과적 특성 등을 반영해 검진 주기·항목 및 방법 등도 차별적으로 구성한다.
자살 고위험군은 선제적 개입 중심으로 서비스를 강화한다.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 취약계층 노인, 자살 주변인 등 자살 위험이 높은 대상자를 중심으로 심리상담 및 사회복지서비스를 집중 제공한다. 앞으로 복지부는 연내로 정신보건법 정부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립정신병원 역할과 기능 개편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까지 정신건강검진제도를 시행하고 정신보건센터 확충 및 자살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제 머지않아 추운 겨울이 닥쳐온다. 우리 주변에는 난방도 제대로 못하고 끼니도 해결하지 못하는 이웃,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이웃을 살피고 파악하는 것부터 제대로 시작해야 자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료/생명의 전화, 보건복지부 외

<미니인터뷰>

“전화 상담보다 더 가까이 사람들에게 희망적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생명의 전화 상담사 김 요 한 팀장

다리 위에 투신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생명의 전화 상담을 직접 실시간 받으며 자살대상자들에게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는 김요한 상담사.
김 상담사는 올해 3월부터 생명의 전화 사회복지사로 들어와 전화 상담을 비롯 전화기 설치, 직접 1:1상담 등을 통해 가까이 다가가는 도움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4월달 쯤이었습니다. 어떤 남성분과 통화했는데, 그당시 늦은 밤이었고, 당장 다리 밑으로 뛰어내릴 것만 같은 급박한 상황에 놓인 분이셨죠. 저는 일단 그분을 설득하여 안심 시킨 뒤에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김 상담사는 얼굴도 모르는 그 남성과 첫 1:1 상담을 하기로 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남성은 김 상담사를 만나기 위해 생명의 전화 사무실로 찾아왔고, 깊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남성은 불안한 생활고에 지속적으로 시달려 왔다. 직장에서는 잘리고, 그동안 허리를 쓰는 노동일을 하다 보니 건강까지 악화됐다. 아내마저 우울증으로 외부활동을 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자 정신질환까지 왔다. 기본 수입이 중단되다 보니 자녀 교육비며 생활비며 모든 것이 감당이 안됐다.
“이러한 남성분처럼 생활고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상담을 한 후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김 상담사가 선택한 일은 남성을 그날 밤 노숙인 쉼터와 연계하여 숙박을 제공해주고, 다음날에는 건강관리지원센터와 연결하여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여부를 찾아주었다. 또 지역 복지관 및 동사무소를 찾아 무한돌봄지원과 긴급지원 혜택이 가능한 부분을 해결해 주었다. 하지만 김 상담사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일단 시급한 부분을 해결하고, 더 이상 자살을 하지 않도록 설득 하는 것으로 그쳐야 했기 때문이다.
“지역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례 대상자를 고려한 복지서비스체계를 원만히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에서도 가난한 사람, 폭력에 힘들어 하는 사람 등 그들의 아픈 마음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지금 내놓고 있는 대안책 보다 더 자세하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소재를 강구해 희망적 도움을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생명의 전화에서는 상담사 모두 전화 상담을 넘어 지역자원의 가능한 부분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보다 가까이 도움을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 다리 위에서 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죽겠다’라고 소리치며 도움을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희망을 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을 극적으로 구조하였는데 공적서비스 제한으로 인해 실제로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김 상담사는 안타까운 점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사회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비난의 시선으로 보고, 남의 얘기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무관심한 사회 속에서 자살자는 늘어나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모두들 ‘서로서로 도와줘야 겠다’라는 마음으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SOS 긴급 자살 구원 한국생명의 전화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 전화는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생명보험 사회공헌재단과 함께 연계하여 2011년 설치 및 운영되었다.
생명의 전화는 24시간 365일 연중무휴로 전국 18개 도시 19개 센터에서 5000여명의 훈련 받은 상담봉사자들이 고민과 갈등, 위기와 자살 등 삶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복지상담, 종합사회복지관운영, 자살예방센터 설치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한강 다리에서 투신한 사람은 모두 99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마포대교에서 108명이 투신해 가장 많았고, 한강대교가 7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강 다리에서의 투신 자살율을 낮추기 위해 생명의 전화는 지난 해 7월 마포대교와 한남대교에 각 4대씩 생명의 전화를 설치했다. 전화기를 든 순간 한국 생명의 전화 상담원과 바로 연결된다. 생명의 전화에는 자살 시도자가 전문 상담원과 연결 할 수 있는 버튼과 119에 사고신고를 할 수 있는 버튼 2개가 설치돼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 생명의 전화를 이용한 사람은 모두 34명이며, 안전하게 구조되어 자살을 예방했다.
생명의 전화를 거는 연령대는 주로 3~40대 직장 남성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10대 청소년들의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
생명의 전화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한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서울에 있는 전체 한강교량에 ‘SOS생명의 전화’를 설치하고자 앞으로 전국 다리 위 13대를 설치할 예정이며, 이와 함께 지방의 자살사고가 많은 교량을 파악하고 자살사고를 예방하기위해 매년 3~4개 교량에 ‘SOS생명의 전화’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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