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_ 장애인 참정권 차별시정 촉구 집단진정 기자회견

지난 1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18대 대통령선거 장애인참정권 차별시정 촉구 집단진정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차련) 측은 성명서에서 “투표권은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주어지고 참정권은 국민의 5대 권리로 정해져 있지만,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참정권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고 질타했다.

장애인 참정권 행사함에 ‘정당한 편의’ 제공돼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에는 ‘장애인이 참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되며,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 및 설비, 참정권 행사에 관한 홍보 및 정보 전달, 장애의 유형 및 정도에 적합한 기표방법 등 선거용 보조기구의 개발 및 보급, 보조원의 배치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에서 장애인이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은 요원하기만 하다.
지난 해 대통령선거에 장애인의 참정권이 보장되고 있는지 알기 위하여 1577-1330 장애인차별상담전화 평지 운영단체 중 13개 단체(거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여성장애인연대, (사)장애인지역공동체,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수원새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의정부세움세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충북장애인부모연대, 포천나눔의집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통영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함께 연대하여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이로써 총 34건의 진정서를 취합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집단진정 기자회견 후 대구장애인공동체에서 따로 진정한 8건의 진정서를 제외한 나머지 총 26건의 진정을 인권위에 접수했다.
모니터링 결과 투표소의 출입구가 계단이거나 턱 때문에 ‘휠체어가 접근하지 못한’ 경우, 시각장애인이 알 수 있는 선거 공보물이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제공되지 않은 것, 지적·발달장애인에게 ‘투표방법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투표하기 어려운 점,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오면 투표소 설치하겠다’ 장애인 배려 없어
박김영희 장차련 사무국장은 “장애인에게 참정권이 있다 말만 할 뿐 여전히 장애인은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 장애인 상담원들과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 장애인 거주지 내에서 투표하러 갔을 때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은 사항들을 모니터링 했다”면서 “장애인 권리를 위한 옹호활동과 자기 권리를 찾는 행위의 결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러 나온 것”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나와 있는 것처럼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로서 보장받을 때까지 끊임없이 인권위에 진정할 것”이며 “앞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떠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발언을 마쳤다.
다음 발언으로 나선 김수미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은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하러 갔을 때 화장실이 잠겨 있거나 공간이 너무 좁아 휠체어가 이동하기 불가능했다”고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도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투표할 권리가 있는데 투표소 가기까지가 너무 힘들고, 편의시설이 형편없어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 어떤 장애를 가졌더라도 국민으로서 투표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미영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활동가는 “지난 해 국회의원총선거 전 성북구 지역 투표소를 돌아보았을 때 투표소 입구에 경사로가 되어있고 출구에 계단이 있어 장애인이 들려 나와야 했고, 주차장 한 편에 투표소가 마련됐지만 차가 지나다니는 위험한 장소에 투표소가 마련돼 있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임시경사로를 설치하는데 얇은 합판을 설치해 놓아 장애인이 불안하게 들어갔고, 투표를 마치고 돌아 나올 때 투표소 안의 공간이 좁아 전동휠체어가 후진해서 나와야 했다. 이 모두는 눈에 보이는 장애인 참정권 침해였지만, 더한 것은 시각·청각·발달 장애인을 고려해 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성북구 투표소 현황을 받아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투표소를 돌아보고 선거사무원과 얘기를 나눴다”면서 “장애인들을 위해서 1층에 투표소가 마련돼야 하는데 선거사무원들은 장애인이 투표소에 오면 그때 설치하겠다고 너무 당당하게 말했다”고 비난했다. 
배 활동가는 “그나마 변화가 있었던 것은 9월에 투표소 결정 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장애인단체와 각 정당들이 모여 투표소를 한 바퀴 돌아보고 투표소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해 왔다는 것이었다”며 “행동으로 나서지 않으면 변화되지 않는 게 우리(장애인)의 삶이라고 느꼈고, 사실 이러한 문제는 인식의 변화에서 와야 하는 문제”라고 성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이번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으로 장애인들의 참정권이 보장되었으면 한다”며 발언을 마쳤다.

장애인임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투표…불편 없이 개선촉구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시각장애인 정미영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회원이 참석해 난생 처음으로 투표한 날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며 그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정 회원은 ▲학교 입구와 그 안에 점자블록이 되어 있지 않음 ▲보조용구가 투표용지에 비해 커서 투표 구멍에 들어가지 못함 ▲교실이 아닌 복도에서 투표소가 마련되어 불편 발생 ▲선거 날이 가까워 옴에도 점차 책자가 발송되지 않음 ▲시각장애인이 선거하는 방법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던 점을 애로사항으로 들었다.
이어 정 회원은 “보조용구를 작게 만들거나, 투표 구멍이 컸으면 하고 교실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선별적으로 점자 책자를 발송할 것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장애인들을 신경 써 제대로 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책자를 보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평소 생활할 때는 장애인인 것이 별로 부끄럽지 않았지만, 투표소에서는 장애인인 것이 부끄러웠다”며 “선거 전 투표소에 배치된 사람들을 교육시켜 장애인이 불편 없이 선거할 수 있도록 바란다”고 말했다.
장차련에서는 장애인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동등한 참정권을 누리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적극적인 조사와 차별시정권고를 요구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글/박선미 기자 
 사진/이가영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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