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복지사95 _ 박병훈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서울지부 활동가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같은 모습보다는 다른 점을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같은 ‘사람’ 임을 잊게 된다. 박병훈 활동가는 장애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구분하는 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는 ‘사람’들이 모여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희망한다.

태어나면서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된 박병훈 활동가. 외아들인 그는 사촌동생들과 친형제처럼 어울리면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사촌들은 그를 장애인이기 이전에 사람으로 먼저 바라보았고 그와 스스럼없이 장난치며 우애를 나눴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더 넓은 세상 속으로 들어간 박 활동가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그 세계 속에서 접하게 된 사람들은 그가 생각해 왔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장애인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장애인을 ‘약자’로 낙인찍는 상황들을 보며 실망을 느꼈다.
오히려 자신을 보통 사람처럼 대해주던 여섯 명의 사촌동생들과 대학 4학년 때 만났던 형들은 그를 장애인이 아니라 ‘인간 박병훈’으로 바라봐 주었다. 그들은 박 활동가의 장애를 극복해야 할 굴레로 여기지 않았고 그가 가진 특징의 하나로 여겼으며 만남의 과정 속에서 박 활동가에게 능동적인 배려를 보여주었다.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그냥’ 해보는 거야
박 활동가는 장애라는 좁은 틀에 자신을 규정하고 그 안에 가두지 않았다. 큰 틀에서, 더 넓은 물에서 자신을 인식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는 활동보조인이 옆에 없으면 혼자서는 밥을 먹을 수 없다. 언어장애와 손기능 저하가 있으며 컨디션에 따라 장애 기복 정도가 심하다. 그럼에도 한 가지라도 혼자서 해 보기 위해 나름의 시도들을 많이 했다. 컵에 물을 따라 마시는 일, 옷을 입는 일, 초코과자를 먹는 일 등 비장애인이라면 몇 분이면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박 활동가에게는 가능과 불가능을 저울질해야 할 만큼 힘겨운 일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일상 속에서 나름의 스킬들을 섭렵했고, 불가능한 일들의 목록을 지워나갔다. 
교내 동아리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 장애인 문제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2007년에는 세계장애인 대회에 참가해 여러 나라의 장애인들을 접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했다.
또 박 활동가는 사회체육 활동에 열성으로 참여했다. 제8회 전국뇌성마비보치아경기대회에서 동메달, 제2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멀리던지기 은메달, 제2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멀리던지기 은메달 등을 수상했다.
졸업 후 2010년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생활 지원팀에서 일을 하다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서울지부로 둥지를 옮겨 2년째 근무하고 있다. 인권협회에서는 회원 사업을 맡아 3개월에 한 번씩 영화보기, 이슈 되는 특강·세미나 등 주제를 잡아 회원 모임을 진행한다. 신규사업으로 서울지부 전동휠체어 축구팀(파워테란) 주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밖에 홍보와 후원자 개발 및 이화여대에서 진행 중인 AAC(보완대체의사소통)개발 자문을 맡고 있다.   

장애인을 그 자체로 바라보면 장애는 자연스럽게 보인다
대학에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린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정작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공부’였다. 자신이 공부를 못한다는 것을 자각한 후 학창시절 때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을 가슴 깊이 후회했다. 이를 통해 박 활동가가 내린 결론은 공부를 ‘매우 열심히’ 전력을 다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웃과 함께하기 위한 마음을 가지고 남에게 베풀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자신과 같은 장애인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을 ‘장애인’이라는 말 속에 가두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자신의 가능성까지 ‘장애’로 여기지 말라는 것이었다. 몸짱이 되고 싶으면 장애 때문에 운동을 못한다고 지레 먼저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도’해 보길 권한다. 
한편 비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을 사람으로서 그의 본질을 봐 줄 것을 바랐다. 대학 때 알던 형이 장애인복지관 자원봉사를 다녀와서 그에게 ‘그 때 알게 된 장애인이 장애인 복지에서 공부한 유형이 아니어서 어려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형이 그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거라면 그냥 그 사람의 자체를 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의 본질을 보라고. 그러면 장애는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라고요.”
박 활동가가 말하는 사람의 본질이란 그는 어떤 사람인가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것을 뜻했다.
“장애인을 아는 데 있어서 전문성은 필요 없습니다. 배려는 배려하지 않는 것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장애인이어서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지어 놓은 분명한 선을 지우고 구분이 없는 세상, 사람과 사람 사이 ‘필’이 통하는 세상을 꿈꾼다. 장애인의 전문성을 대중화시키고 싶은 소망도 있다.  
“사람을 위해 활동할 겁니다. 장애와 장애 사이의 벽을 없애 모든 사람들의 벽이 허물어져 버리길 바랍니다.” 
 글/박선미 기자
 사진/박병훈

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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