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_ 해바라기인형극단

손자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며 소소한 기쁨을 느낄 나이에 그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과 누리고자 인형극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해바라기인형극단. 노년의 시작을 자원봉사로 택한 단원들의 동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2005년에 창단한 해바라기인형극단은 2기생부터 올해 선발한 4기생까지 13명이 활동 중이다. 해바라기인형극단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 수는 5개.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 신정종합사회복지관에서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정도 공연 연습을 한다. 현재 새로운 작품 ‘난 잘못한 게 없어요’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로 단원들이 공연하는 곳은 어린이집, 문화센터, 장수대학, 도서관 등이다. 양천 해누리타운, 구로구 성베드로학교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공연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기 때문에 단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공연에 임한다. 작품에 따라 캐릭터 수가 다르기 때문에 최하 6명에서 최고 12명까지 공연에 참여한다.
한 달에 평균 1~2번 정도는 공연을 다니며 가정의 달인 5월에는 특히 공연 섭외가 매주 있을 정도로 바쁘다.
한 작품 당 공연 시간은 30분 정도. 보통 공연은 두 작품 진행한다. 워낙 다년간 쌓인 경험들로 인해 무대설치와 철거도 단원들이 직접 한다. 수많은 곳에서 공연을 해 왔지만 그 중 단원들이 인상 깊었던 때는 성베드로학교였다. 공연이 끝나자 장애인들은 단원들에게 선인장 화분을 선물했다.
권복순(69) 단장은 “베풀어야 할 입장인데 선물 받아오니 기억이 남달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순옥(66) 단원도 “화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인형에 감정 담아 관객과 소통
단원들이 인형극 공연을 펼치며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된 데에는 동화구연과 인형제작 등 전문분야에 있는 단원 몇몇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학창시절 연극을 좋아했던 경우, 60이 넘어 무언가 뜻 깊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김명자(61) 단원은 “나이 들수록 말수가 줄어들고 사람을 접하지 않으면 뇌가 빨리 멈출 수 있다. 인형은 나의 무언의 상대다. 인형과 움직이며 나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면서 보람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인형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교육하기에 인형극이 좋겠다 생각해서 자진해서 인형극 찾던 중 해바라기인형극단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순옥(61) 단원은 십 년 넘게 목욕봉사활동을 했다. “서로 살을 맞대며 목욕을 해 드리다가 어느 순간 돌아가셨다는 얘길 들으면 마음이 많이 슬펐다”고 했다. 하지만 “인형은 죽지 않으니 슬픔이 깃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조 역할하면서 선배들이 하는 공연을 눈으로 보며 공부하고 있다.
캐릭터가 만들어지기까지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인형 뒤에서 공연하는 단원들은 밖으로 내 보이지는 않지만, 인형이 웃으면 웃는 대로 찡그리면 찡그리는 대로 감정을 싣는다. 그래야 관객들이 감정을 전달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연습을 실전처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자도 좋아하는 인형극, 내 안의 동심을 깨우다
어르신들은 ‘신옹고집전’을 아이들은 ‘금도끼은도끼’ 작품을 선호한다.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심어주는 내용의 ‘야채특공대’도 아이들의 반응이 좋다.
김희자(61) 단원은 “공연 내용이 전래동화이고 효를 강조한 내용이 많아서 할머니들이 박수를 많이 쳐준다. 공연하는 사람이나 공연 보는 사람이 감정이 오고 간다”고 말했다. 김명자 단원은 “공연을 보면서 자신을 대변하니까 후련해하신다.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고 부연했다. 김순옥 단원은 “인형을 만지다보니 아이들과 유대가 잘 된다. 동심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화합이 잘된다”고 말했다. 권복순 단장은 “내 속에 없었던 새로운 것들을 단원 들 간 잘 맞춰서 공연한다. 봉사정신을 이해하게 되었고, 사회에 이바지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인형극에 집중하고 몰입하다 보면 일상생활 속에서 하찮게 지나갈 수 있는 일들도 예사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공연과 관계된 것들은 하나라도 더 눈이 가게 되고 관심을 쏟게 된다. 연습도 실전처럼 집중해서 하다 보니 단원들은 연습할 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재미를 더 느낀다.
김예숙(63) 단원은 “인형을 만짐으로써 순수해지고 맑아진다. 좋은 얘기를 하니까 아이들이 좋아한다. ‘할머니, 이 나무꾼은 나쁜 나무꾼이고 저 나무꾼은 착한 나무꾼이야. 나는 착한 나무꾼이 될 거야’라고 느낌 얘기하고. 손자들이 할머니, 너무 좋은 일 한다면서 자기 어린이집에도 오라고 한다”며 뿌듯해했다.
배윤희(61) 단원은 “아기들과 소통하고 싶고, 소외계층을 찾아가 마음을 나누고 싶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힐링을 전달하는 단체가 되도록 꿈을 가지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인형극 외 영역 넓혀 나무가꾸기 자원봉사 시작
2006년 1기생 단원들이 처음 춘천인형극제에 참가했고, 2기생들이 이듬해 춘천인형극제에 참가해 신옹고집전으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천 도자기축제에도 참석한 경험이 있다. 아마추어의 틀을 벗어난 단원들은 경기화성인형극제에 참가할 바람을 가지고 있다.
국제 인형극제에는 외국인 참가자들도 많이 참여한다. 단원들은 다른 사람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자극을 받는다. 단원들은 1막으로 공연을 구성하지만, 인형극 프로 팀은 무대를 3막 씩 쳐 놓고 입체감 있게 공연을 선보인다. 여러 막이 등장하는 공연은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권복순 단장은 “아마추어라 (프로팀이) 선망의 대상이다. 기회 되면 2막~3막 씩 공연을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얘기했다.
단원들은 현장학습 차원으로 뮤지컬, 마당놀이 등의 공연들을 찾아다니면서 배우고 느끼며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경험을 하고 돌아온다. 러시아 인형극단의 공연은 단원들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올해는 새 작품인 ‘난 잘못한 게 없어요’공연을 앞두고 있어 단원들의 기대가 높다.
이영균 사회복지사는 “단원들끼리 다음 작품을 어떤 내용을 가지고 해야 하나 의견을 나눴다. 성폭력, 아동학대, 학교폭력 중에서 ‘학교폭력’ 이야기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주제는 학교폭력이지만, 내용은 평이하게 꾸며서 초등1~3학년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인형극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새 작품 연습에 들어가면 공연 올리기 전까지 5~6개월이 소요된다. 2~3개월간 강사의 지도 아래 녹음까지 하고 그 이후에는 단원들끼리 연습한다. ‘난 잘못한 게 없어요’는 지난해 11월부터 연습을 지속해왔다.
올해 봄부터 단원들은 인형극을 통한 공연 봉사 외에 활동 영역을 넓혀 서서울호수공원에 나무를 가꾸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3월 26일 단원들은 기금을 모아 호수공원에 매실나무 60주를 심었다. 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나무를 사랑하고 보호하자고 홍보하고 식물에 대해 알렸다. 권복순 단장은 “다른 영역의 봉사활동인 만큼 전심전력을 쏟을까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선미 기자

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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