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Ⅰ _ 다문화가정학생복지

 

어머니는 아이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 생활습관, 가치관, 언어, 성격 등 성장과정에 있어 어머니라는 존재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이의 성장 전반을 이야기할 순 없다. 저 출산 시대에 아이는 ‘사회’가 키운다는 말도 있지만 모든 아이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보호받으며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고향을 떠나 먼 타국에서 온 이주여성들은 미숙한 한국어 능력과 상이한 문화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사회적 편견까지 더해 다문화가정은 더 큰 마음의 고통을 겪는다. 국내 거주 외국인 140만 시대. 이 중 결혼이민자는 10.2%로 매년 수가 증가하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소외 없이, 낙오 없이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우리사회는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알아본다. 

2011년 다문화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출생아는 2만2014명으로 전년(2만312명) 보다 8.4%(1702명)증가했고, 전체 출생아(0.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출생에서의 비중은 4.7%로 전년(4.3%)보다 증가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비중도 전년대비 1.4% 늘어난 17.3%로 다문화 출생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2년 다문화가정현황 결과 다문화 학생 수는 4만6954명으로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이는 다문화가정 학생 현황을 처음 조사한 2006년(9389명)보다 5배 증가한 수치이다. 전체 학생 대비 다문화가정 학생은 0.7%이고 2014년도에는 1%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등학생 72.0%(3만3792명) 중학생 20.5%(9647명) 고등학생 7.5%(3515명)로 중·고등학생 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늘어났다.
시·도 별로는 경기(22.2%), 서울(15.9%), 전남(8.0%)이 높았고, 전체적으로 수도권이 43.4%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부모 국적별로 중국(33.8%), 일본(27.5%), 필리핀(16.1%), 베트남(7.3%) 순이었다. 국제결혼 자녀는 94.4%, 외국인가정 자녀가 5.6%였다. 중도입국자녀는 전년(2540명)보다 68.9% 늘었다. 

다문화가정 학생 점점 늘지만 지원·정보제공 부족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적 지원 부족과 그릇된 인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아동 교육권 실태조사 결과 이주아동의 61.4%가 한국어능력 부족으로 인한 입학의 어려움을 겪었고, 15.2%는 학교 측의 입학거부를 경험했다. 학교생활 중에도 발음과 피부색 놀림, 학과 진도의 어려움, 가정형편 등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경기도 내에서 10명 중 4명꼴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의회 예산정책담당관실에서 발표한 다문화가정 교육정책 개선방안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2008년 4307명에서 매년 25%씩 증가해 2012년 1만367명으로 조사됐다.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학교 미등록률은 평균 43.8%(6683명)로 초등학생 35.9%, 중학생 50.7%, 고등학생 68.6%로 상급 학년으로 진학할수록 학업중도포기자가 많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식조사 결과 다문화가정 학부모와 학생들은 개인적 특성에 따른 교육지원 부족, 교육정책에 대한 정보 제공 미흡을 지적했다.
윤영 생각나무BB센터 홍보팀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문화가정이 많고,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가정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가정이 부족하면 사회가 채워줘야 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업중도포기 증가는 ‘사회문제’이자 ‘다문화가 처한 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배려한 다문화가정 지원 부족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다문화가족아동의 사회적응실태 및 아동복지서비스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학교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학교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비율이 다문화가족 아동(26.2%)이 일반 아동 보다(18.8%) 높았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에 대한 이유 항목에 ‘학업부담 및 스트레스’를 답한 학생들이 많았다.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는 사회적보호와 지원이라는 특별함을 갖기도 하지만, 여느 한국인 가정처럼 평범하게 살고자하는 바람을 실현시키는 데 있어 제한이 되기도 한다.
생각나무BB센터 안순화 공동대표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 보다 알림장을 한 권 더 받는다. 그 전에는 다문화가정이라는 것을 몰랐다가 학교에서 알게 된다”며 다문화 학생에 대한 학교의 배려가 부족함을 안타까워했다. 이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가는 체험학습 몇 분이 커다란 혜택처럼 비쳐지는데 실제 다문화가정이 처한 현실은 그렇게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아이들 중에도 수업을 못 따라가는 아이들도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다문화가정 자녀’이기 때문에 보강을 받는다”며 보충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 내에서도 또 다른 의미의 차별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회 전반에 다문화가정 인식개선 시급
학년별로 다문화에 대한 수용정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일반아동의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 수용성 질문에 학년별로 저학년보다 ‘고학년’일수록 다문화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또한 다문화인 태도에 있어서 다문화인은 한국인이 아니라고 인지할수록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 
이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서 문화 개방적 교육을 강화하고 다문화 친화적 교육이 필요하며 다문화가족 아동과의 접촉경험을 높일 수 있도록 통합교육과 경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주최한 다문화교육 발전을 위한 지원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경기도의회 이효경 의원은 “중도입국자녀들을 위해 다문화 특별학급 확대 설치하고, 정규학교 미편입생들을 위한 공립 대안학교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박재규 연구의원은 “다문화가정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안학교 설치가 시급하다”고 제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다문화에 대한 선생님들의 의식변화가 우선돼야”하며 “편견 없이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소수 다문화가정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생각나무BB센터의 안순화 대표는 “다문화교육은 ‘모든 학생 대상’으로 실시돼야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는 한 두 명의 다문화가정 학생에게만 지도하고 있다. 소수인 우리(다문화가정학생)가 변할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야한다”고 충고했다.  
 글/박선미 기자
 자료/생각나무BB센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청 외

<미니인터뷰>

 

“우리 아이들도 한국인이에요.  단지 엄마가 베트남 사람일 뿐이죠”
-도티빛평·도옥루이엔 자매

1990년대 베트남 방송은 한국을 아시아의 용으로 소개했다. 도옥루이엔 씨(36)는 부상하는 한국을 보면서 왜 베트남은 아시아의 용이 되지 못했을까 궁금해 했다. 한국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국학을 전공하게 됐고, 이 인연의 끈은 한국 유학으로 이어졌다. 그는 한국의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며 한국의 좋은 점을 알게 됐다. 언니인 도티빛평(40) 씨에게 한국에서의 삶을 권유했고, 언니는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한국인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았다. 학부형인 두 자매가 들려주는 자녀교육 이야기를 듣는다.   

정부, 이주여성 사회진출 권장·배려해야
도티빛평 씨는 “동생을 통해 한국의 좋은 점을 많이 알게 됐다. 남편도 알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자매의 가족들은 한국과 특히 인연이 깊다. 4남매 중 둘째인 오빠가 서울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도옥루이엔 씨는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자매의 사촌동생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언니인 도티빛평 씨는 열 살과 일곱 살의 아이를, 동생인 도옥루이엔 씨는 일곱 살과 다섯 살의 아이를 둔 엄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도옥루이엔 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준비 단계라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어 “한국 아이들이 우리 아이가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왕따를 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도옥루이엔 씨는 한국어가 능숙했고, 언니인 도티빛평 씨는 다문화센터와 복지관 등에서 한국어를 배워 의사소통에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도옥루이엔 씨는 “한국어를 어려워하고 못하는 이주여성이 더 많고, 한국인 남편들은 아내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엄마 모국어로 말을 하면 남편들은 혼내거나 ‘여긴 한국이니까 당연히 한국말을 하라’고 가르친다”고 덧붙였다.
도옥루이엔 씨는 더 많은 이주여성들이 ‘사회생활’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한국정부가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주여성들을 상담하는 일을 하는 도옥루이엔 씨는 많은 수의 이주여성들이 사회생활을 원하지만 아직 한국사회는 이들의 사회진출을 막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여자가 집에서 살림해야 한다는 고정적인 생각이 있어요. 베트남에서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요.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들은 집 안에만 있으면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언어능력이 늘지 않습니다.”
2006년에 한국에 온 도티빛평 씨는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고 서울글로벌센터 다문화가정프로그램 중 동화구연에 참여하면서 지금도 한국어를 계속 복습중이다. 그는 “정확하고 올바른 언어를 구사하는 동화구연이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지역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동화구연교실을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옥루이엔 씨는 다문화가정 방문교사를 대상으로 교수법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방문교사들이 봉사활동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체계적이지 못한 편”이라고 했다. 방문교사들은 한국어수업 뿐 아니라 한국생활 전반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전문적인 강사가 이주여성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학생 학업포기는 ‘언어·심리·경제상황’ 등 변수 작용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해 도옥루이엔 씨는 “마음이 아프다. 공부를 못하게 되면 어떤 식으로 인생을 살아가게 될지 걱정이 된다”고 염려했다.
도티빛평 씨의 큰 아이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네 살에 한국으로 왔다. 큰 아이는 집에서 생활할 때는 베트남 말을, 유치원에 가서는 한국말을 한다. 유치원에서는 유치원 교사들과 지내면서 정상적인 한국어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엄마가 말하는 서툰 한국어보다 유치원에서 교사들과 지내며 배우는 정확한 한국어를 통해 아이는 한국어를 극복함과 동시에 베트남어도 구사하게 되어 이중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다. 
도옥루이엔 씨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특별반 수업에 대해 “한국 부모들도 바빠서 아이들을 제대로 못 봐주는 경우도 있다. 추가적으로 교육이 필요한 한국 아이들도 수업 받을 수 있도록 ‘열린 수업’을 지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반은 다문화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낙인’으로 작용해 나머지 학생들에게 특별반은 부족한 아이들이 들어가는 반이라는 인식이 생길 것이라고.
또한 그는 어머니의 부족한 한국어 능력이 무조건 아이의 학습능력으로 연결된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포기하는 것은 ‘언어 문제’ 뿐 아니라 기저에는 ‘심리적 문제’, 가정의 ‘경제상황’도 작용할 것이라는 게 도옥루이엔 씨의 의견이다.
“다문화가정 중에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가정이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부모가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많지 않아요. 근본해결은 아빠, 엄마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사춘기를 맞게 될 무렵부터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생긴다. 도옥루이엔 씨는 향후 아이들이 직면할 이러한 혼란에 대해 “나는 한국인이다. 단지 엄마의 고향이 베트남일 뿐”이라고 가르칠 생각이라고 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도전해 한국사회에 필요한 존재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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