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_ 발달장애인법제정 대정부 투쟁 선포 기자회견

지난해 19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발의된 법안, 발달장애인법. 그러나 아직까지도 발달장애인법 제정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올해 8월 임시 국회까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6월 26일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발달장애인법 제정에 대한 대정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번 기자회견은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이하 발제련)가 주최했다. 발제련은 국내 발달장애 관련 4개의 주요단체인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결성한 연대체이다.
발제련은 천막농성, 100만인 서명운동, 국회 앞 1인 시위 등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해 활동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임시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안건 상정만 됐을 뿐, 법안이 심사되진 않았다.
올 8월 임시국회에서 발달장애인법에 대한 본격적 심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발제련은 8월 임시국회에서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대정부 투쟁을 시작할 것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과 더불어 지난 3월 21일부터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정리했다. 농성을 시작한지 98일 만이다. 지난 98일간 천막농성은 통해 125명의 국회의원이 발달장애인법 제정에 동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는 농성 정리가 법 제정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투쟁을 위한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 왜 필요한가?
김성조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회장은 “100일에 가까운 농성이 성공적으로 끝났어야 했는데, 많이 아쉽고 죄송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법이 제정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농성을 끝내는 것이 포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발제련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했다. 국회의원 동의서 조직, 거리 선전전, 국회 앞 1인 시위, 100만인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며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추진했다.
이들이 많은 노력을 하며 촉구하는 ‘발달장애인법 제정’은 왜 필요한 것일까?
발달장애인은 다른 이들보다 일상생활, 교육, 경제·사회 활동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권리주장이나 자기보호가 어려워 학대·무시·성적 착취·경제적 착취·법적 권리 침해·인권침해 등을 당할 우려가 높은 취약 계층이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신체적 장애인 문제를 중심으로 장애 문제를 접근하고 있어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발달장애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발제련의 주장이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들이 법안에 대해 요구하는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률의 효과적 집행을 위해 발달장애인특별기금 조성 ▲발달장애인에 관한 정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한 중앙발달장애인위원회 및 지역발달장애인위원회 설치·운영 ▲시·군·구별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발달장애인권익옹호센터 설치·운영 ▲대상자 선정 및 심사 후 발달장애인 서비스 및 급여 지급 ▲발달장애인의 건강과 발달·직업과 소득보장·소득지원·주거와 돌봄·참여와 옹호·보충적 서비스 등을 위한 지원 ▲발달장애인 서비스 제공자 및 기관에 대한 자격·등록·취소 사항 등이다.

‘포기’ 아닌 ‘새로운 시작’
발제련은 기자회견 당일 98일 동안 진행하던 천막 농성을 정리했다. 그러나 법 제정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투쟁의 시작을 위한 일이라고 선언했다.
김재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은 “현 정부가 대화에 응하고 있지 않다”며 규탄했다.
김 부회장은 “발달장애인법은 많은 예산과 노력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냉철히 보고 재정비하는 것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8월 임시국회에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발달장애인법이 꼭 제정되어야 한다”며 “또 다른 행동을 통한 가열 찬 투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옥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총장은 “8월 임시 국회를 앞두고 더 거센 투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박사무총장은 “광화문에서 300일이 넘게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 역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평성’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것 아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다른 장애와의 형평성 문제와 많은 예산이다.
형평성 문제에 대한 양영희 한국장애인자립센터협의회 사무총장의 의견은 달랐다.
양 사무총장은 “형평성은 모든 사람이 똑같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른 이들과 비교해 차별하지 않고 인간다운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형평성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경증 혹은 어떤 장애인에 대한 차별도 사라져야 하는 것이 옳다”며 “지적·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장애가 있어도 지역 사회에 참여하며 살아갈 수 있다”며 “또한 장애인도 본인이 살고 싶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된다면 또 다른 새로운 법안 등이 제정될 것도 기대한다”며 “장애에 맞게 이해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전했다. 양 사무총장은 “투쟁의 의지를 꺽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투쟁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노익상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총장은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단계적으로 시행해 조절하면 된다”고 발언했다. 그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체계가 필요하다”며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노 사무총장은 “발달장애인 법 제정을 위해 각자 위치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역에서는 각 지역 국회읜원들에게 편지, SNS, 방문을 통해 관심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노익상 사무총장은 “장애는 병이 아니다”라며 “장애는 치료가 아닌 지속적 훈련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농성장 정리와 이번 기자회견은 제2의 도약을 시작하기 위한 것”이라며 “8월 임시 국회를 앞두고 더 강한 투쟁을 해야 할 시기”라고 선포했다.

글·사진/정지영 기자

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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