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텃밭을 가꾸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흐름이 최근 지역 곳곳에서 생겨남에 따라 도시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 철공단지 옥상 위 텃밭을 가꿔 자연산 채소를 가꾸며 함께 나누는 새로운 커뮤니티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문래동텃밭이 있다. 싱싱한 자연채소 텃밭 가꾸기 체험을 이루는 그 현장을 다녀왔다.

문래동 텃밭 농부들의 행복을 나누는 시간
오래된 철공소가 많아 남루하고 오염된 지역일 것만 같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이 바뀌어 가고 있다. 바로 ‘문래동텃밭’ 때문.
지난달 13일 오후 4시. 한 철공소 건물 옥상에 가꾸어진 소규모로 이루어진 ‘문래동텃밭’에 하나 둘 씩 지역 주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먼저 도착한 주미숙(가명·경기도 수원) 씨는 텃밭이 아닌 한 층 위에 있는 옥상에 올라가 자신이 키우는 ‘벌’통을 들여다보며 그동안 잘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주 씨는 “흔하게 가꾸는 채소보다는 생명력이 있는 곤충 같은 종류를 키워보고 싶었다”며 “지난여름에 스쳐간 태풍 때문에 벌통이 무너질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돌봐주는 분이 계셔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 씨는 자신의 벌통도 가꾸지만, 채소텃밭 가꾸기에도 신경 쓰며 함께 가꾸는 기쁨을 누려가고 있다. 사는 지역은 수원이지만 ‘문래동텃밭가꾸기’ 커뮤니티 카페를 통해 새로운 농업의 장을 나눌 수 있다는 차별화된 장점 때문에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격주 간 있는 정기모임 시간에 참석해 회원들과 함께 텃밭가꾸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윽고 30분 뒤에 도착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상권(36) 씨가 도착했다. 그는 텃밭 전체를 돌아다니며 물을 주었다.
박 씨는 “매일 물을 주는 당번이 있다”며 “오늘은 내가 물 당번이라서 왔다. 아침 일찍 주는 것이 좋지만 요새 아침 날씨가 쌀쌀하고 추워서 낮에 햇빛 있는 시간에 물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상황 설명을 했다.
문래동텃밭을 가꾸는 주민들은 매달 격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정기모임을 갖는다. 정기모임 시간이 4시라고 해서 모두 모이는 것은 아니라고.
박 씨는 “우리 문래동텃밭 같은 경우 주민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텃밭을 가꾸고 모이는 사람끼리는 저녁에 고기파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날 텃밭을 찾은 또 다른 주민이 아이들을 함께 데리고 와 채소밭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는 등 텃밭가꾸기 체험을 손수 가르치고 있었다.
주민 박수영(가명·영등포구 문래동) 씨는 “평소 텃밭 가꾸기에 관심이 많았다”며 “문래동텃밭이 집이랑 가까워 카폐 가입 후 워크샵 수련을 하고, 아이들이랑 함께 방문해 채소를 직접 심고, 감자도 수확하는 등 나름 도시 농부가 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격주 마다 텃밭을 방문한 주민농부들은 텃밭을 가꾸고 나면 지역주민들과의 화합과 도모를 마련한 소통의 장을 이루기 위해 저녁 7시마다 간단한 먹거리 잔치를 벌이고, 화분을 나눠주는 등, 텃밭 가꾸기에 대한 정보도 나눈다.

철공소 지역이 푸른 동네로 변모하다
서울시는 2011년 시민참여 생활녹화 경진대회 실시 결과 접수된 65개 사례 중 ‘문래도시텃밭 공동체’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문래도시텃밭 공동체는 2011년 2월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 입주한 예술가들과 지역주민간의 소통을 위해 시민단체인 여성환경연대를 비롯 서울그린트러스트, 마리끌레르, 아비노 등의 후원자들을 연결시키면서 탄생했다.
하지만 이 지역을 주민들의 커뮤니티로 가꿔보자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모은 것은 문래동 주민들이었다. 이에 목소리를 높이는 역할을 했던 여성환경연대와 예술가들은 함께 ‘문래동 커뮤니티 가든(이하 텃밭)’을 만들면서 문래동은 변모하기 시작했다.
문래동텃밭가꾸기 전체 운영자 최영진 씨는 “이들은 텃밭을 만들 공간으로 옥상을 선택했다. 처음 옥상에 텃밭을 꾸미겠다고 했을 때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받는 공간 외에는 사용이나 변경을 원치 않아 설득이 힘들었다”며 “또 사용하지 않는 옥상은 각종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를 여성환경연대와 예술가들이 연합해 쓰레기를 다 치우고 이동이 가능한 가건물 형태의 옥상텃밭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주변경관은 예술가들이 디자인했다고.
200여 회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텃밭에서 키운 배추ㆍ무ㆍ당근ㆍ대파 등으로 김치를 담가 나누기도 하고 시금치와 감자도 심어 싱싱한 먹거리 수확을 펼치기도 했다. 또 파전을 만들어 잔치도 했다. 일부는 유기농 레스토랑에 팔았고 식당의 음식쓰레기는 다시 텃밭의 거름으로 썼다.
본격적으로 텃밭 가꾸기가 시작되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철공소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비닐하우스와 가림막을 만드는 등 일손을 돕고 나서기도 했다.
최 운영진은 “당시 텃밭을 열면서 지역주민들을 초청해 홍보를 위한 이벤트를 벌이고, 잔치를 하고, 텃밭에서 생산한 야채를 판매하는 등의 활동으로 점차 주민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자연스레 주민들의 참여가 늘어났으며,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되자 체계적으로 관리할 운영조직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도시 농부를 꿈꾸는 발판이 되다
최 운영진은 “도시농업을 교육하고 체험할 수 있는 ‘도시농부워크샵’을 2주에 한 번 씩 열어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작년에 이어 올 가을에는 추수한 야채로 주민들과 김장축제를 열 계획이며 앞으로 재배 작물을 늘려 다양한 채소들이 생명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보고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 말에 오픈한 문래동 3가 문래예술공장 2층 강당에 있는 옥상농부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첫 입학 당시 50대 주부부터 20대 직장인 등 18명이 모여 농업과 관련된 세무문제 등 기본적인 농업상식을 배우기 시작해 현재 23명의 도시 농부를 꿈꾸는 학생들이 있다.
문래도시텃밭 공동체 기획에 참여한 이연주(29) 씨는 “각박한 도시 환경에서 직접 키우는 채소로 건강한 밥상을 만들고, 환경친화에 도움이 되는 기회인 것 같다”며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기 위해 옥상농부학교 프로그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운영진은 “직접 채소를 키워보니 ‘생명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라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며 “단순히 생명을 키우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가치도 함께 변화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순수한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면 함께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법도 깨달아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래동은 낙후된 공장지대가 성공한 도시농업의 커뮤니티로 자리 잡기까지 주민들의 참여와 소통이 얼마나 절실한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활용되지 않은 공간은 공동체의 장이 됐고, 주민들은 생산적 주체가 되면서 도시의 각박한 삶에서 새로운 문화소통의 장으로 한 발짝 다가가 도시 농업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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