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복지사93 _ 박나윤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장애인 관련 집회나 행사 현장을 분주히 누비며 카메라에 담는 이가 있다. 분명한 요구를 드러내되 무겁지 않고 ‘즐겁게’ 현장을 그려내는 박나윤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차이를 좁히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고정된 중심을 옮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장애인이 누리는 모든 것들을 ‘장애인’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청년 박나윤 활동가.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장애’로 인해 거부당하는 현실 바꾸려 활동 시작
박 활동가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인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었고, 많은 책을 접했던 경험들이 쌓여 사회의 여러 부분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뜨였다. 대학 시절 장애·비장애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사회복지대학원 캠프에서 사회복지기관과 시민단체의 간담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장애인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식당을 이용할 때 등에서 겪는 차별과 불편함을 직접 경험했다. 박 활동가는 “단지 ‘장애로 인해 거부당하는 상황’에 대해 화를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장애와인권발바닥센터에서 실습을 하면서도 화가 나는 일들은 여전히 발생했다.
“실습할 때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해였어요. 그럼에도 제대로 법이 지켜지고 있지 않아서 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일들도 많이 했었고요.”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비리가 일어났다. 관할당국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고 시민들은 이 같은 비리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장애인이 고립되는 일들을 겪으며 사회복지기관에 취직하려는 마음을 접었다.
박 활동가는 안정된 삶을 추구하기 보다는 장애인이 인권침해 되는 상황을 변화시켜보고 싶었다.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개소했을 때 창립멤버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장애인 활동가들과 같이 일하면서 생기는 문제, 자신이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일들을 권유하는 가족들로 인해 힘들기도 했지만, ‘한국사회가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버텼다.

세상과 공감하는 장애인 그려내고 싶어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안정적으로 자립을 하며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과 탈시설을 하려는 장애인들을 이어주는(이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일 년에 한 번 이음여행을 통해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에서 자립해서 살아가기 위한 강의와 심리적 지원을 도모하고 있다. 작년 회원들과 서울시내 버스와 지하철을 같이 이용해 본 적이 있다. 그 중에는 살면서 한 번도 지하철을 타 본 적이 없는 장애인도 있었다. 장애인이 자립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금전관리 및 공공시설 이용 등을 경험해 봐야 하지만 서울 시내 외곽에서 사람이 적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다보니 생겨나는 문제들이었다. 
“수학여행도 2박 3일 동안 친구와  같은 방에서 밥 먹고 생활하는 게 재밌지, 10~20년 지속된다면 어떤 사람이 좋다 하겠어요? 장애인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뇌병변·지체 장애인은 인지기능이 있기 때문에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만 갖춰지면 자립이 가능하다. 박 활동가는 “장애인을 둔 가족들은 시설에서 생활하면 안전할 거라 생각하지만, 편할 순 있어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 생각이 없어서 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립생활이 힘들어 시설로 돌아가는 장애인도 있지만, 극히 드물거나 없다. 회원들은 어려워도 지역에서 사는 게 좋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이 자립해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집, 돈,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장애인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교육과 취업에서 배제된다. 시설장애인들은 어려서부터 시설생활을 했기 때문에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어렵다. 지체장애인이 소수이고, 지적장애인이 다수인 시설 같은 경우 인지능력이 있는 지체장애인도 다수에 따라 초등과정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장애인들은 자립 후 장애인야학을 많이 다니게 되는 것이다.
“장애인교육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지만 시민단체에서 장애인교육을 주장하다보니 정부는 단체에 교육 문제를 떠넘깁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세상이 변하고 있고, 우리세대에서는 장애-비장애 간 통합학급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에요.”
장애인단체에서 활동하는 딸로 인해 박 활동가의 아버지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됐다. 장애인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장애인에게 편안하게 대하려 노력하신다.
“장애인을 접해보지 못한 비장애인이 많은 게 사실이죠. 장애인관련 신문을 보는 사람과 아닌 사람 간 갭이 크다고 생각해요. 제가 직접 느낀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력있게 말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앞으로 사람들의 의식 속에 고착화 되어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밝게 환기시키는 작업들을 하고 싶다는 박 활동가.
과격하거나, 불쌍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장애인이 아니라,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장애인의 이미지를 심어주어 인식개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일하면서 느꼈던 감정 잊어버리지 않을 겁니다. 집회 현장에서 왜 장애인들이 투쟁을 외치고 화를 냈는지, 그분들이 느끼고 말한 것들을 잊지 않고 사람들에게 전달할 거에요.” 
글·사진/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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