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이웃 _ 김영욱 사진사

최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재능기부’가 새로운 봉사·기부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재능기부를 사회의 유명인사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재능기부는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재능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가까운 주변에서도 재능기부를 통해 따듯한 마음을 전달하는 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한 복지관에서 장애인 가족사진을 무료로 촬영해주는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김영욱 사진사를 만났다.

재능기부? 처음엔 잘 몰랐죠
김영욱 사진사는 학창 시절부터 영상과 사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대학 역시 사진학과로 진학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김 사진사가 운영하고 있는 다솜디지털포토는 2005년부터 직원으로 일했던 곳으로, 지금은 그가 인수해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진사로서의 경력이 벌써 7년이 넘은 셈이다.
졸업 직후부터 사진사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가 자신의 직업 능력을 가지고 봉사를 할 수 있는지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그전까지는 기부라고 하면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재능을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영욱 사진사가 재능기부에 대해 할 게 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김 사진사가 운영하는 사진관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직원들이 자주 그의 사진관에 인화 작업을 맡겼고, 그것을 인연으로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관련된 일을 의뢰 받았다. 복지관 행사를 함께 하며, 그는 한 사회복지사에게 사진으로 재능기부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받았다.
이때 김영욱 사진사는 처음으로 재능기부를 알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유명 인사들을 필두로 재능기부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 잘 알려졌지만, 김 사진사가 재능 기부를 처음 하던 2011년에는 국내에 재능기부가 널리 알려지기 전이었다.
재능기부를 통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로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복지관 측의 제안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기부나 봉사활동에 대한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지만,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하지 못했었죠.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만으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시작한다고 했어요.”
김영욱 사진사는 재능기부를 알게 된 2011년부터 곧바로 사진사인 자신의 직업 능력을 통해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진관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에서 장애인 가족에게 무료로 가족사진을 찍어 주고 있다.
이 행사는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측의 주최로 일 년 주기로 진행된다. 복지관 측에서 무료 가족사진 촬영 행사에 대한 공지를 하고, 일정 기간 동안 20여 가족의 신청을 받는다. 시간 간격을 두고 하루에 20여 가족의 사진을 전부 촬영하는데, 보통 반나절이 꼬박 걸린다. 사진관 운영하랴, 반나절 내내 재능기부를 하랴 피곤할 법도 한데 김 사진사는 카메라부터 휴대용 조명, 가족사진의 배경이 될 모슬린까지 촬영 장비를 손수 준비한다. 장비를 직접 설치, 철수하는 일도 온전히 그의 몫이다.
그는 “행사가 복지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직접 가져가야 한다”며 “평소 외부 행사 촬영을 자주 다녀서 휴대용 장비가 있다. 장비를 챙겨가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당일 행사가 끝났다고 김 사진사의 재능기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 행사가 끝나면 촬영한 결과물을 그가 운영하는 사진관으로 가져와 수정하고, 인화까지 직접 한다. 20여 팀의 가족사진을 포토샵으로 일일이 수정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도 김영욱 사진사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이니 끝까지 책임 진다.
사진관을 운영하며 틈틈이 시간을 내어 하기 때문에 사진 촬영부터 인화까지의 작업을 마치고 복지관에 전달하기까지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꽤 번거로울 것 같아 보이지만, 그는 “평소에도 하는 일이라 크게 어렵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사진 찍고 배움 얻어가
김영욱 사진사에게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묻자, 그는 한 순간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촬영을 하는 매 순간마다 보람을 느끼죠.”
매번 보람을 느낀다는 김 사진사가 재능기부를 한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 그의 부모님은 좋은 일을 하는 아들을 상당히 자랑스러워하셨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대단한 일이 아니라서 부모님의 반응에 쑥스러웠다며 미소 지었다. 김영욱 사진사는 도리어 재능기부를 통해서 자신이 더 배움을 얻고 간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재능기부를 시작한 첫 날 만난 한 어린 아이 덕분에 장애인에 대한 자신의 선입견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재능기부를 결심하고 처음 참여하게 된 날, 복지관으로 향하면서도 그의 가슴 한 구석에는 약간의 우려가 남아 있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기 때문에 비장애인들보다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표정이 어두울 수 도 있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러나 첫날 만난 그 아이 덕분에 편견을 깰 수 있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였는데, 제 편견과는 다르게 굉장히 밝게 웃으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장애가 있든 없든 모든 아이들은 똑같이 사진을 좋아하는 걸 알았죠.”
그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던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무용지물
시종일관 웃으며 자신이 하고 있는 재능기부는 대단한 일이 아니라며 겸손하게 말하는 김영욱 사진사. 그에게 재능기부 활동을 하며 어려운 점은 다양하게 구도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가족사진을 촬영할 때는 다양한 구도로 바꿔가며 촬영해야 가장 좋은 구도를 찾기 쉽다. 그런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구도를 바꿀 수 있는데 한계가 있어 아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사진사는 재능기부를 마치고 돌아온 후에는 항상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한편에서는 이런 그에게 무료로 촬영해주는 것인데 많이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영욱 사진사는 이러한 시선들에 대해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사진은 사진의 주인이 마음에 들어야지만 가치가 있어요. 사진 주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사진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죠. 무료든 유료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오히려 무료로 진행되는 일이라서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말씀 하지 않으실까봐 그게 더 걱정돼요.”
앞으로 김 사진사는 올해뿐만이 아니라 여건이 된다면 재능기부를 계속할 생각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재능기부에 뜻이 있으나, 주저하고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봉사나 기부는 남이 강요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먹어야 하죠. 그런데 이미 마음속에 뜻을 가지고 있다면 시작만 하면 돼요. 시작이 반이라고 하잖아요.”
 글·사진/정지영 기자

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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