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사회복지사89 _ 김예리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상담지원팀장

내 앞에 닥친 일이 많고 책임이 무거울 때는 꿈과 목표를 떠올리기 어렵다. 눈앞에 보이는 나무들만으로도 앞이 보이지 않는데 저 멀리 숲까지 바라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예리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상담지원팀장은 상황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잊기 쉬운 것들을 마음속에 간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결해야 할 일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한데 당장 눈앞에 현실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잊지 말라고 하는 말들이 허황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김 팀장은 오히려 소진을 막기 위해서 가치와 꿈, 목표와 이상을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나의 안위보다는 모두의 안위, 나의 행복을 넘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이루는 변화는 꿈과 이상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 팀장은 목회활동을 하면서 장애인을 자주 접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무엇보다 대학교 3학년 졸업여행을 친구들과 함께 음성꽃동네로 일주일 동안 숙식하며 봉사활동 한 것이 장래에 장애인 관련 일을 해야겠다는 계기를 심어주었다.
“중증장애아들이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될 뿐, 교육의 혜택을 못 받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아이들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면 ‘교육’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4학년 1학기 때 장애·비장애 통합어린이집에서 실습한 김 팀장은 앞으로 통합어린이집이 확장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졸업 후 시민단체에서 사회경험을 쌓고, 대학원에서 특수교육학 석사과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장애인에 대한 연민, 그들과 함께하고 싶은 꿈’만 갖고 대학원에 들어갔던 김 팀장은 이러한 자신의 생각들이 깨지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의욕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닫고 장애인복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공부했다. 힘든 날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할 때 장애의 특성과 유형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소진될 때마다 ‘공부의 필요성’ 절감
장애인 가족지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석사과정 중에 2006년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 특수교사로 입사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전국 9곳의 장애인복지관에서 통합보육지원센터를 운영하게 되었고 서부장애인복지관은 서울 네 곳의 장애인복지관 중 한 곳으로 선정되었다.
김 팀장은 아동통합지원팀 소속으로 서울북부지역 통합어린이집의 보육교사를 지원하는 순회자문교사를 맡았다.
2010년부터 김 팀장은 가족상담지원팀에서 사례관리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사례관리는 장애인과 가족에게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접근이 가능한 영역이었고 대상자의 욕구에 따라 사회복지사는 도배 및 목욕 그밖에 다양한 일들을 해야 했다.
누구나 ‘봉사’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소진될 수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김 팀장은 관점을 달리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목표 안에 서비스를 제공하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고, 장애인복지를 둘러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서부장애인복지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최종 목표 ‘장애인 정책 제도화’
가장 가까이서 장애인의 삶을 바라보면서 느낀 점은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많이 필요한데 이를 실현시키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것이었다. 정책 토론회에서 사회복지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것을 자주 접했다. 김 팀장은 현장과 소통하며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을 제도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다.
“사례관리를 통해 현장에서 장애인에게 1:1로 서비스해주는 것이 소중하죠. 하지만 이것만이 사회복지사가 가져야 할 역할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장애인들을 위한 지원체계, 제도적인 기반을 만드는 것도 소중한거죠.”
김 팀장은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해 가르쳐 주는 곳이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에서 활동 중인 그는 사회의 모든 현안이 ‘복지’와 연관되어 있다고 여겼고 사회복지사가 목소리를 내야 할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는 한미FTA나 희망버스와 같은 사회 현안들에 대해 뜻을 같이한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사회복지사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하루하루 그에게 부여되는 무거운 책임감을 견뎌내게 하는 힘이다.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사는 열과 성을 다해 오늘도 밤늦게까지 일을 소화해낸다. 김 팀장은 행복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사부터 ‘행복한 사회복지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힘들 수밖에 없죠. 사회복지사가 현장 속에서, 삶 안에서 꿈을 가지고 살면 좋겠어요. 목표와 꿈을 보고 살아가면 일이 힘들지만은 않아요.”

글·사진/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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