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_ 고운손·차봉이

‘고운손·차봉이’
이 귀여운 이름은 광명시내에서 최대 자원봉사자수를 자랑하는 광명시 대표 자원봉사단 이름이다. ‘정’ 하나로 10년 이상 봉사단을 이어왔다. 고운손·차봉이는 도움이 간절한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편하게 드실 수 있도록 개인 사비를 들여 차량을 운행해 어르신들을 모시고, 도시락 하나로 이틀 동안 드실 수 있도록 정성 가득 담긴 도시락을 전달한다. 부족한 지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개인의 힘을 모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봉사단이다. 이들이 이렇게 열정을 다해 봉사활동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어르신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온 마음 담아 반찬 만든 예쁘고 ‘고운손’
밑반찬지원 봉사활동이 있던 지난 달 5일 광명지역아동센터에는 고운손 내 서른 개 팀 중 하나인 한울타리 팀이 아침부터 분주히 음식 준비를 했다. 이날에는 8명 중 6명의 단원이 참여했다. 이날의 메뉴는 경칩을 기념하여 만든 상큼한 봄동겉절이, 야채가 고루 들어간 영양만점 계란말이, 신선한 부추와 오동통한 콩나물이 들어간 콩나물잡채였다.
커다란 프라이팬 세 개를 앞에 두고 단원들은 큼지막한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만드는 사람이 다른 만큼 계란말이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계란말이는 얇게 부쳐야 한다, 계란말이의 생명은 각”이라면서 정성을 모아 반찬을 만들었다.
고운손 단원들이 만든 음식들은 조미료를 최대한 쓰지 않으면서도 맛깔난 맛을 낸다.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만들기 때문에 짜지 않게 간을 하고 좋은 재료를 제공받아 음식을 만든다.
밑반찬을 배달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오자 하나 둘 차봉이 단원들이 지역아동센터에 도착했다. 이은실 차봉이 단원은 “매주 화요일 아침만 되면 설렌다. 이 날 때문에 일주일이 기다려진다. 할머니 만날 생각만 하면 기쁘다”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은실 단원은 매주 밑반찬배달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성실한 봉사자. 그는 “엄마들이 만드는 음식 자체에 정성이 들어 있다. 할머니들에게 밑반찬 전해줄 때 너무 좋아하신다. 엄마들은 수고하고, 저는 밑반찬을 어르신께 전달하며 기쁨 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운손 단원들이 만든 도시락은 특별했다. 예전 도시락배달사업이 진행됐을 때 고운손 단원들은 하루 한 끼만 드시는 어르신들을 생각해서 하루 또는 그 다음날도 드실 수 있도록 밥 양을 늘려 가득가득 차게 통에 넣었고, 반찬도 그날 즉석에서 만든 따뜻한 음식을 도시락에 담았다. 어르신들의 상황을 고려한 ‘특대도시락’이었던 셈이다. 그 때만 해도 단원들은 매일 200인 분의 밥을 하고 100개 이상 도시락을 쌌는데 지금은 그 양이 한 달 분량으로 축소됐다.
지금껏 활동한 자원봉사자들만 1000 여 명에 이르는 것은 고운손만의 빛나는 자랑. 봉사자들의 조직화가 잘 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각종 사업의 축소로 인해 이러한 인력들이 활동할 영역이 점점 좁아졌다.
박정례 고운손회장은 “어르신들에게 봉사를 못해드리는 것도 마음 아프지만 봉사자들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지도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어 “10년 넘게 식사를 제공받다가 갑자기 중단됐을 때 어르신들이 굉장히 불안해 하셨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곳을 후원 받아 밑반찬 전달하는 가정의 횟수를 늘려가면서 제자리를 잡아갈 것”이라고 계획을 말했다. 

어르신들의 두 발 되어 ‘차봉이’
아이들이 공부하던 책상 위에 가지런히 도시락이 줄을 지어 섰다. 봄을 알리는 각종 채소로 만든 반찬들이 단원들의 얼굴처럼 밝고 푸르렀다. 몇 년을 두고 보아온 사이인지라 이제는 가족이라고 할 정도로 정이 많이 쌓인 단원들은 음식을 만들고 담고 배달하는 과정이 힘든 노동이 아니라 함께 일한다는 자체로 기쁨을 누리는 듯 했다.
차봉이 초대 회장인 한화자 단원은 “단원들이 직원은 아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활동에 임한다. 의식 자체가 다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봉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단을 떠나는 경우는 이사 밖에 없다. 서로 가족같이 지내기 때문에 떠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차봉이 단원들은 주 연령대가 40~50대이지만, 30대 후반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오영희 (사)한국지역복지봉사회 사무국장은 “차봉이 단원들은 별도의 유류지원 없이 본인 차량으로 어르신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료경로식당이 운영되었을 때 하루에 식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60~70명 정도 되었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차봉이 단원들이 광명시 권역별로 나누어 댁까지 가서 모시고 와서 식사가 끝난 뒤 다시 댁까지 데려다 주는 활동을 했다. 도시락배달사업이 중단되기 전까지 차봉이 단원들은 어르신 송영 봉사활동과 도시락배달 봉사활동을 같이했다. 광명시 내에 위치해 있는 무료경로식당 중 차량봉사단을 조직해 어르신들을 식당으로 모셔오는 경우는 차봉이가 유일하다. 
현재 차봉이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에 고운손 단원들이 만든 밑반찬을 30~40가정에 배달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광명지역아동센터로 장소를 옮겨 밑반찬 지원 봉사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 보조금 지원 없이 오로지 후원으로만 보조 사업들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권명남 차봉이회장은 “단원들은 어르신 기뻐하시는 모습 때문에, 불쌍한 분 한 번 더 보기 위해 활동한다. 더 못해주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밑반찬지원 배달 외에 차봉이 단원들은 한 달에 15회 정도 실시하는 어르신행복잔치에도 참여하고 있다. 점심을 후원하는 식당까지 차량을 운행해 어르신들의 두 발이 되어드리고 있다.
고운손·차봉이 봉사단은 지난 2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열한시부터 한 시간 동안 광명시청 앞에서 집회를 해 왔다. 광명시는 2011년 말에 도시락배달사업을, 2012년 말에는 무료경로식당 지원을 중단했다. 단원들은 다시 사업이 재개돼 전처럼 어르신들이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도록 시에 요구하는 것이다.
유진희 광명노인복지센터 관장은 “(지원이 중단됨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는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 장애인, 어르신들이 받았다”면서 “보조금 없이 후원운동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주일에 한 번 드리는 반찬으로 일주일 드시는 할머니도 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할머니들은 굶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봉사단원들 간 관계형성이 잘 되고, 직원들보다도 조직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직원들은 의무감이 있어 집회에 참석하지만 단원들은 변함없이 와주신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저번 주까지(2.28) 76차 집회를 실시했다. 봉사단원들이 의식이 남다르다. 단원들은 봉사활동 빠진 친목모임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의무감으로 커리어를 쌓기 위한 봉사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줄 수 있어서 고맙고, 받을 수 있어서 고마운. 서로 고마움만 남는 고운손·차봉이 봉사활동현장이었다. 이들의 바람이 닿아 더 많은 어르신들이 걱정 없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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