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복지사92 _ 조순자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센터장

조순자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센터장은 어려서부터 막연히 ‘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는 장애를 핑계 삼아 집 안에서 움츠리며 살아가는 삶을 원하지 않았다. 나만 참고 묻어두면 된다는 생각을 버렸다. 자기 안에서만 답을 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집 밖에서, 세상 밖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했다. “내가 집 밖을 나와 봐야 좋은 세상이 있는지, 장애물이 많은지 알죠. 누구도 집에만 있으라고 한 사람 없어요. 하고 싶은 게 있는 지 없는지 나와 봐야 알죠.”

조 센터장이 두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홀로 4남매를 키웠다. 열병을 앓은 뒤 소아마비가 온 그는 늘 집에서 있거나 외출을 할 때면 언니나 오빠의 등을 빌려야했다.
취학통지서가 나와도 학교에 갈 수 없었고 늘 혼자 집에 남겨졌다. ‘공부’가 절실했다. 그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시설 밖에 없었다. 적십자 관련 일을 했던 어머니의 영향과 조 센터장의 열망이 더해져 부산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내게 되었다.
성인시설로 거처를 옮겨야 할 나이가 되자 인천의 한 시설에서 생활하는 친구를 따라 고향을 떠나 인천으로 둥지를 옮기게 되었다. 그 시설은 장애인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시설이었다. 방은 두 개 뿐이고 휠체어도 시설에 하나만 있었을 정도로 환경은 열악했다. 조 센터장의 어머니는 몇 번이나 ‘정말 이 곳에서 살 거냐’고 되물었지만 그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내 인생이 집에 있으나, 시설에 있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정 안되면 다시 내려오면 된다고 여겼지요.”

끝까지 공부 포기하지 않은 건 삶의 ‘선물’
친구 따라 인천에 온 조 센터장은 그곳에서 부산에서 알던 선배를 만나게 되었다.
공부보다는 직업교육이 목적인 시설이어서 공부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없던 차에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던 선배를 통해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목사님의 소개로 야학으로 공부 했지만 시험을 자주 접하지 못했던 그는 무서움에 시험장에 가지 못했다. 그 후로 허송세월을 보내다 스물한 살 되던 무렵 특수중학교인 광명시 명혜학교에 입학했다. 그때 당시 ‘학교에 들어가면 반드시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마음속에 깊게 새겼다. 입학할 당시의 각오대로 조 센터장은 시설을 나와 기숙사 생활을 하며 3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고 스물네 살에 학교를 졸업했다.
졸업하면서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내린 답은 ‘장애인에 대한 일’이었다. 이후 교회 선교센터에서 자원봉사 일을 했고, 결혼한 장애인 부부 모임을 주최하기도 했다.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원 신청을 냈고 채택되어 지원비를 받아 모임을 운영했다.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센터장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겠단 생각에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무엇보다 그 시절 알게 된 어느 복지관 관장님의 말씀이 검정고시를 치러야겠다는 열망에 불을 지피게 되었다.
“나를 만난 사람들은 제가 공부를 많이 했을 거란 느낌을 받았어요. 모임하면서 관장님이 ‘너는 지금까지 공부 안하고 뭐했냐’고 하시더라고요. ‘공부해서 제가 제대로 이 길을 갔으면 한다’면서요.”
공부를 좋아했고, 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는 꿈을 이룰 수 없었다. 복지관 관장의 말 한마디로 인해 조 센터장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격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003년에 대입검정고시를 치르고 이듬해 한양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여성장애인들에게, 세상과 부딪쳐 원하는 삶 살기를
2009년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이 여성장애인 사회참여 확대사업 시범수행기관으로 선정됐고, 그는 상담지원센터의 상담원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취직을 하면서 수급비가 끊겼지만, 여성장애인들에게 ‘수급비 없이도 살아가는 모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취직하고 첫 월급을 받으면 수급자 탈락의 위험이 커져요. (정부에서)유예기간을 줬으면 좋겠어요. 점차적으로 수급비를 중단하면 다시 취업 욕구가 생겨요.”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는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종합상담과 역량강화를 위한 전문가 양성교육, 압화, 평생공예교육지도사 등의 프로그램과 자조모임, 지역사회자원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사회활동을 먼저 한 선배로서, 인생을 먼저 살았던 언니로서 여성장애인들에게 생생한 조언을 들려주었다. (주)힘찬위드 콜센터에 취업한 여성장애인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을 했다. 사회생활 경험도 부족했던 터라 힘든 적응 시간을 보내야했던 그녀들에게 조 센터장은 “사회는 성실한 사람 버리지 않고, 무엇이든 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게 되어있다. 절대 먼저 그만둔다고 하지 말라”고 충고하곤 했다.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소중한 인연이 그의 곁에 있었고,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망의 끈을 어떠한 상황에도 놓지 않았다. 조 센터장은 안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었다.
“여성장애인들은 아마 저만큼 되는 것이 꿈일 겁니다. 저는 항상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생각했어요.”
 글·사진/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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