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Ⅱ _ 입양특례법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지난해 8월 이후 입양은 24% 준 반면 유기는 27%나 늘었다.
개정된 법은 모든 아이를 일단 친부모의 가족관계부에 올린 후 다시 친권 포기 절차를 거쳐서 입양토록 했다.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입양특레법 개정은 뿌리를 찾기 위한 한 외국인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각계에서는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집도 안간 처녀 호적에 애가?…“국민 정서 모르는 법 개정”

“이 애가 혼외자다. 이 사람이나 저나 각자 가정이 있는 몸이라…”(40대 불륜 커플)
“남자친구가 폭력이 심해서 도망 나왔는데, 이 애까지 키울 순 없잖아요”(20대 미혼모)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지난해 8월 이후 입양에 필요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미혼모 등이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모든 아이를 일단 친부모의 가족관계부에 올린 후 7일 이상을 데리고 있다가 다시 친권 포기 절차를 거쳐서 입양토록 하고 있다.
무분별한 입양도 막고, 입양아가 나중에 자신의 ‘뿌리’도 쉽게 찾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치 않은 법 개정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시집도 안간 처녀가 애를 낳았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상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만약 이런 사실을 부모가 안다면 당장 호적에서 뺀다며 호통부터 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이 이런데 자기 호적에 출생신고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특히 정부의 입양특례법 개정은 한 외국인의 문제제기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가 성장을 해서 우리나라를 찾아와 부모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봤지만 결국은 부모를 찾는데 실패했다. 그러자 그 입양아는 우리나라의 법 제도가 잘못됐다며 UN에 문제제기를 했고 UN에서는 우리나라에 권고를 해 왔으며, 이를 우리나라가 받아들인 것이다.
A씨는 “외국에서 성장을 한 입양아는 그 나라의 문화에 젖어 있는 사람으로, 외모만 한국 사람일 뿐 외국인이다”면서 “우리나라 정서와 문화를 무시한 채 외국인의 말 한마디에 한 나라의 법을 마음대로 바꿀 수가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단지 한 외국인에 때문에 입양특례법 개정에 앞장선 공무원은 어느나라 사람인지 묻고 싶다”고 분개했다.

“태어난 죄 밖에 없는데…” 입양특례법 개정 후 유기 증가

개정된 법으로 인해 입양이 여의치 않자 아이를 버리는 사례는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1일 태어난 지 5일 된 여아가 광주시 서구 한 대형마트 영아 휴게실에 쪽지와 함께 버려진 채 놓여 있었다.
아이를 유기한 사람은 40대 초반의 여성 이었다.
쪽지에는 “능력 없는 미혼모인 저에게 태어난 죄밖에 없는 천사입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여성은 4일 후 영아유기로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 여성은 아이를 낳고 나서 입양을 시키려 했으나 숙고기간 동안 아이를 데리고 있어야 하고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점 등에 부담을 느껴 결국 아이를 유기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에서도 폐가에 버려진 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긴급 체포된 20대 미혼모는 관련법이 개정돼 아동을 입양 보내려면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원주시외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는 태어난 지 3일 된 남자아이가 버려져 있었다.
아이를 버린 30대 여성은 입건 됐으며 당시 이 여성은 “남편의 부채 때문에 셋째 아이를 키울 형편이 못됐다”고 털어놨다.
지난 3월 30일 인제군 인제읍에서도 영아 유기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를 버린 혐의로 입건된 20대 중국교포는 “사귀던 남자와 연락이 끊기면서 양육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다”며 “입양절차도 너무 까다로웠다”고 밝혔다.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경제적 이유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아이를 입양시키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모들이 아이를 유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양아 인권 보호? 오히려 인권유린”…국회도 재개정 목소리

입양아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입양특례법이 오히려 영아들의 유기를 늘리며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는 “아무리 입양아의 인권을 운운하며 원칙고수와 이상을 추구하는 입양특례법이라도, 그 법으로 인해 단 한 생명이라도 유기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권유린이다”며 “그러한 법은 시급하게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도 유기되는 영아의 생명권 보호를 위한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영아유기 수는 2009년 52건이었던 것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의 경우 132건으로 거의 3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당국은 아직까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유기되고 있는지 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입양기관이 아닌 보호시설에 맡겨지게 됨에 따라 각 시설들은 수용인원의 한계로 더 이상 아이들을 수용할 수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지난해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개정돼 시행되고 있는 입양특례법은 입양아의 복리·인권보호를 위해 국내외 입양 모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이러한 법원의 입양허가를 받기 위한 요건 중 하나로 친생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기록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입양의 대부분은 미혼모에 의한 출산된 아동의 입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사회간접시설 부족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아직까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추진위는 “이러한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친생부모의 출생신고 원칙만을 고수하는 규정은 ‘유기되는 아이 증가’라는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혼모의 내부구성을 보면 청소년, 외국인, 불륜에 의한 출산 등인데 이들에게 출생신고를 기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추진위의 설명이다.
추진위는 “출생신고에 막혀 더 좋은 환경의 입양가정에 입양시키기를 포기하는 친생부모의 선택은 낙태, 음성적 입양, 유기 등일 것이고, 이러한 문제는 입양특례법 이후 증가하는 ‘유기되는 아이의 수’를 보아도 얼마든지 예상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락(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 상임대표는 “많은 청소년 미혼모는 가출해서 부모 모르게 출산한 뒤 아이를 입양 보낸다”며 “청소년 미혼모는 숙려 기간을 없애고 바로 입양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청소년 한 부모가 원할 경우 입양 기관의 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에서도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동참하고 있다.
백재현 의원은 2월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와 함께  유기되거나 낙태되는 청소년 미혼모의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백재현 의원은 지난 1월 18일 입양특례법 일부개정안을 긴급발의 한 바 있다.
백 의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차가운 거리에 유기될 위험에 처해있는 말 못하는 어린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다”라면서 “이번에 발의한 개정안은 영아의 유기나 낙태를 예방하고 우리의 소중한 아동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양특례법의 개정뿐만 아니라 시급한 미혼모시설 확충, 사회인식 개선 같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다각도로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법 개정 후 입양 24%↓ 유기 27%↑…해외 입양 ‘0’

입양특례법 영향으로 지난해 국내외 입양아동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기되는 아동 수는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입양기관을 통해 국내외 입양된 아동 수는 총 1880명(국내 1125명, 국외 7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2464명(국내 1548명, 국외 916명)에 비해 24%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국내외로 입양된 아동은 25명에 그쳤으며, 이 중 해외로 입양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입양이 줄어든 만큼 유기는 늘어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동을 포함해 유기된 아동 수는 133명으로, 전년의 105명보다 27%나 증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 가정법원 허가제 등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아동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양하고, 자란 뒤 아동이 뿌리를 찾을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김인수 기자
 사진/SBS 외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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