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_ 제9회전국장애인대회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비쳐지는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이 권리를 가진 한 인간임을 알리기 위해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했다. 3월 8일부터 5월 1일까지 두 달여간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장애인이 처한 현실과 사회구조를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장애, 인권, 노동,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420공투단은 장애등급제 및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농성 218일째인 3월 26일 오후1시부터 최옥란 활동가 정신계승 3.26 빈민결의대회와 제9회 전국장애인대회, 오후7시에는 최옥란 활동가 11주기 및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를 개최했다.
420공투단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를 주장했던 최옥란 활동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3월 26일을 시작으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을 진행해 오고 있다.
최옥란 활동가는 장애인의 열악한 이동권을 폭로하고 저항하는 활동을 했으며, 최저생계비의 현실화와 기초생활법 개정을 위해 활동하다 2002년 3월 26일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420공투단은 제9회 전국장애인대회에서 ▲발달장애인법 제정 ▲수화언어권리 보장 ▲장애인활동보조 24시간 보장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등급제 폐지 및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의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부양가족 있단 이유로 수급자 탈락…자살로 이어지는 현실
3월 26일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열린 제9회 전국장애인대회는 양영희 한국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의 사회로 시민사회단체, 장애인단체들의 발언과 얼음결의문 낭독 및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김세식 장애인정보문화누리이사는 “한국의 농아학교에서 수화통역 자격을 가진 교사는 6%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농아학교 교장이나, 정부 관리가 직장에서 쫓겨났단 소리를 못 들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어 “수화도 영어와 같이 똑같은 언어인데 차별받고, 언어로 취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또 “최근 문체부에서 올해 안에 수화언어 기본법을 만들고 교육부에서는 농교육 개선을 위해 움직이겠다고 말했지만, 농인들의 의견을 어느정도 반영할지 의문이다. 수화언어권을 보장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뒤이어 장애인들의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박상숙(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씨는 “장애인은 24시간 활동보장 서비스 없이 생활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장애인은 몸이 자유롭지 못하고 고통 받고 있는데 활동보조서비스 없이 이 땅에 어떻게 숨 쉬며 살아갈 수 있겠냐”고 질타했다. 또한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 장애인들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이준수(노들장애인야학) 씨는 “현재 지체장애 2급이어서 활동보조 서비스를 못 받고 있다. 혼자일 때, 화장실 갈 때, 외출할 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2급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에서 제외됐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기를 간곡히 원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대회에 2년 째 참가하고 있는 송용헌(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61) 씨는 15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장애가 온 이후로 중도장애인이 되었다. 3년간 시설에서 생활한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자립해서 생활하고 있다.
송 씨는 주변에서 부양의무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지인들을 봐 왔다. 현재 연락이 닿지도 않는데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서 탈락한 경우가 많았다. 그는 “요즘 노인자살률이 높다. 부양의무제가 폐지되면 수급자 탈락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에게 하루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양의무제 ‘법과 예산’으로 구체적으로 답해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대회의 취지와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들에 대한 계획과 다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작년 8월 21일 그 무더운 여름 여기 옆에 있는 경찰들과 10시간을 싸워 우리는 광화문 지하차도에 천막을 쳤다. 지금 218일 째다. 그때 요구했던 것은  ‘왜 사람의 몸에 등급을 매기냐, 장애등급제 폐지하라’고 얘기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박근혜정부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할 것이면 구체적으로 법으로, 예산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시혜와 동정이 아닌 장애인의 권리로 쟁취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420공투단은 대회의 마지막을 얼음결의문 낭독과  수화언어권리보장·장애인활동보조24시간 보장·부양의무제폐지가 새겨진 얼음을 깨부수며 ‘꽁꽁 뻥튀기 복지! 날려버려!’퍼포먼스를 하며 끝마쳤다.
420공투단은 3월 8일 420공투단을 출범해 3월 15일 장애인계 장애등급제 대토론회, 3월 26일 제9회 전국장애인대회·장애해방열사 추모제, 4월 3일~6일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4월 12일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문화제,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5월 1일 420공동투쟁단 해단식을 진행하며 한 달간의 긴 일정을 마쳤다.
 글/박선미 기자 
 사진/이유리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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