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_ 장애인노래패 시선

거리에서,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펼쳐나가는 이들이 있다. 장애인으로서 살아왔던 삶, 사람들과 세상을 향해 내뱉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을 담아 부르는 장애인노래패 시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말하고 소통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시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타인이 아닌, 장애인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다
지난달 10일 시선 팀을 만나기 위해 혜화동에 위치한 노들장애인야간학교로 향했다. 최근까지 시선은 장애인극단 ‘판’에서 노래 연습을 해왔지만, 판이 이사를 간 이후 현재는 혜화동에서 매주 수요일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장애인노래패는 시선이 유일하고 지역에서는 부산에서 한 팀이 활동하고 있다.
2003년 창단 이래 올해로 11년을 맞이한 시선. 주로 장애인 관련 집회, 농성장, 노동현장에서 시선의 공연을 접할 수 있다. 일 년에 15~20회 정도 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매년 연말 정기공연을 진행한다. 2009년 처음으로 음반을 제작했고, 2011년에는 정식으로 음반이 발매되기도 했다. 김경민 씨는 그 때를 회상하며 “마음속으로만 간직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그 앨범이 ‘꿈의 앨범’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시선에서는 모두 여섯 명이 활동하고 있다. 오디션을 보지만, 실력보다는 ‘의지’가 관건이라고. 올해는 두 명의 신입 멤버를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시선 팀이 연습하는 곡수는 20여 곡 정도. 집회의 성격에 맞춰 곡을 선곡하는 편이다. 민중가요를 부르곤 하지만 멤버들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재작년 곡 만드는 작업을 배운 이후 멤버들은 작사, 작곡한 자작곡들을 한 곡 씩 보유하고 있다.
집회나 행사의 성격에 맞춰 선곡이 이뤄지기 때문에 멤버들은 미리 집회의 성격에 대해 공부하고 공연준비에 임한다.
김경민 씨는 “노래패 일원이기 이전에 멤버들은 모두 활동가이다. 활동하러 가는 데 내용을 모를 수는 없다. 활동하기 위한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히 즐기기 위한 노래를 지향하지 않는다. 시선 팀은 장애인 당사자들로 구성된 팀으로서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들과 삶이 담긴 이야기들을 담아 노래를 부른다.
김정 씨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각에서 이야기를 해 보자는 뜻에서 ‘시선’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2005년부터 시선 팀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규 씨는 “시선은 노래 자랑하는 방식으로 공연하지 않는다. 우리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야하기 때문에 단순 공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혜규 씨는 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시위와 투쟁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해 오다 시선 팀과 인연이 닿아 시선에서 노래선생님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그는 시선 팀에 합류하기 전에는 장애인을 접해본 적이 없고 장애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고, 쉽게 팀에 흡수될 수 있었다. 민중가수이기도 한 이혜규 씨는 멤버들 간 장애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특성에 맞춰 지도한다. 봉사라는 개념보다는 동지적인 관점을 가지고 같은 활동가로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싸워나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임하고 있다.

장애인도 문화생산자, 새로운 아름다움 알리다
장애인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공연을 나가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시선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비장애인에게 맞추지 않고 자신들만의 것으로 새롭게 창조한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김정 씨는 “듣기 힘든 노래라고 해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다보면 아름답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없다고 본다. 힘닿을 때까지 목소리로 담아내 노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은 무조건 수혜자라는 인식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장애인도 생산자로서 문화에 참여해 만들어낼 수 있다. 아름다움을 바꿔내고 싶고, 불협화음이라 할지라도 아름답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한 팀이라해도 각자 기억에 남는 공연은 달리 간직하고 있었다. 김정 씨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타고 내려가 비바람 맞으며 무대 없이 엠프 하나로 공연을 했던 때”를 기억했고, 김경민 씨는 “작년 명동성당 앞에서 들불장학회 모금운동 공연했을 때”를 떠올렸다. 특히 경민 씨는 “집회 현장이 아니라 거리에서, 퇴근한 시민들 앞에서 우리의 내용을 알리고 같이 부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랜 시간 시선 팀에서 활동해 오면서 멤버들은 여러 가지 삶의 변화를 체험했다. 김정 씨는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고, 장애인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인데, 이제는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민 씨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시선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 준 곳’”이라고 했다. 또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의 마음을 교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음과 마음을 전할 수 있음을 느꼈다”며 시선 팀에 특별한 감정을 내비쳤다.
시선은 앞으로 동아리 형식을 탈피해 악기를 다뤄보는 등 전문적으로 팀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글/박선미 기자
 사진/박나윤

박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