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_ 조향현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회장

“이제는 취업보다 승진이란 말이 더 나옵니다. 이런 시대 변화에 따라 장애인 정책도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7월 2일 취임한 조향현 제7대 장애인고용안정협회 신임회장은 장애인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인사관리, 적응지도 점검 및 조사, 정서 상담, 근로자복지 증진 등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조 회장은 장애인기능경기대회 등 협회 사업의 법·제도화와 장애인 고용지원을 위한 고용공단 및 장고협의 연계를 강조했다.

제7대 회장 취임 소감 및 각오
앞으로 장애인의 안정적인 근로환경조성과 장애인의 권익증진을 위해 그리고 협회를 발전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아시는 바처럼 장애인 복지의 최종 목표 중 하나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자립입니다.
또 장애인의 완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고용을 통한 경제적 자립이 우선돼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장애인 고용을 증진 시키는 일과 이미 고용돼 있는 장애인근로자의 권익 및 복지 신장에 중점을 두고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다루지 못하고 있는 고용 관련 제도나 정책을 연구·조사해 정부에 건의하고, 사회에 적용시키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장고협 취임 핵심정책
본래 장고협의 핵심정책은 장애인근로자의 고용안정입니다.
지금까지는 취업알선이 우선적이었지만 앞으로는 고용안정의 시대입니다. 취업보다 승진이란 말이 더 나오는 시대입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장애인들의 취업알선은 물론 고용안정 정책이 함께 우선 돼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임기 동안 취업한 장애인들의 근로환경 및 복지, 인사관리, 적응지원 점검·조사, 정서 상담 지원 등을 위해 고용공단과 연계해 지원해 나갈 계획이며 정부 산하 기관인 고용공단이 노동부에 직·간접적으로 건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우리 협회가 보완·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올해 중점 추진 사업
첫째는 장애인 근로자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통한 노동 생산력 촉진 및 사회일반의 인식개선을 통한 고용 안정 도모입니다.
그동안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은 비장애인과 같이 순수예술 활동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장기자랑 쯤으로 여기는 인식 때문에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 근로자의 문화예술 활동은 근로의욕 증대의 동기로 작용하며 장애인문화예술활동 참여기회의 확대는 장애인의 사회적 기능을 향상시켜 사회적 재활을 촉진시키고 장애인의 자립생활 증진, 역량강화, 장애인인식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우리 협회에서는 전국장애인근로자문화제를 통해 장애인근로자의 잠재된 문화예술 역량을 계발하고 장애인근로자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자아 성취감, 근로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장애인인식개선 작품 공모전, 전국 순회 작품 전시회, 장애인 근로자 가요제, 문화예술경연대회 등 장애인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문화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미래 직업인이 될 청소년들의 장애인 인식과 고용 인식개선을 위한 장애인인식개선 교육 확대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고용차별의 주 원인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입니다.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은 장애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형성하게 되며 이는 장애에 대한 부정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생산성이 같더라도 장애인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 장애인들의 생산성이 낮을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 때문에 장애인을 배제하고 비장애인을 채용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장애인이 고용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청소년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인식개선 학교방문 교육, 장애이해아카데미, 장애청소년 Best Friend 시상 등 미래 직업인이 되는 청소년의 인식개선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7대회장으로서 역대회장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강점
그동안 장애인편의시설, 수화통역 심부름센터, 장애인자막 법제화, 장애인복지예산을 늘리는 등의 법·제도 관련한 일을 해왔기에 앞으로도 장고협의 사업들을 법제화 하는 일에 자신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협회에서 사업으로만 진행돼 왔던 기능경기대회 등을 법정대회로 만드는 등 행사 위주가 아닌 법·제도 개선에 더 중점을 두고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장애인복지 관련 법·제도 개선 등 정부 건의사항
하나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 관련법 개선입니다.
기존 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에 의거 단 1줄의 법령으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비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숙력기술장려법’제3장에 기능경기대회에 대한 지원 및 방법 등 세부적인 사항이 적시돼 있습니다. 또 비장애인기능경기대회장의 경우 시장 및 도지사가 하도록 명시돼 있어 각 지역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사항입니다.
반면 장애인기능경기대회의 경우 선거법 및 기타 사유로 인해 관공서의 도움이 부족한 사항이며 지역에 따라서는 지역의 장이 아닌 교육감 및 고용노동부지청장이 대회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비장애인기능경기대회와 장애인기능경기대회의 기준을 통일해 각 지역에서 업무 진행함에 있어 원활한 협조가 가능하도록 개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장애인고용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장애인근로자의 안정적인 근무여건 조성과 채용 확대를 위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장애인고용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합니다.
세번째로는 장애인 임금체불 개선을 위한 방안 제시가 필요합니다.
대다수의 장애인근로자는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을 느끼게 되고 더 나아가 가정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임금이 체불된 장애인근로자는 기대감을 안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지만 고용노동청에서는 “사업주를 형사 처벌 했으니 임금은 민사소송을 통해 받으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사용자를 검찰로 송치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해 실질적인 구제 수단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근로기준법의 벌칙조항을 보완하거나 임금채권보장법 확대 실시, 국가가 장애인근로자의 민사소송을 대리하거나 소액소송 경우 공동소송을 허용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현 장애인복지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
장애인고용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입니다.
장애인이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며, 이러한 권리를 구체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족의 몫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맡아야 할 책무입니다. 2010년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고용사업장의 장애인 채용 이유 중 ‘고용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가 36.9%로 가장 높습니다.
이것은 아직까지 장애인고용에 있어서 사회 일반의 인식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보여줍니다.
올해로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시행된 지 만 22년이 됐지만 아직도 많은 정부기관 및 민간기업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에서는 그동안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단계적으로 상향시키겠다고 발표해왔지만 아직까지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국가·공공기관·기업이 많아 장애인고용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의무고용 등 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장애인복지의 발전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장애인을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사실 부담금을 대폭 인상해 장애인고용을 강제하거나 직접 채용이 어려운 기업의 경우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을 활성화하고 장애인의 교사나 공무원 진출을 늘리는 등의 방안도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는 방법 중 하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없이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제5조 제3항을 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장애인근로자의 안정적인 근무여건 조성과 채용 확대를 위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장애인고용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합니다.

장애인고용률 증진을 위한 제언
장애인 고용률 증진을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개선은 물론 사후관리 강화가 필요합니다.
사후관리는 직업재활과정의 마지막 단계로서 장애인근로자가 취업 후 직장의 사회적, 물리적, 기술적 환경에 적응해 나갈 때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이 일정과정을 거쳐 취업이 되더라도 장애인이나 고용주 모두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되므로 예기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일정기간동안 장애인과 사업주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러한 과정을 사후지원이라 하며 최근에는 ‘follow-along’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시 되고 있습니다.
결국 사후관리는 직업재활 마지막 단계로서 장애근로자의 안정된 직업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직업재활서비스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후관리의 일환으로 장기근속 장애인이 일정 몇 %이상인 사업장의 사용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지원책을 통해 고용안정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외 꼭 하고 싶은 말
국민들은 장애인을 볼 때 차별의 눈으로 보지 말고 그들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바라봐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 드라마나 극본 등에서 장애인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 등 장애인의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기회가 많이 제공돼야 하며 장애인도 공동체 속의 한 구성원이라는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 보여줘 사람들이 장애인들에 대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길 바랍니다.
아울러 장애인복지 중심을 ‘고용’에 맞춰 건축편의시설도, 장애인교육시설도 장애인이 많이 고용돼 있는 기업 중심으로 설치돼야 할 것입니다.
이유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이고 장애인의 자립은 결과적으로 국가의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장애인고용처의 환경이 먼저 변화돼야 장애인근로자도 불편 없이 안정적으로 근로활동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당사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철학이 있는 사람은 성실합니다.
능력보다 성실하게 자기가 맡은 일에 소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장애인들의 인식을 깨기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사회에 적응하고 장애인에 대한 좋은 인식 제고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글·사진/엄유리 기자

정지영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