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Ⅱ _ 학교사회복지사 처우 문제

학교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각의 폭은 좁기만 하다. 성적 한 가지로 서열화 되어 있는 학교 구조 속에서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소속감을 맛보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를 이탈하거나 학교폭력의 가해자 또는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이 아이들은 자신들을 무조건 ‘문제아’로 낙인찍는 ‘어른의 눈’이 아닌,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학생의 눈’을 가진 사람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학교사회복지사는 학생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들은 안정되지 않은 고용구조와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인식 속에 놓여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어려움은 학생에게로 이어져 피해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사회복지사업 효과성 공감하나 지속 어려워
우리나라의 학교사회복지사업은 1990년대에 시작해 다양한 시범사업을 거쳐 왔으며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정부에 의해 사업이 채택되어 효과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 공동주관으로 학교사회복지사 파견사업을 진행했다. 96개의 학교에서 실시된 사업 결과 학교폭력이 24% 감소했으며 고교생 학업중단율이 3.8%에서 2.7%로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사회복지사업에 대한 만족도 분석에서 매우 만족은 73.4%, 약간 만족이 24.3%로 나타났고, 학교사회복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가 74.0%, 대체로 필요하다는 19.7%로 집계돼 학교사회복지의 효과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생의 65% 이상이 학교사회복지실을 이용했고, 교사의 83.5%가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실무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현재 학교사회복지사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지자체 학교사회복지사업, 위스타트학교사회복지사업 등에 전담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사회복지사 수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교육지원청 포함) 1253명, 지자체 학교사회복지사업 46명, 위스타트 학교사회복지사업 14명 총 1324명이 전체 초·중·고등학교의 10%에 해당하는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부의 시범사업은 2008년으로 종결되었고, 지금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Wee Progect 등을 하고 있다. 법으로 명시가 되어 있는 사업이 아니라 단위사업으로 진행되며 학교사회복지사들은 계약직 형태로 급여체계 없이 단일임금을 지급 받는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선별적 지원으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별도로 학교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있지만 이 역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전문 인력들은 사회복지사 뿐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가, 평생교육이수자, 청소년 상담가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처우, 사회복지사 경력 불인정으로 인해 이직률이 높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인력들은 업무 대부분이 행정에 치우쳐 있어 학생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며, 외부의 연계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사회복지사는 교사? 행정보조? 기준 모호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안을 구성하고 체계화하지 못하고 시범사업으로 그치는 학교사회복지사업은 고스란히 학생의 피해로 이어진다.
2008년 학교사회복지사 파견사업 종결 이후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으로 이어진 학교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생겨났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의 학생들은 마음 열기까지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만, 언젠가 사회복지사가 학교를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쉬이 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못한 사회복지사가 학교를 옮긴 후에도 전 학교 학생이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벌어지기도 한다. 
학교사회복지가 사회복지의 전문분야 임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최웅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사무국장은 “학교사회복지사는 행정직으로 분류되지만 행정공무원은 아니니까 비정규직 즉 행정보조 인력과 비교대상이 된다. 학교에서는 전문가가 교사뿐이다. 교육계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학교장이 누구냐에 따라 사회복지사들은 행정직도 됐다가 행정보조도 됐다가 한다”고 지적했다.
최 사무국장은 학교 안에서 교사, 행정직, 복지전문가로 나누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학교사회복지가 사업단위가 아니라 ‘전문인력이 학교에 유입되는 것’으로 포커스를 둬야 한다. 다학문 가진 사람들이 접근해서 아이들을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학생복지 ‘학생’ 중심으로
윤철수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위한 사회복지사의 역할 제고 방안’ 토론회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돌봄 기능이 있는 통합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의 배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복지사는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생태체계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여 학생을 중심으로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하나의 연계된 체계로 파악한다. 학생을 이해할 때 학생과 그들의 가정, 친구, 자라온 환경, 지역사회 및 문화 등을 모두 고려하여 문제를 인식하고 학생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시각의 기준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학교사회복지사는 학생의 개별적 접근과 더불어 가정 및 다른 환경체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동시에 기울이게 된다.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측에서는 현재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Wee Progect 등 사업단위의 운영을 위한 사업담당자 배치에서 ‘학교 내 학교사회복지사, 전문상담교사의 전문직 배치’로 접근해야 하며 과다한 행정업무로 인해 학생들을 돌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복지사의 전문적 활동과 역할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학교 내 사회복지사 배치를 위한 근거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학교에는 교사 외에 다양한 전문가가 배치되고 있는 만큼, 초중등교육법 19조 교직원 등에 대한 부분을 “학교에는 교원과 행정직원 그리고 전문가 등을 두어야한다”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도 시도교육청에서 학교사회복지사를 선발하여 학교에 배치할 것과 학생복지 전문가로서 교사에 준하는 처우 등을 제시했다.
최 사무국장은 “전인적 교육, 아이들의 복지까지 챙기지 않으면 학생이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게 된다. 학생이 학교에 다니는 건 또래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경쟁심만 부추기면 학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 같다”며 우려의 말을 꺼냈다. 이어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여러 가지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다양한 아이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문화가 있어야 아이들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글/박선미 기자
 자료제공/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안산별망초등학교

<미니인터뷰>

“도움 필요한 아이가 언제나 복지실 찾게 되길”
별망초등학교 박 윤 정 학교사회복지사

안산시 별망초등학교는 2001년 개교했고, 2005년부터 위스타트(We Start) 지정학교가 되었다. 박윤정 사회복지사는 안산 본오종합복지관에서 아동청소년 분야를 담당하다가 2005년부터 별망초등학교 복지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위스타트 사업의 특징
위스타트 사업은 저소득층 가정과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2세대 접근, 아동과 가정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고 ‘사례관리’를 중심으로 한다. 교사와 사회복지사 간은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1차 대상은 저소득 가정을 위주로한 통합사례관리, 2차로는 위기개입이 필요한 일반 아동, 3차로는 전교생으로 하고 있다.
위스타트는 민관이 함께하는 협력사업으로 지역 사회 내에서 건강사업, 보육·교육사업, 복지사업 등 연계망이 이미 구축되어 있다는 강점이 있다. 사업은 8년 차에 접어들었으며 처음에 경기도 지자체사업으로 시범사업이었으나 효과성이 증명되고 사례관리 필요성도 있어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23개 마을 단위 사업으로 학교사회복지를 하는 학교는 그 중 11개 학교다.
안산대산업협력단-별망초등학교-시청 3자 간 사업으로 관은 경기도와 안산시, 민은 사업의 전문성과 슈퍼비전을 주기 위해 안산대학교, 건강사업은 가톨릭대, 보육은 이전에 어린이집 센터 위탁받아 진행했고, 복지관에서 공부방도 했었다. 사례관리 전담팀은 본오복지관에서 하는 등 지역에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안산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 18개, 위스타트사업은 3개 학교에서 진행 중이며 지자체사업은 없다. 초등학교만 54개의 학교가 있는데 학교사회복지를 하는 학교 수가 너무 부족하다.

학교에서 사회복지사로서 활동하기 어려웠던 점
학교사회복지사는 교육청 소속도 아니고 시청 소속도 아니다. 학교직원도 아니어서 소속감이 없었는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6개월 정도 교무실을 자주 드나들었다. 학생, 교사, 관리자(학교장)와 사회복지사 간 ‘관계형성’이 중요하다. 소속은 안산대산업협력단이지만 학교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학교에 소속감을 가지며 일을 한다.
처음에는 사회복지가 뭐냐, 교사가 아닌데 학생에 대해 무엇을 아느냐 하는 반응들이 있었다. 아이와 상담을 하려고 해도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내 아이인데’라며 마음을 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교사와 나눔교육이나 학교폭력예방교육을 같이 진행하며 상호보완적으로 움직인다.
학생 중심으로 사회복지사와 교사 간 협조해야 한다.
교사들에게 접근할 때 ‘선생님이 이 아이를 제일 잘 아십니다’라고 하며 다가간다. 교사에게 학생에 관한 점 물어보고 공감한다. 교사와 사회복지사는 같은 마음으로 학생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상담교사와 사회복지사의 역할 차이
상담교사는 아이와 개별 상담 중심으로 하고, 사회복지사는 기본적 상담과 함께 지역자원개발 연계역할을 맡아서 한다.
1,4학년 대상으로 정신건강 스크리닝을 하면 사례관리 받는 아이들이 걸린다. 지속적으로 상담이 필요하면 상담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전문적인 개입이 요구되면 상담교사와 상의 하에 기관에 연결하기도 한다.
올해 학교폭력이 이슈화되면서 교육청에서 대안으로 학교에 상담교사를 파견했다. 지금 별망초등학교를 담당하는 상담교사는 순회 형으로 2개 학교를 오가며 상담하고 있다.
애들이 또래관계 고민으로 신청을 많이 하는 편인데 사회복지사가 다 소화를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상담교사와 함께 하면 효과가 있다. 상담교사도 학생을 위해 필요하다. 상담교사와 사회복지사가 협력하는 체계가 맞다고 생각한다.

학교사회복지사 처우 문제
지금은 교육복지환경이 좋아졌지만 이전에는 2년마다 인력이 교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시작할 때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되는 규정이 있었다. 학교는 이를 잘못 이해해 2년만 딱 되면 사회복지사를 바꿔버리거나 학교를 다른 곳에 보내기도 했었다. 지자체형사업도 계약기간을 2년도 안되게 잡는 경우도 있었다.
사회복지사가 교체 되면 관계 형성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사례관리와 아이에 대해 논의하던 사람이 바뀌면 아이 뿐 아니라 부모도 혼란스럽다. 역량 있는 사회복지사로 교체돼도 6개월~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복지실을 ‘집같이 편한 곳’이라고 말한다. 이는 곧 사회복지사를 통해 느끼는 것이다. 어디에서 얘기하지 못할 것들도 아이들은 사회복지사에게 다 털어놓는다. 언제든 복지실에 왔을 때 사회복지사가 있고 의논할 수 있어서, 문턱이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것들이 단절될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서 학교사회복지사는 열정으로 버틴다. 초등학교가 가장 좋은 건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아이가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키운 것처럼 뿌듯하다.

학교사회복지의 바람직한 방향
학교가 교과부 소속으로 되어 있고, 교육 관련법이 있으니 그 안에서 학교사회복지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복지사업은 교육취약계층을, 위스타트는 저소득층 대상으로 하지만 일반학교에 학교폭력이 없으리란 법은 없다. 전반적으로 보호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학교사회복지가 하나로 통합되려면 법제화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사가 학생, 부모, 교사 등 대상자를 충분히 만날 수 있게 구조가 갖춰졌으면 좋겠다. 학교에 사회복지사가 선임과 실무자 2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군포시에는 2명의 사회복지사가 일한다.
학급이 더 많아져야 한다. 별망초등학교는 작년부터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학급당 25명 미만으로 편성되었다. 반에 들어가면 애들이 한 눈에 볼 수 있고 지원할 수 있다. 사업목표 중 하나가 학교가 안전하고 즐거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나눔교육(3학년)과 학교폭력예방교육(4학년)을 실시한다.
학교폭력 문제나 왕따 문제를 보편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교육을 접한 아이들이 이타성과 친화력이 많아지면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 줄어든다. 심리·정서적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여도 학급에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면 지지받고 회복할 수 있다.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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