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Ⅲ _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난달 13일 광화문역 농성장에서 장애인권운동가 故김주영 씨의 49재 추모식이 열렸다. 비통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식은 진행됐고, 김 활동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자리 외에도 부족한 활동지원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 활동가는 지난해 10월 26일 새벽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혼자 살아가고 있던 그는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화재가 발생해 119에 신고했지만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두었다. 그는 일상생활에 전적으로 활동보조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현행 복지부의 활동지원제도의 최대수준인 약180시간에 서울시의 추가지원 한 달 180시간(지자체 최대)을 받아 자립생활을 지속 해왔다. 그럼에도 부족한 활동보조서비스로 인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김 활동가 외에도 2012년에는 중증장애인의 죽음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근육장애인 허정석 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 호흡기가 떨어져 사망했다. 10월 29일에는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13살의 박지우 양이 중증장애를 가진 11살 남동생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었다.

35만 중증장애인 중 15%만 활동보조서비스 이용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복지법에 의거 2007년 정부의 공식사업으로 최초 시행됐고 2011년 10월부터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변경돼 실시하고 있다.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시간)를 제공하고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신청자격은 만6세 이상 65세 미만의 1급 장애인이며 소득수준과 장애유형에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정부가 바우처를 통해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민간의 중개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에게 지원되는 활동지원급여는 활동보조(신체·가사활동지원, 사회활동서비스), 방문목욕(목욕차량 이용), 방문간호(간호·요양 상담, 구강위생서비스)로 나뉜다.
서비스 대상자에게는 정해진 등급에 해당되는 정도에 따라 매월 일정액의 바우처를 지원하고, 일정액의 본인부담금을 선납 후 바우처 지원액을 사용할 수 있다. 본인부담금은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이 있다.
인정조사표 조사를 통해 인정조사점수에 따라 활동지원 1~4등급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본급여와 1인가구, 중증장애인가구, 출산·교육·취업·탈시설 여부 등을 고려한 추가급여가 제공된다.
기본급여는 성인과 아동으로 구분되며 성인은 1등급 86만원(약103시간), 2등급 69만원(약83시간), 3등급 52만원(약62시간), 4등급 35만원(약42시간)이다. 최중증 독거장애인의 경우 추가급여를 적용하면 월 최대 183시간(하루평균 6시간)정도 받는다. 아동은 성인장애인의 절반 정도로 1등급 52만원(62시간), 2등급 35만원(약42시간)이다.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35만명(전체 장애인의 14.5%)의 장애인 중 15%인 5만 여명이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루24시간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은 서비스 부족으로 자립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의학기준에 의한 인정조사표로 인해 획일적으로 급여량이 정해지고 있으며 추가급여도 장애인 간 결혼, 중중장애인의 출산 등의 사례에는 급여량이 축소되기도 한다.
2012년 6월 현재 서비스 이용률은 74.4%로 나타나 25%의 장애인이 서비스를 신청하여 이용권을 받았어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엄격한 대상제한과 서비스제한 및 높은 본인부담금으로 인해 서비스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음에도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방법을 모르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
장애계에서는 과중한 본인부담금 때문이라고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기존의 장애인활동보조사업에서 2011년 10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전환되면서 본인부담금은 2009년 최대 월4만원에서 2011년 최대 월12만 원 이상으로 인상되고 활동보조사업 당시보다 이용률이 10%이상 감소했다.
활동지원 수급자격 유효기간은 2년으로 2010년 10월 이전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약 3만 명의 서비스 이용자들은 올해 5월 말까지 인정조사표 조사를 다시 받아야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갱신과정에서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탈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인정조사표 문항개선과 의학적 기준 강화 대안에 대해 장애계에서는 활동지원등급 기준을 현행 1등급 380점 이상에서 330점으로 50점 낮출 것을 복지부에 요구하고 있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인정조사표 조사는 장애인의 환경과 욕구를 반영하지 못했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찾아주는 것이 서비스의 방향이어야 하지만 정부는 분배정의만 강조한다”고 질책했다.

장애등급제 폐지·장애인 환경 욕구 고려해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거주 지역에 따라 추가급여의 양이 달라지는 등 지역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자체 별 자체 추가지원 사업에 따라 지역적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예산 규모는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서울특별시가 가장 많았다. 예산비중도 서울특별시가 25.67%로 가장 높았으며, 제주특별자치도가 1.50%로 가장 낮았다.
지역적 격차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인 지자체 별 자체 추가지원 사업은 서울특별시가 추가지원사업 예산 비중이 16.30%로 가장 높았고, 강원도는 0.90%로 가장 낮았다. 활동지원서비스 확대시행에도 불구하고 활동지원급여 이용률이 전체 16개 광역시도에서 50%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활동보조인 1인당 이용자수는 광주광역시가 1.51명으로 가장 적고 경상북도가 2.43명으로 가장 많았다. 광주광역시는 활동지원급여 이용률이 42.59%로 16개 광역시도에서 서울 다음으로 높아 활동보조인 수급이 원활할수록 급여 이용률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활동보조인 등록인원은 3만4634명이지만, 실제 활동인원은 2만5347명으로 집계돼 활동보조인 활동률은 73.1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 정책실장은 “복지부는 바우처제도 운영방식을 민간에 넘기고 서비스 질적 기준을 주지 않았다. 장애인은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되고, 활동보조인은 임금을 받는 구조 속에서 활동보조인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활동지원수가는 시간당 8300원으로 노인요양보험제도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다. 활동보조인 임금은 수가의 75%로 시간당 6225원 수준이며 근로기준법상의 각종 수당은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 머무르고 있다. 서비스제공 과정에서 성추행, 인권침해 등에 놓여도 대응하기 어려운 상태다. 남 정책실장은 활동보조인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 제정과 지침강화, 매년 10%이상의 수가인상으로 활동보조인의 임금인상과 근로기준법상의 각종 수당지급을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2012년 예산은 3098억7800만원이었고, 2013년 정부예산안은 3213억 7600만원을 편성했다. 2013년 예산은 전년도 예산의 3.7%인상안이고 보건복지부는 서비스 수가를 3% 인상할 계획을 발표했다. 수가 인상으로 서비스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 정책실장은 “장애인에게 ‘남들처럼’이란 말은 큰 의미를 갖는다. 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내 지원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권리로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글/박선미 기자
자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미니인터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 은 주 총무국장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자유,  내겐 너무 소중해요”

강릉이 고향인 정은주 총무국장은 29년 간 가족과 함께 살다가 2004년에 부모님 건강이 악화되고 상황이 좋지 않던 차에 체험홈 공고를 보게 돼 무작정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로 올라가 생활하기 시작했다. 낯선 곳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밤에 잠도 못 자고 화장실도 못 갈 정도였는데 한 달 정도 생활해보니 ‘남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 힘든 건 아니었는데 모두가 만류하는 데 서울 온 거 잖아요. 오기가 있었죠.”
정 국장은 동대문구 제기동에 집을 얻고 피노키오자립생활센터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하면서 사회의 첫 발을 내딛었다.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을 연계하고 체험홈, 동료상담 일을 맡아 했다. 자립생활센터 일을 접고 장애인문화공간에서 3년 간 일 한 뒤 현재 그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재정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 자립생활 인생의 큰 변화
서울에서 자립해서 혼자 살아가는 삶은 그녀의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되었다. 선천적인 장애로 인해 스스로 위축된 삶을 살았고 원하는 것이 있어도 남들에게 제대로 표현할 수도 없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다. 하지만 서울에 온 이후로 그는 모든 것들을 자신이 선택하고 해결하는 삶을 살아가게 됐다.
“인간의 권리를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집에서는 예, 아니오 밖에 할 말이 없었는데 자립한 이후로 나를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편한지 소통의 관계를 알게 됐어요. 내가 원하는 공연도 보고. 그런 자유, 아무 것도 아닌 자유가 소중해요.”
정 국장은 한 달에 360시간 하루 12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다.
아침 8시에 정 국장 집으로 활동보조인이 찾아와서 오후 네 시쯤까지 목욕과 청소 등의 신변보조와 사무보조 일을 한다. 오후부터 저녁시간 대에는 활동가로 일하는 다른 활동보조인이 정 활동가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초창기 활동보조서비스가 시행되던 때부터 서비스를 받아왔다. 하루에 두 시간 서비스 받을 때부터 하루 열 두 시간 서비스를 받기까지 시간이 흐른 만큼 생활상의 변화도 컸다.
희귀난치성 질환인 척추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정 국장은 처음에는 몸을 움직여 냉장고 문을 열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몸이 굳어 방 안에서 혼자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숟가락도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힘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지만, 질환의 예후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없다. 오히려 병명을 몰랐을 때가 더 두려웠다고 한다.

장애인이 덜 불편한 세상 인간적 대우받는 사회 돼야
김주영 활동가의 죽음을 접했을 때 정 국장은 “모두(자립생활하는 중증장애인)가 두려워하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낮 시간대에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나면 밤에는 활동보조인을 쓸 수가 없다. 밤에 시간을 할애하려면 자부담을 해야 하기에 밤에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드물다.
올해 5월에 서비스신청자격을 갱신해야하는 그는 벌써부터 겁이 난다고 했다. 장애등급 판정을 받기 위해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것도 자부담해야 하고 무엇보다 과정에서 등급이 하락하거나 문제가 생겨 활동보조 시간이 축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병원 의사가 그러더라고요. 딱 봐도 중증장애인인데 힘든 사람 병원 왔다 갔다 하게 만드는 행정절차가 화가난다면서요. 이러한 일들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형식적 절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항목에는 핸드폰을 혼자 쓸 수 있는지, 돈 계산을 할 수 있는지와 같이 ‘가능’과 ‘불가능’만 체크할 수 있게 되어있을 뿐 장애인이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묻지 않는다. 정 국장은 현재보다 서비스를 적게 받게 된다면 ‘살아갈 수 없다’고 했다. 점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원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활동보조인의 처우가 불안하면 이용자도 불안해요.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똑같이 바라보고 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처음 시행 때는 자부담이 없었지만 2만원, 4만원으로 늘어나 지금은 한 달에 9만 원 정도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한 달에 백만 원도 안 되는 급여에 월 10만원은 그로서는 부담이 크다.
“태어났을 때 장애 몇 급이냐에 따라 사회적 환경 범위가 정해져요. 어디에 가도 장애 몇 급이냐는 소릴 들어요. 인간에게 낙인이거든요. 사람을 등급 매겨 인위적으로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장애가 있다고 해서 위축되지 않도록 장애인의 욕구를 찾아 사회에서 덜 불편하게 살아가도록 해주길 바라요. 장애인은 충분히 불편함을 느끼고 살아요. 바닥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요.”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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