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_ 장애해방운동가 故김주영 활동가 장례식

지난 10월 26일 새벽 자립하며 혼자 살아가던 1급 뇌병변장애인 故김주영 장애인권활동가가 성동구 행당동 자택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화재 발생 후 10여 분 만에 진화되었으나 미처 대피하지 못한 그는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10월 30일 광화문 광장에서 장애인단체 활동가 등 2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故김주영 활동가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활동보조가 부족한 중증장애인들이 (故김 씨처럼)이렇게 허망하게 죽는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복지부에 수없이 물었다”며 “더 이상 장애인들이 죽지 말고 투쟁해서 활동보조 24시간 약속을 받아내자”고 호소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활동보조에 본인 부담금 폐지 △장애등급제 폐지 △활동보조 서비스 대상 제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의 요구안을 주장하고 있다.  

갖가지 조건 붙여 ‘활동보조 서비스 제한’
故김주영 활동가는 식사, 화장실, 외출 이동 등 일상생활에 전적으로 활동보조를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이었다.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은 35만 명 이상이지만, 1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제한하고 엄격한 판정기준으로 실제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5만여 명 밖에 되지 않는다.
최중증장애인이 가족과 동거하는 경우 한 달 약100시간, 독거 상태일 때는 한 달 약 180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故김 활동가는 서울시 추가지원 180시간을 더해 전국 최대 수준인 한 달 360시간을 이용하고 있었음에도 갑작스러운 사고에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믿을 수가 없어요. 혼자 사는 장애인이라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장애인이 혼자 살아간다는 게 위험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옆에 활동보조인만 있었어도 충분히 빠져나왔을 거에요. 움직임이 쉽지 않고 많이 어려워서 못 나온 거죠.”
박경미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38·뇌병변1급)는 “119 신고도 (김 활동가)본인이 했다고 들었다. 문까지 열어놨지만 나오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우리가 수정 요구하는 것은 장애등급과 부양의무제 폐지다. 장애인은 1~6급까지 나눠져 있다. 비장애인은 등급 없다. 왜 장애인만 등급을 매기는 건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박 활동가 주변으로 자립해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은 고작 10%밖에 안 된다. 하지만 대다수 장애인들은 ‘자립’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자신의 마음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장애인들에게는 숙원이다. 그는 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난 이후 ‘자립’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활동보조인서비스와 소득’이 있다면 충분히 자신도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 
박 활동가는 시설 경험이 없고, 지금껏 부모님과 살아왔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나라에서 돈이 나오지만, 본인의 의사대로 마음껏 그 돈을 융통하긴 어렵다. 부모가 살아있고, 재산이 있으면 갖가지 조건을 붙여 장애인들이 받아야 할 서비스를 제한한다. 그는 자립생활센터 활동비로 생활하고 활동보조인서비스만 받을 뿐 장애인 연금은 부모와 거주하고 집이 있기 때문에 못 받고 있다.
박 활동가는 “우리가 故김주영 씨처럼 되지 않도록 국가에서 책임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고정된 사회 인식에 대해서도 “중증장애인들도 충분히 노동이나 자립생활을 할 수 있다. 편견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뇌병변 장애는 타 장애에 비해 언어장애나 느린 손동작 등으로 인해 취업의 어려움을 겪는다.
박 활동가는 “중증장애인의 욕구가 반영된 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펴야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은 ‘안경’같은 존재
박 활동가 곁에서 일상생활에 대해 지원하고 있는 활동보조인 박윤하(23) 씨. 그는 40시간 교육 이수하고 활동보조인 일을 시작했다. 장애인의 등급과 배정받은 시간 정도에 따라 활동 시간이 정해져 있다. 박 씨는 “같은 장애1급이라도 시간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활동보조인은 식대와 휴식시간이 없고 주로 장애인 이동보조를 많이 하는데 교통비를 활동보조인 자비로 움직여야 하는 등 지원이 열악하다. 4대 보험을 제외한 시급은 6000원 정도다. 박 씨는 “활동보조도 서비스 개념이어서 감정노동, 이동보조, 가사보조도 같이 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적정한 시급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시급도 많지 않은데 활동보조인에게 부과되는 일들은 많아서 남자들은 기피하는 편. 박 씨는 장애인을 들거나 옮기는 일이 잦기 때문에 남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활동보조인은 중년 여성이 많이 하고 있다. 박 씨는 “활동보조인도 직업인으로 느낄 수 있게 하려면 시급을 높여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인은 ‘안경’과도 같다. 하루에 8~9시간밖에 안경 쓰지 말라는 것과 똑같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글·사진/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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