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Ⅱ _ 청소년 인성교육 문제

요즘 청소년들에게 웃어른들은 어떤 존재로 인식될까. 어르신들은 청소년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한 가족 내에서도 대화할 시간이 드물고 소통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가족 결속력이 약해지고 학교의 역할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인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부모나 교사를 비하하는 인터넷 패륜 카페, 노인을 조롱하고 장난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의 등장은 그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마음을 성장시켜 줄 어른의 부재 속 아이들의 마음은 점점 메말라 가고 있다.

어른의 가치 잃어가는 시대
지난 5월 전남 순천의 한 노인요양시설에 봉사활동 하러 간 청소년들이 병상에 누워있는 노인에게 막말과 삿대질을 하며 장난쳤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올렸다. ‘패륜동영상’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온라인 상에 확산돼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한 중학생이 담배를 사려고 들어간 가게에서 주인인 70대 노인은 미성년자니까 담배를 팔지 않겠다고 하자 노인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가게 앞에는 또래 친구들이 있었어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또한 술에 취한 10대 청소년이 새벽에 운동 나온 80대 노인을 폭행해 중태에 빠뜨려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10대들의 이러한 행동들은 가족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의 중요성이 떨어지면서 전통적인 효 사상과 노인을 공경하는 의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퇴색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2010~2012년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노인들이 존경받지 못한다는 질문에 81.1%가 그렇다고 답해 조사 대상 13개국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노인에게서 존경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린 경우는 47.0%에 머물러 조사 대상 중 12위를 차지했다. 1위인 우즈베키스탄과는 25%차이, 최하위 일본과는 1%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노인을 존경하지 않게 된 데에는 노인이 유능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보다 젊은이를 고용할 때 성과가 더 높아진다고 답한 비율은 한국이 66.1%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대상국들의 평균치(32.5%)와도 차이가 크게 났다. 노인에게서 유능함을 떠올리는 비율은 18.1%로 가장 낮았다.

공동체 중요성 부재 속 청소년 인성교육 시급
전문가들은 가정의 기능을 상실하고 공교육이 이를 대신하지 못하면서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해체되면 부모의 양육기능을 교육기관에서 대행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에서 부모가 못해준 인성교육을 대행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심한 이유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제대로 훈육 못 받고 초등학교 인성교육도 부족한 채 중학교에 진학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0대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의 약화와 그에 대한 우려는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성인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교육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5.8%가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문제로 ‘학생의 인성·도덕성 악화’를 꼽았다. 요즘 초·중·고생들의 인성·도덕성 수준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의 인성 수준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9.2%에 그쳤고, 수준이 낮다고 답한 비율은 55.1%였다.
인성교육은 초등학교 45.6%, 중학교 39.5%, 고등학교 27.3%가 지금보다 중시해야 할 교육 1순위로 나타났다. 고교에서는 전년도 조사에서 1위가 진로교육이 28.3%로 가장 높았으나 올해는 인성교육이 25.1%로 순위가 바뀌었다.
청소년들의 인성문제를 방치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심화되기 이전에 어렸을 때부터 인성교육의 관심과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정 교수는 “요즘에는 맞벌이,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면서 웃어른 공경 등과 같은 인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예전보다 줄었다”면서 “인성교육을 중심에 둔 공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박선미 기자
 자료/한국교육개발원 외

<인 터 뷰>

할머니 맘엔 ‘팔팔한’ 청춘이, 아이들 맘엔 ‘따스한’ 情이
김팔선·김아라, 윤광자·신민철

1·3세대 간 지속적인 교류로 10대 청소년들에겐 인성을 함양시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혼자 생활하는 할머니들에게는 외로움을 해소하며 어른의 역할에 대한 의미를 갖게 하는 활동이 있다. 자양종합사회복지관에서 2009년부터 시작한 ‘동화’는 할머니와 학생이 1대1로 매칭 되어 활동하면서 1·3세대 통합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세대 간 지속적인 만남이 청소년들의 인성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들었다.

동화라는 명칭은 1,3세대가 ‘동화된다’ 또는 할머니들이 ‘옛날이야기’를 동화라고 부르는 데서 기인했다. 현재 고3학생들이 대다수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월 1회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자율노래방, 팀별 게임, 절기마다 하는 전통놀이, 노래자랑, 야외활동을 통한 미션수행 등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혜란 사회복지사는 “봉사활동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학교에서 정해준 시간을 채우기 위한 활동 외에 의미 있는 활동, 자신에게 도움 될 수 있고 생각의 변화를 줄 수 있는 활동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복지현장에서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 아이들의 욕구가 높다”고 부연했다.
신규 가입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조사 결과 아이들은 할머니들에게 ‘배울 점이 많고, 삶의 선배로서 지혜가 많다’며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화는 아이들이 자주적으로 활동을 이끌어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1.3세대 통합 활동이 있기 전에 학생들이 모여 다음 활동에 대한 주제를 선정하고 기획한다.

“안 보면 궁금해요. 애들이 다 착하고요”
윤광자(73) 할머니는 “우리가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돼야 한다. 친손자에게 가르치듯이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바른말 할 땐 하고, 숙일 땐 숙이는 편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배우고 서로 대화하곤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아이들이 벌써 고3 수험생이 됐다. 오랜 시간 활동을 하면서 만난 아이들은 말에서부터 행동에 이르기까지 예의바르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았다. 윤 할머니는 어르신께 무례하게 행동하는 일부 청소년들과 동화 학생들은 다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확실히 사회가 노인 공경하는 문화가 적어졌죠. 부부가 말부터 서로 존중하며 쓰지 않는 집이 많고 양부모 살아 있어도 비뚤게 자라나는 아이들도 있고요. 하지만 할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똑바로 자라더라고요”
김팔선(80) 할머니는 “시장 가다가 (짝궁인) 아라가 나를 먼저 알아보며 인사하고 다음 토요일에 또 만나자고 반갑게 웃을 때 예쁘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짝궁인 김아라(자양고3) 학생은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한 달 정도 같이 산 경험이 있어서 할머니들과 어렵지 않게 동화될 수 있었다. 세대가 달라 처음엔 어려웠지만 활동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할머니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주변 친구들은 ‘말이 잘 통하는지, 할머니들이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는 않는지, 의견 충돌은 없는지’ 아라를 걱정하기도 한다. 
“활동 처음에 편견이 있었어요. 친할머니와 같이 살 때 많이 싸웠었거든요. 할머니들과 말이 안 통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말 해 보니 잘 통했어요. 제게 관심 가져주시고 친할머니처럼 이야기 해주시고 걱정해주셔서 감사했어요.”
활동 전에는 왜 할머니들이 다리가 아프다고 하시는지, 귀가 안 들린다고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활동을 통해 할머니들의 사정을 전보다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아라는 순천의 고등학생들이 할머니에게 행한 모습들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아라는 동화에 참여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진심어린 마음이 없으면 참여 못할 것 같아요. 나중에 사회복지사가 되었을 때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르신들과 많이 대화하고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요.”

1·3세대 어울림 비결 ‘서로 맞춰 나가야’
혼자 생활하시는 할머니들에게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은 힘이 되고 삶에 활력을 준다. 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생각을 ‘주입’ 하기 보다는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을 낮추고 대화하면서 이해시키는 편이다. 아라와 윤 할머니는 동화 활동이 ‘서로 맞춰나가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이 먹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있구나 여기죠. 집에 노인 혼자 있으면 대화할 사람이 없잖아요. 동화가 굉장한 힘이 되고 있어요. 서로 필요해요.”
중학교3학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신 신민철(경일고3) 학생은 그 당시 신종플루에 걸려 장례식장에도 가보지 못한 아픔이 있었다. 나눔 활동도 좋고 무엇보다 할머니들과 정을 느끼기 위해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준비해서 하는 봉사활동인데 할머니들께서 연락해주시고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내가 하는 일이 괜찮은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민철이는 활동 전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에 대해 화를 내거나 무관심한 편이었다. 동화에 참여하면서 바라본 할머니들은 늘 웃고 있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웃고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는 자신을 위로해주었다. 할머니들로부터 ‘솔직한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자신의 얘기를 꺼내지 못했는데 이제 스스럼없이 사람들을 대하고 이야기하게 됐다.
“솔직하게 마음 터놓고 배우는 게 얼마나 큰지 알았어요. 할머니께서 손 한 번 잡아주실 때마다 저에게 사랑을 주시는 게 느껴져서 따뜻해요. 큰 위로가 돼요.”
 글/박선미 기자
 사진/자양종합사회복지관

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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