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이웃 _ 백승진 봉사자

삶이 곧 나눔, 봉사가 일상이 된 남자백승진 봉사자

먹고 살기 바쁜 세상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남을 위해 시간을 내기란 보통 결심으로 하기 힘든 일이다. 봉사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생업에 바빠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행여 봉사를 시작하더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일회성 봉사에서 그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생업을 하며 매일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이가 있다. 그것도 남들이 기피하는 힘들고 어려운 활동만 골라 벌써 5년이 넘게 매일 활동하는 백승진 봉사자. 그의 유별난 봉사 사랑에 대해 들어보자.

월드스타 부럽지 않은 봉사 스케줄
백승진 봉사자의 일주일은 봉사활동 스케줄로 꽉 찼다. 그는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구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한다. 화요일만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그날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목욕봉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치킨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백승진 자원봉사자는 장사를 시작하기 전인 오전 시간대를 이용하여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도시락 배달 봉사는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점심시간에 맞춰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한다. 백승진 봉사자가 배달을 담당하는 곳은 다섯 가구. 매일 오전 복지관에 직접 들려 도시락을 받고, 각 가구에 도시락을 전해준다. 복지관에서부터 배달을 위해 가가호호 방문하는 일이 꽤 번거로울 법도 하지만 오토바이가 있어 별로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오히려 미소가 가득하다.
도시락 배달 봉사를 쉬는 화요일에는 목욕봉사를 한다. 담당 사회복지사와 함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목욕을 돕는 일이다. 목욕봉사는 먼 거리에 거주하는 어르신이 있을 경우 한 명,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경우 3명 정도의 어르신들을 돕는다.
이렇게 오전 시간에 봉사활동을 하고, 오후가 되면 가게로 돌아간다. 업종의 특성상 가게를 닫는 시간은 꽤 늦은 편이다. 아침부터 봉사활동을 위해 움직이고, 곧바로 가게를 운영하는 백승진 봉사자의 하루 일과는 월드스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바쁘다. 굉장히 고단할 법도 하지만 다음날 아침이 밝으면 그는 또 다시 봉사활동에 나선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가슴 뭉클
지금은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지만, 백승진 봉사자도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구로종합사회복지관과의 인연이 닿으면서 부터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요리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자원봉사 모집 소식을 듣게 됐다. 백승진 자원봉사자는 남들이 기피하는 목욕봉사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목욕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목욕 봉사활동은 체력 소모가 심해 항상 일손이 부족하다고 들었다”며 “나라도 손길을 더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목욕봉사활동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직접 이동 목욕 차량까지 업고 와서 목욕을 돕는 일이다. 게다가 욕조가 차량 바닥과 밀착해있어 허리를 계속 숙이고 일을 해야 한다. 힘이 배로 들 수밖에 없다. 체력소모가 극심해서 지속적으로 봉사하는 이들이 적지만, 백승진 봉사자는 2008년부터 꾸준히 참가하는 중이다.
6여 년간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어르신들도 생겼다. 특히 그는 목욕 봉사를 받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은 할머니에게 각별히 연락한다. 홀로 생활하시는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 안부 전화를 드린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친자식도 연락이 뜸한데 연락해줘서 고맙다는 할머니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고 했다.
백승진 봉사자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잘 해드려야 하는데, 생전에는 그 사실을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며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더욱 커졌다. 백승진 자원봉사자는 부모님께 더 효도하지 못한 것이 가슴에 걸려 봉사활동에 더욱 열심이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는 목욕봉사를 하지 않는 날에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까지 활동한다.
봉사를 시작한 이래로 백승진 봉사자의 걱정이 가장 많은 시기는 봄이다.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의 건강을 염려하여 겨울철 2~3달은 목욕 봉사활동이 중단된다. 날이 풀려 봄철 다시 봉사활동을 재개하면 쉬는 동안 찾아가지 못한 어르신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그는 목욕 봉사로 만난 할아버지 한 분과 함께 목욕탕에 가기로 마음먹었지만, 방문하지 못한 겨울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야기를 하며 마음 아파했다.
한편, 백승진 자원봉사자의 가족들은 항상 걱정이다. 생업을 하며 자나 깨나 봉사활동에 매진하는 그의 체력과 건강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승진 봉사자는 목욕봉사 도중 교통사고로 다친 허리 통증이 재발하기도 했다. 가족들의 걱정을 잘 아는 그는 몰래 병원 통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봉사활동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건강보다는 봉사활동을 하며 만나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백승진 자원봉사자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함께 활동 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만류할 정도다.
장민경 구로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힘든 일일수록 일회성 봉사자분들이 많다. 하지만 백승진 봉사자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묵묵히, 꾸준히 하는 봉사자”라고 말했다.

“함께 할 이들이 생겨 행복해요”
얼마 전 그는 어르신들을 위한 활동을 한 가지 더 늘렸다. 백승진 봉사자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구로노인경로당에 무료로 치킨을 제공하는 일이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어 결심한 일”이라며 “누구나 일상 속에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봉사는 특별하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매일 봉사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말을 듣는데, 오히려 일상이 돼서 부담을 못 느낀다”고 덧붙였다.
최근 그의 아름다운 선행에 동참하고 싶다는 이들도 생겼다. 백승진 자원봉사자의 가게 주변 상인들도 함께 봉사할 뜻을 전한 것이다. 다음 경로당 방문 때는 어르신들이 치킨 외에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드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하는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한 가득이다.
과거 그는 봉사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괜한 오해를 살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생각을 바꿨다. 요즘은 망설이는 이들에게 함께 하자고 먼저 제안한다.
백승진 자원봉사자는 “좋은 일은 함께 할수록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요즘은 제가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겨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현재는 그의 부인 역시 구로구 지역 자원봉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부가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보니, 이제는 서로 좋은 의견이나 정보를 교환하는 정도다.
어떤 방향으로 활동해야 어르신들에게 더 효율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는 백승진 봉사자. 피 한 방 울 섞이지 않은 어르신들을 자신의 부모처럼 성심을 다해 보살피는 그의 따스한 마음이 그의 주변까지 따듯하게 비춰주길 바란다.
글·사진/정지영 기자

정지영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