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굿바이 평창”
소통과 화합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 하다

전 세계 지적장애인들의 겨울 스포츠축제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이 8일간 열전을 펼치고 지난달 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스페셜올림픽은 106개국 3014명의 선수단이 1월 2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날인 30일부터 시범경기 1개 종목을 포함한 8개 종목 경기를 펼쳤다. 특히 개막식에는 미얀마의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 등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가했는가 하면 폐막식에는 K-pop 공연이 펼쳐지는 등 경기 내내 다양한 볼거리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스에서 날아 온 스페셜올림픽의 꽃 성화

 

전 세계 지적장애인들의 겨울스포츠축제 2013평창스페셜올림픽 성화가 1월 17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불을 밝혔다.
이날 자페이언 펠리스에서 열린 성화채화식은 태양열로 불씨를 만든 뒤 성화봉에 불을 붙이고 나경원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을 거쳐 성화봉송 선수인 김민영 선수에게 성화봉이 전달됐다.
그리스 아테네의 자페이언 팰리스에서 태양열로 채화된 스페셜올림픽 성화는 같은달 23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도착해 전국 순회봉송을 시작했다.
이 날 광화문 광장을 출발한 성화는 파주 인천 수원 충남 전북 전남 대전을 거치는 1코스와 충북 경북 대구 울산 경남 부산 제주를 경유하는 2코스로 나뉘어 전국을 순회한 뒤 29일 강원도 평창에서 합쳐졌다. 
대한민국 16개 도시를 돌아 29일 개막식장인 강원도 평창의 용평돔에 들어선 성화는 파푸아뉴기니·나이지리아·멕시코·러시아·자메이카·대만에서 온 지적장애인 선수들의 손을 거쳐 마지막으로 한국의 스노보드 대표 선수 황석일(24)에게 성화가 전달됐다.
조심스럽게 성화를 받아든 그가 천천히 두 팔을 뻗자 ‘Together we can’이라는 슬로건 아래 모여든 선수단과 관중 4300여명의 눈 앞에서 성화대에 ‘희망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지적장애 3급(자폐)인 황석일 선수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희망의 불꽃을 밝히다

스노보드에 입문한 지 1년 반 만에 2009년 아이다호 동계 스페셜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따냈다. 2011년 아테네 하계 대회에서는 바다수영 종목에 출전해 완주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 출전 경험이 풍부해 많은 사람 앞에서도 떨지 않는 황석일을 성화 점화자로 선정했다”며 “지적장애인이 도움을 받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재능을 갖춘 주체라는 것을 알리자는 대회 취지에 잘 맞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황석일은 매달 월급을 받는 당당한 직장인이다. 인라인 스케이트 준지도자 자격증을 따내 2010년부터 충북 청주의 스포츠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정식 직함은 ‘대여실장’. 장비 대여와 수리를 전담하고 상담은 물론 당직 근무도 한다.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수강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 보조 강사로 힘을 보탠다.
황석일은 2004년 인라인 스케이트를 처음 배웠다. 이듬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일주일간 전국 일주를 해냈다. 주성대학 레저스포츠학과를 졸업한 뒤엔 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했다.
어머니 김정희(52) 씨는 “남들 고시 공부하듯 밤을 새워가며 공부해 필기시험을 어렵게 통과했고 다리가 퉁퉁 부을 정도로 연습해 실기 시험에도 합격했다”고 밝혔다.
어머니 김씨는 “자폐를 가진 아들이 의사소통 능력, 상황 대처 능력, 판단력이 나아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었다”며 “일반인들과 어울려 지내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스스로 깨닫고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성화에 집중됐다.

평창서 8일간의 열전 시작되다

 

1월 29일 오후 6시 강원도 평창 용평돔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각국 선수단은 물론 미얀마의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 등 글로벌개발서밋에 참가하는 각국의 정상들과 국내 고위인사, 대회 홍보대사인 김연아 김태원 원더걸스 등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가했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하는 ‘꿈의 합창’을 주제로 기타리스트이자 음악감독으로 꼽히는 이병우 성신여대 교수가 총지휘를 맡은 개막식에서는 선수단 입장과 김연아 히딩크 홍명보 등 국내외 홍보대사들의 선수 환영 축하메시지로 보냈다.
스페셜올림픽은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날 30일부터 시범경기 1개종목을 포함한 8개종목 경기를 2월 5일까지 펼쳐졌다.

장애·비장애인 하나 되는 문화공연 ‘풍성’

‘2013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은 개막식부터 장애·비장애인 모두가 한 데 어우러지는 문화올림픽으로 열리는 취지에 맞게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됐다.
올림픽 기간 중 강원도 평창, 강릉 등 5개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 콘서트, 난타 공연, 국악 공연, 뮤지컬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함께 펼쳐졌다.
3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콘서트홀에서 국립발레단과 마술사 이은결이 함께 펼쳐진 ‘발레&매직’ 공연에는 장애인 발레리나가 함께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2월3일 알펜시아 내 야외공연장인 뮤직텐트에선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의 ‘나눔’ 공개방송에서는 지적장애인이 직접 오디션에 참여하고 대회 홍보대사인 가수 김태원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1월30~2월1일 매일 오후 2시에는 알펜시아 오디토리움에서는 지적장애인을 주제로 한 영화 ‘아이엠 샘’, ‘하늘이 보내준 딸’, ‘내 이름은 칸’ 등이 상영됐다.
대회기간 동안 관동대에서는 지적 장애인의 사진 작품과 e스포츠게임을 체험하는 상설 전시 및 체험 행사도 운영됐다.
이 밖에도 전국의 지적장애인 가족을 초청해 대회를 관람하고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희망가족 스페셜 캠프’가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양일간 평창, 강릉, 낙산에어포트 콘도 등에서 열렸다.

평창의 감동 만든 숨은 일꾼 ‘DAL’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감동 뒤에는 남모르게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중에서도 전세계에서 온 선수단을 직접 이끌고 보살펴주는 자원봉사자의 ‘꽃’인 DAL(Deligation Assistant Liaison,대표선수지원단)은 대회의 중추신경을 맡았다.
DAL은 각국 올림픽 대표단을 전담, 통역을 비롯해 문화행사 관람, 관광 안내, 경기 진행, 쇼핑 안내 등 다양한 부문에 도움을 줬다. 이밖에도 야간에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경우 등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선수단을 가족처럼 보살폈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대표단에게 한국의 따뜻한 정과 문화, 그리고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전해주는 문화사절단이자 국가 홍보요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각국 선수단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DAL’은 이번 대회에 외국인 국적 6명을 포함 모두 211명이 활동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23세로 대부분 대학생들인데 최고령자는 61살이고 최연소는 19살이다.
최고령자 권석하 씨는 고국에서 열리는 스페셜올림픽에 언어 봉사자로 참여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귀국했다.
권 씨는 “조건 없이 사람을 돕는 것이 좋아 이번 스페셜올림픽에 DAL 자원봉사자로서 참여하게 됐다”며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많은 것들을 배우고 돌아간다”며 뿌듯해했다.
권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란다”라는 말을 남기고 영국 선수단을 인솔해 경기장을 떠났다.

스페셜핸즈 참가 7개국 “한국 고마워요”
 
이번 스페셜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스페셜핸즈’ 프로그램이다.
평창대회조직위원회는 경제적, 지리적으로 소외됐던 아태지역 7개국을 초청해 동계 스페셜올림픽을 경험하게 해주는 스페셜핸즈 프로그램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시도했다. 
자국에서는 동계종목 스포츠가 거의 없고 어떤 종류의 동계올림픽에도 참가해 본 적이 없는 몽골·네팔·태국·캄보디아·파푸아뉴기니·베트남·파키스탄 등 7개국 50여명의 선수단은 처음으로 평창스페셜대회에 참가하는 행운을 얻었다.
특히 이번 대회 개막식 첫 번째 성화 주자였던 파푸아뉴기니 로사 네게(17 여·다운증후군) 선수는 1월 30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계스포츠 종목에 출전, 결승점을 완주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네팔의 지오티 세르찬 단장은 “우리는 히말라야산맥을 갖고 있지만 동계스포츠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모든 올림픽을 통틀어 우리가 겨울 스포츠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진 몽골의 갈바드라크 아리운 대표는 “솔직히 이 대회에 오기 전까지 스페셜올림픽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스페셜올림픽이지만 이 대회야말로 지적장애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대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정과 감동 60억 지구인 가슴에 불꽃으로 남다
 

 

폐막식은 평창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영상을 배경으로 지적장애인 8명으로 구성된 소리샘벨콰이어팀의 핸드벨 연주를 시작으로 피겨스케이팅의 여왕과 전설인 김연아·미쉘콴 아이스쇼, 지적장애인 선수와 관객, K-pop 가수들이 함께 하는 화려한 무대가 만들어졌다. 
지적장애인 기타리스트인 김지희 씨는 관객에게 잔잔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대회에 참가한 지적장애 피겨스케이팅 선수 20명은 한 자리에 모여 신나고 화려한 플래시 몹 형태의 아이스쇼를 보여줬다. 공연의 안무는 김연아의 안무가로 유명한 데이빗 윌슨이 맡아 화제를 모았다.
성화가 소화되고 SOI기가 다음 개최국인 미국 선수 대표에게 전달되며 8일간의 열전은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공식 폐막식에 앞서서는 이번 대회 중 사망한 맨섬팀의 개리스 데렉 코윈선수를 추모하는 의식이 진행됐다.
자신에게 주어진 장애를 극복하고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던 106개국 약 2000여명의 선수들은 이날 폐막식을 끝으로 평창에서의 8일간의 추억을 가슴속에 담겼다.

글 김인수기자
사진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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