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사회복지사88 _ 박은영 춘의종합복지관 무한돌봄네트워크팀 팀장

초롱초롱한 눈빛 속에 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박은영 춘의종합복지관 팀장은 사회복지사로 활동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 팀장은 무한돌봄네트워크팀을 이끌어가면서 복지관 협력기관의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막내이지만 복지관에 대한 믿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사랑이 있어 어디에서나 당당하다. ‘믿음’의 소중함을 아는 박 팀장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삶의 고비 함께 넘는 ‘동반자’되어
박 팀장은 어렸을 때 열 살 터울의 사회복지사 이모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이모는 행복해 보였고, 가치관이 바로 잡혀 있었다. 소신이 뚜렷했던 이모의 모습을 보며 사회복지사의 틀을 만들어 나갔다. 대학교 때 생물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학을 복수 전공했던 그는 틈틈이 자원봉사를 하고 실습을 하면서 일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몸으로 부딪치고 대화하는 사람이 되자, 진심이 통하는 사회복지사가 되자고 다짐했죠.”
박 팀장은 졸업 후 2007년 대전의 천성원 다비다의 집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치매를 앓거나 가족이 없어 생활하기 힘든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그들을 ‘대상자’로 대하기보다는 내 이웃, 고모, 삼촌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나눴다.
“고비를 넘기지 못해 안타까운 삶을 살아가는 분들 곁에서 제가 동반자가 되어 준다면 그분들이 다시 금방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1년 6개월 동안 다비다의 집에서 근무하면서 사회복지가 무엇인지,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싶은 열망이 생겼고,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명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춘의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한지는 올해로 2년째이다. 무한돌봄네트워크팀의 팀원이자 팀장인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가족관계 이상 등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위기가정의 대상자와 가족 17케이스를 맡아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사회복지의 꽃은 ‘사례관리’
춘의복지관은 학교, 자활센터, 병원, 시청 등의 협력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위기가정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고 있다. 월 1~2회 정기적인 통합사례회의를 통해 대상자의 변화를 유도하고 자원처를 공유한다.
박 팀장은 2010년 입사 이후 약 마흔 건의 사례를 관리해 왔다. 그 중 알코올중독이 가족 전체에 미친 영향이 컸던 한 가정의 사례가 기억에 남았다. 아직 사례관리 진행 중인 그 가정의 아버지는 간성혼수, 당뇨, 혈압 등으로 고통 받았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고모와 함께 지내며 무기력한 삶을 살아갔다. 문제는 그 자신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학생 남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어머니의 부재와 알코올중독인 아버지로 인해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왕따로, 집안에서는 산만한 태도로 정서불안의 증세를 보였다.
이 가정의 변화는 아이들이 복지관에 다니면서부터 시작됐다. 복지관에서 새로운 규칙을 경험하고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학교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또래관계를 형성했다.
체험활동 및 직업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더 나은 삶, 더 커다란 꿈’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았다. 생기를 되찾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관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 아버지는 지금 자신의 삶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밝게 변화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의지를 조금씩 찾아갔다.
“아버님이 통합사례회의에 참여하고 정부의 보호가 미치지 못한 부분을 요구하게 되셨죠. 고모 집에서 독립해 애들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셨고요. 이러한 변화가 모여 더 큰 변화를 이룰 거라고 생각해요”
사례관리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협력기관과의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례관리 담당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박 팀장은 자칫 어렵고 힘든 업무일 수도 있는 사례관리에 매력을 느꼈고, 이러한 일을 하게 되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연차는 적지만 최대로 배울 수 있다고 여겼고, 낮은 자세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고 배웠다.
처음에는 통합사례관리회의 하기 전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자신감이 부족했었다. 자신의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보완이 필요한지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였고, 수첩에 적어가면서 잊지 않았다. 회의를 거듭해가면서 피드백 받고 훈련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춘의복지관에서는 ‘백지 상태의 깨끗한 종이에 새로운 사례관리를 그리기 위해’ 무한돌봄네트워크 팀에 박 팀장을 합류시켰고, 박 팀장은 기관의 믿음과 기대를 성실한 태도와 진지한 열정으로 보답했다.
살다보면 누구나 혼자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삶의 고비를 만난다. 의지는 바닥나고 앞날은 깜깜하기만 할 때, 죽음 밖에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을 때. 박 팀장은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 곁에서 ‘함께’ 있어주겠다고 말한다. 이 말 한마디로 누군가는 ‘희망’이라는 새로운 문을 통과한다.
 글·사진/ 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