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_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촉구 기자회견

최근 지하철을 이용하던 장애인들의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1호선 대방역,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5호선 여의나루역 등 서울지하철에서의 잦은 장애인 사고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선포했다.

지난 5월 28일 지하철 대방역 상행 승강장에서 대방역 장애인사고 철도공사 규탄 및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촉구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번 기자회견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의 주최로, 지난 5월 발생한 대방역 장애인 사고 현장인 1호선 대방역 상행선 4-4 승강장에서 진행됐다.
대방역 장애인사고는 지난 5월 18일에 발생했다. 일요일이던 사건 당일 오후 3시 30분 경, 지체장애 1급 김 아무개 씨는 1호선 상행열차를 이용했다. 사고는 김 씨가 대방역에서 하차를 하려던 중 일어났다. 그의 전동휠체어가 높은 단차를 오르지 못하고 쏠리면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사고 직후 주변 시민들의 도움으로 김 씨는 다시 전동휠체어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동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넘어진 그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이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대방역 장애인 사고에 대한 철도공사의 공개적 사과 ▲피해자에 대한 치료와 보상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철도공사 사장면담 등을 요구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 본격화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지지하는 이들이 참석해 발언했다.
권달주 안산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 복지증진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철도공사와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포했다.
기자회견 진행을 담당한 임형찬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고충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면 모른다”고 했다. 그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누구나 지하철 이용시 휠체어 바퀴가 빠져 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도움을 주려다가 불꽃이 튀어서 도리어 피한 적도 있다”고 한탄했다.
임 활동가는 “사고를 감추고 숨기며,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결국 곪아드는 것은 장애인 안전뿐만이 아니라 책임자들의 양심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연대 발언자로는 이용길 진보신당 대표가 참석했다. 이용길 대표는 “대한민국 사회의 차별 현장”이라며 “죄송스럽고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고 당일은 지난 일 년간의 사업 평가와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정하기 위한 진보신당 장애인 총회가 열린 날”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 장애인의 이동권을 최우선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광이(상상행동장애와 여성 소속) 활동가는 “대방역의 위험은 계속 지적되던 것”이라며 “지하철에서의 장애인 사고는 예견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활동가는 “장애인도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장애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발언했다.
서울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안전 대책 마련과 철도공사 사장 면담이 이루어질 때까지 규탄 기자회견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대방역만의 문제 아니다
최근 1호선 대방역 외에도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5호선 여의나루역 등에서도 장애인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대방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의 주장이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이동권을 주장한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지하철 역사 내에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스크린도어, 안전발판 등의 편의시설은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통약자들을 위한 편의시설 부족은 사고의 위험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편의시설을 제대로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이원규 성북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이용할 때 목숨을 담보로 탑승한다”며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적어 지하철을 이용할 때 겪는 고충이 많다”고 규탄했다. 이 소장은 “지하철 역사 내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많은 굉장히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했던 경험도 있다”며 “편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애걸복걸 부탁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호소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한 역사가 많다”고 하며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대방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방역 사고는 다른 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며 “지하철 모든 구간에 안전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안전인력도 더 확보해야한다”며 “장애인도 안전하게 외출하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허술한 안전발판…장애인들 분통
기자회견 후, 실제 사고 발생 지점인 상행선 4-4 승강장에서 안전발판의 유무에 따른 장애인 지하철 탑승 비교체험이 계획됐다.
그러나 역사에 올바른 안전발판이 마련되지 않아 비교체험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방역 측이 준비한 나무 발판을 본 장애인들은 거세게 분노했다. 대방역 측이 진화하기 위해 나섰으나 자리에 참석한 장애인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대방역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들은 “사고 발생 지점인 4-4 승강장보다 단차가 넓은 구간도 존재한다”며 “구간마다 단차가 다르기 때문에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선 제대로 된 안전발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대방역 사고 발생 지점인 4-4 승강장보다 단차가 더 넓은 구간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각 구간마다 단차가 획일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들쭉날쭉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장애인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영등포 역장도 현장에 나섰다. 대방역을 비롯한 인근 5개의 지하철역이 영등포 역사의 관할이다.
영등포 역장은 “5월 18일에 발생한 사고는 열차와 역 사이의 단차 차이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라며 “5월 말일까지 단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제대로 된 안전 발판을 비치할 것”을 약속했다.
영등포 역장의 발언에 박경석 상임대표는 “약속된 날짜까지 안전 발판을 구비했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장애인들도 마음 편하게 지하철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한편, 이날 박경석 대표는 영등포 역장에게 철도공사 사장면담을 요청하는 공문 및 요구안을 직접 전달했다. 박 대표는 “요구사항을 수락할 때까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글·사진/정지영 기자

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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