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소신이 ‘봉사하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서울 관악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조성근(46) 씨. 그는 이른 새벽 관악구 거리를 청소하는 일부터 쉬는 날 틈틈이 독거노인 및 장애인 등 소외계층 이웃을 찾아가 따뜻한 나눔 봉사도 펼치고 있어 주위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는 그의 인생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나는 환경미화원
지난달 5일 오후 4시.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소재의 한 환경미화원용 휴게실. 3명의 환경미화원들이 늦은 점심 겸 간식을 먹고 있다. 이른 새벽 2시부터 관악구 거리의 온갖 쓰레기와 신음하다 오후 3시면 하루 일과를 마쳐 휴게실에서 쉰다는 주인공 조성근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대부분 재활용품 분리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이 일을 한 지가 벌써 20년이 되었네요. 관악구 온지는 5개월 정도 됐습니다.”
환경미화원의 일은 매 3년 주기적으로 인사발령에 따라 서울시 지역을 옮겨 다니며 청소를 한다.
조 씨는 환경미화원 일이 ‘남을 위해 일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까지 왔다고 했다.
거리 청소를 하다보면 환경미화원의 발밑에 쓰레기를 던지고 가는 사람도 있고, 냄새난다고 대놓고 피하는 사람을 볼 때 씁쓸할 때도 있지만, 고마움이 담긴 미소와 인사로 격려해주는 따뜻한 시민들의 얼굴을 기억하며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평생 소신이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꾸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것이다.
현재 아들 둘과 아내와 함께 사는 조 씨는 아들들이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며, 오히려 힘들 때 거들어 주기도 해 늘 힘이 난다고 자랑했다.
“저희 가족들은 옛날부터 힘든 일 있으면 주저 하지 않고, 달려와 주어 함께 거들었습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쓰레기차로 이동하면서 쓰레기더미를 치우지 않았어요. 구르마를 끌고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를 직접 실어서 동네 이곳저곳을 지나다녔죠. 그렇다보니 일손이 항상 필요했는데, 그때마다 가족들이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족들이 옆에 있었기에 조 씨는 항상 남을 위해 돕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며 마음속으로 새겼다고 한다.
“바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환경미화원에 대해 괜한 선입견을 가지고 불편한 눈으로 바라봐 주지 않았으면 하는 거에요.”

서울시 환경 텃밭 꾸미기에 동참
조 씨는 지난 5월 근로자의 날 서울시에서 주최한 시장 표창장을 수여받았다. 한결같이 ‘환경 지킴이’으로 살고 있는 환경미화원 중 타의 모범이 된 51명과 함께 선발되어 상을 받은 것이다. 상을 받은 이유는 바로 서울시 환경 텃밭 꾸미기 성공과 함께 남몰래 봉사한 점에 대한 공로다.
서울시 환경 텃밭 꾸미기는 서울시에서 환경미화원 상대로 지역 텃밭 꾸미기를 통해 보다 도시가 환경적으로 깨끗하게 가꾸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거기에 조 씨도 함께 포함되어 동참하게 된 것.
“지금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텃밭이 잘 꾸며진 것을 보면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약 2시간 정도 매일 시간을 할애해서 투자하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죠.”
이 작업은 무려 10년이 걸렸다고. 이른 새벽 일 나가고 오후에 일 마치면 그때 텃밭 꾸미기 일을 시작했다. 조 씨는 관악구 소속이었기 때문에 그 지역을 맡아 텃밭 꾸미기 조성에  거들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2011년 7월에는, 너나없이 서울시 전 지역의 환경미화원들이 침수피해가 발생한 지역으로 기꺼이 지원 근무에 나서 신속한 수해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기도 했다.
조 씨는 함께 동참한 환경미화원 사람들과 수해복구를 위해 앞장서기도 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청소업무에 종사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도시청결의 전문가로 발돋움한 그였지만, 지난해 침수피해는 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환경미화원 시장표창 대상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약 19년. 젊은 시절부터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온 모습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하다. 그 중 30%를 웃도는 17명은 20~30년을 환경미화원으로 근속하고 정년퇴직을 2~3년 앞둔 이들로, 눈을 감고도 담당구역을 훤하게 되짚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울시 골목골목이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 지켜보아온 산 증인이자, 그 길목 길목을 손수 매만져 깨끗하게 보듬어온 주역들이었다.
도시환경에 맞는 새로운 방식의 농업인 도시텃밭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쾌적하고 건강한 녹색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낸 그들은 조 씨와 더불어 일등공신으로서 환경가꾸기 봉사에 앞장섰다.
도시텃밭 조성은 본래 종로구청장의 공약사항이자, 구정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으로 방치된 땅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그 자리에 텃밭을 만들어 환경을 개선하는 도시농업 사업이다.
구는 그동안 28개의 도시텃밭을 조성했다. 그 현장에는 지금까지 환경미화원 직원들이 묵은 쓰레기 및 폐기물 처리, 주변 환경 미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활동은 환경미화원이 직접 조성하고, 각종 자재는 재활용 제품을 활용하기 때문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쓰레기 무단투기장 일소에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도시농업은 방치된 폐기물 처리 및 무단투기 방지 효과로 생태계를 유지·보존할 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환경교육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농작물 가꾸기를 통한 주민정서 순화와 지역공동체 회복, 이웃돕기의 창구역할을 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도시텃밭 조성은 지역주민의 오래된 쓰레기 무단투기 습관과 정면으로 부딪혀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조 씨는 그러한 어려운 작업을 묵묵히 해내었다.
“이제 쓰레기 무단투기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도시텃밭에서 파릇파릇 자라나는 초록색 떡잎들을 바라보면 그렇게 마음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환한 웃음을 짓는 조 씨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희망 나눔 행보에도 앞장서다
관악구내 일대 독거노인을 비롯해 장애인 및 보육원 등의 시설을 다니며 10년 동안 봉사를 해 온 조 씨는 오로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야 말로 남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특히 조 씨는 신림 14동 소재 2군데 독거노인 집을 방문해 식사대접 및 생필품 전달, 청소 등의 사소한 일부터 도왔다.
매년 겨울에는 쌀 및 성금 전달을 어려운 이웃에게 직접 전달하고 집수리 등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친 바 있으며, 앞으로 10월부터 새로운 회원과 함께 정기적으로 봉사활동 계획을 구상 중이다.
“예전에 ‘사도의 집’이라고 독거노인 분들이 계시는 시설이 있었는데 그 곳을 몇 년간 방문했습니다. 항상 저와 비롯한 그룹의 환경미화원 봉사자자들과 함께 도움을 주러 갔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저희들이 다른 일 때문에 부진해지는 관계로 그 집이 지방인 진천으로 이사를 갔더라구요. 이사하고 나서도 방문했지만, 그 후론 쉽지 않아서 다른 시설에 주로 방문봉사 하고 있습니다.”
조 씨는 봉사를 혼자 하지 않는다. 서울 시 환경미화원 자원봉사자 중 그룹별로 봉사하는 팀이 있어 그곳에 직접 지원하여 함께 봉사를 하고 있다.
남몰래 추진하는 봉사였다 보니 주위에 아는 사람만 안다. 하지만 그의 오랜 봉사활동이 차차 알려지면서 그는 봉사하는 아름다운 환경미화원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는 처음 환경미화원 면접을 봤을 때부터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46세의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지만, 단 한 차례도 직업을 바꾸지 않고 외길 인생을 걸어온 조 씨. 누구보다 노력해온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도 사실 봉사에요. 환경미화원 직업을 통해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배웠고, 그것을 지키면서 더 어려운 사람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힘이 닿는 한 꾸준히 이웃을 도우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조 씨의 삶을 바라보며 진정 나눔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며 자신만의 소신으로 존재가치를 빚어내는 그는 사람과 사람이 사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사람의 진정한 향을 풍기는 조 씨의 따뜻한 행보가 우리 사회에서도 더욱 깊은 향으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문혜원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