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예술적 재능이 넘치는 자유 예술가들은 많다. 그 중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나눔의 문화소통공연을 펼치는 극단 ‘어우름’은 특별하다. 전문연극인들로 구성된 비장애인들을 통해서 장애인이 함께 참여해 벽 없는 세상을 여는 편견 없는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가족애의 중요성을 그리다
지난달 12일 오후 6시 30분. 혜화동 소재 대학로 청운예술극장 연습실에서는 배우들과 연출자가 모여 공연 준비를 위한 회외 및 연습에 한창이다.
이윽고 한 여자배우는 장애인 흉내를 내며 어렵게 대사를 읊고 캐릭터 연기에 몰입한다. 또 다른 배우는 공연에 입을 의상을 준비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모든 배우들이 비장애인들. 알고 보니 이번 10월 말에 있을 공연에 장애인은 참여하지 않고, 전문연극인 4명이서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꾸밀 예정이었기  때문.
배우 겸 어우름 극단 대표 정혜승(60) 씨는 “제11회 ‘off 대학로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어 10월 30일부터 11월 4일까지 ‘Haiku-11월의 어느 저녁’이라는 주제로 연극공연을 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순회공연하면서 장애인이 직접 참여하는 식으로 연극을 펼쳐왔으나 이번 공연은 비장애인인 전문연극인이 직접 장애인 역할을 해보고 장애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Haiku(하이쿠)’는 본래 일본에서 먼저 실시한 연극공연으로 정 대표가 한국 정서에 맞게 새로이 각색하였다. 장애인 가족 간의 솔직한 이야기와 심정, 따뜻한 가족애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메시지 역할을 전달할 계획이다.
극 중 정 대표는 엄마 ‘넬’역할을 맡았다. 정 대표는 “‘넬’은 남편과 사별 후 장애를 가진 맏딸 ‘루이즈’를 돌보며 안타까운 딸에 대한 걱정으로 사는 본능에 충실한 엄마”라고 소개했다.
맏딸 ‘루이즈’의 역할을 맡은 마우리(23) 씨는 “일본 정형시 하이쿠를 짓는 천재성을 갖고 있으나 장애를 가지고 있어 주변의 가족들에게 힘겨운 희생을 본의 아니게 요구하고 있는 어려운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 씨는 어릴 적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갔다가 한국에서 연극을 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현재 4학년 재학 중이며 스승인 정 대표의 권유로 함께 첫 작품을 하게 됐다.
마 씨는 “장애인이 아닌지라 장애인에 대한 마음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며칠 루이즈가 되어보면서 어느 정도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조심스레 소감을 말했다.
또 다른 배우 강양은 씨는 “극 중 둘째 딸 ‘빌리’역을 맡고 있으며, 언니에게만 희생하는 엄마에게 받은 상처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스스로 희생자로 여기며 방황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소개했다.
강 씨는 서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다. 강 씨 역시 정 대표의 권유로 이번 작품에 참가하게 되었다.
강 씨는 “인물의 내적표현을 연기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으나 장애인 가족 간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기에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연극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병훈 연출자는 “하이쿠의 내용은 루이즈를 바라보는, 루이즈의 상황에 대한 생각이 다름에서 오는 문제에서 시작한 작은 딸과의 충돌과 결국 세 모녀들에게 그동안의 서로의 삶을 바라보게 하는 새로운 국면을 가져다주면서 진정한 가족애와 회복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극에 조연출을 맡은 박례영 씨는 “연극은 각기 다른 톱니바퀴를 함께 맞추는 작업과 같다”며 “어우름을 통해서 서로 하나가 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랑과 열정으로 함께 무대를 이끌다
극단 어우름의 뜻은 ‘여럿을 한데 모아서 합치다.’ ‘아우르다.’ 라는 뜻의 순수 우리말로 지어졌으며, 지난 2005년 2월 창단했다.
어우름은 연극을 매개체로 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 외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작업함으로써 서로간 편견의 벽을 허물고, 차이를 이해하고 화합하여 공연예술단체로 성장해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외 모든 사람들이 문화적 권리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그 장을 마련함과 동시에 구성원의 전문적인 연기교육을 통해 전문 연극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동시에 사회적 공익성을 추구하고자는 것이었다.
정 대표는 “창단하기 전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연 ‘코커서스의 백묵원’의 예술 감독을 맡고 오디션을 보면서 장애인들의 어려운 삶과 적극적인 자세를 보게 되어 그 열정에 감동하게 되어 창단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연극을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러지는 모습을 그려 관객들과 소통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직접 무대를 만들어 전국 순회공연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정 대표는 지금의 하병훈 연출자에게 함께 극단을 꾸려가자는 제안을 했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하 연출자와 함께 지금까지 동분서주하며 진정한 연극 무대공연을 펼쳐나가고 있다.
하 연출자는 “2005년 10월 함께 참여하여 2006년 정 선생님께서 연극아카데미를 만들게 되어 제가 거기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극배우를 모집하였다”며 “그러는 과정에서 연극에 목말라하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진정한 연극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면서 작품의 중요성과 연극의 소중함에 대해 강조했다.
30년 이상을 연극배우의 길을 걷던 정 대표는 창단 당시 암 수술을 받고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랑하는 연극과 제자들을 함께 이끌며 극단 어우름을 세상의 무대에 서게 했다. 정 대표는 이 길이 운명적인 지침이라고 생각하며 오직 열정이 담긴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열중해왔다.
극단 어우름은 창단 후 2006년 나눔 캠프 및 찾아가는 공연 ‘통장아 사랑해’ 작품 밀알학교 외 5곳을 찾아갔으며 정기공연 음악극, 2007년 아카데미 공연 ‘외치다 세상 모든 이들에게’, 찾아가는 공연 ‘오필리어의 그림자 극장’, 기획공연 ‘우유를 원하세요?’ 외 2008년 <서울 사랑의 문화나눔 +신나는 예술여행>-‘우리미운아기오리가..’, ‘워셔블의 여행’, 2009년 ‘오리날다! 덩기둥땅!’, 체홉. 손수건.com/ 四色四索 페스티벌, 2010년 초청고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생활문화공동체 행복프로젝트’-효녀 중랑, 2012년 산후조리원이야기 등 순회공연 및 정기공연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에 대한 공로로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찾아가는 공연 우수단체 수상을 비롯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 희망대한민국 프로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공로패 등을 수상해 큰 인정을 받았다.

희망과 용기를 주는 극단
정 대표는 “장애인은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다”라며 “그들도 비장애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러져 행복하게 살길 바라고, 장애인이라고 해서 비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된다. 즉 서로서로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공동체 문화란 한 사람이 가진 재능이나 기술,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 자체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는 관객들이 가장 무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중요한 존재이므로 작품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말고 무대에 오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에게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따뜻한 감동의 박수를 쳐주길 바라고 있다.
함께 하며 상처와 아픔을 보여주고 이를 긍정적인 메시지로 이야기하는 극단 어우름. 매 공연 때마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또 얻어가는 방식으로 진정한 공동체 문화의 역할로써 귀감이 되고 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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