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Ⅱ _ 세대별 가사 분담

부천에 사는 오숙희(52) 씨는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고 살림을 도맡아 했었다. 일을 시작하면서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많아졌고, 집에 돌아와서도 가사는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다리 한 번 쭉 뻗지 못하고 쌓여있는 빨래와 설거지 등을 해야 한다.  오 씨는 “(남편이) 집안일을 하나도 안 도와준다. 저녁을 먹고 나면 설거지는 하지 않는다.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맞벌이와 가사 분담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태와는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맞벌이 가구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는 43.5%로 집계됐다. 연령 계층별로 40대(52.1%)와 50대(49.8%)의 맞벌이 가구 비율이 높았다.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한다는 견해는 45.3%로 조사됐으나 실태는 16%에 머물렀다. 가사 분담 실태에 대해 ‘부인이 주도한다’가 남편 80.5%, 부인 82.0%라고 답했다.
세대별 이야기를 통해 가사 분담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본다.
정리/박선미·정지영 기자
자료 제공/통계청

“서로 잘할 수 있는 가사 스킬 늘려 나가야”
주요한(33/서울 송파구)
주요한 씨는 현재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으며 그가 집에서 하는 가사 활동으로는 방 청소, 식사와 설거지, 거실 및 화장실 청소와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 등 집안일의 상당 부분을 소화해내고 있다. 자신 있는 가사 영역으로 청소, 설거지, 요리를 들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시키는 일을 곧잘 했고 알아서 집안일을 할 정도로 가사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다. 집안일이 익숙했던 터라 대학 시절 자취를 할 때도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다.   
주 씨는 가사 분담에 대해 “가족이 같이 하는 것이며 남편 역할, 아내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그는 맞벌이를 원하며 가사 분담은 서로 간의 사회생활을 기준으로 아내가 퇴근이 빠르면 저녁 준비는 아내가, 대신 설거지와 집안 정리는 퇴근 후 남편이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신 집안 청소나 빨래 같은 일은 확실한 날짜와 역할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가정 내 가사 영역에 대해 고정된 성 역할 보다는 ‘더 잘할 수 있는 성 역할은 있다’는 주의였다. 서로 잘할 수 있는 가사 영역의 스킬을 극대화하여 가사를 꾸려가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힘이 필요한 가사는 남자가, 섬세함이 필요한 가사는 여자가 하는 것이 결국엔 더 잘할 수 있는 각자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대에 따라 가사 분담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 씨는 “어느 참치 광고에서 아픈 아내를 위해 남편이 죽을 만들고 그 죽을 아침상으로 받은 아내가 눈물 한 방울 흘리는 장면이 있다”며 “요즘 젊은 커플들은 집안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저 정도로 감동받고 눈물 흘리는 것은 아버지·어머니 세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남편의 육아휴직이 이슈화되는 것도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너와 나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이 했으면 합니다. 대신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남편이 음식하면 아내는 알아서 설거지, 아내가 빨래하면 남편은 알아서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루지 말고 양심껏 알아서.”       

“맞벌이라면 가사도 남편과 반반씩 해야죠”
강명의(22/대전 중구)
회사원인 강명의 씨가 현재 가정 내 하고 있는 가사 활동은 특별히 없다. 비정기적으로 설거지를 하고 빨래하고 개는 정도. 어머니가 손이 아프다고 하면 집안일을 대신하고 주로 어머니가 일을 시키면 하는 정도다.
‘집안일=엄마일’이라는 생각은 없지만, 퇴근하고 들어오면 피곤해서 집안일을 하기 보다는 쉬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고 맡은 역할이 없었다. 가사는 가족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에 대해 역할이 정해졌다면 엄마가 일 하라고 시키기 전에 알아서 했을 거에요.”
가사 분담이 가족 모두에게 주어졌다기 보다는 고정관념에 따라 어머니가 주로 집안일을 하셨다. 강 씨는 “나중에 결혼하면 가사 분담을 잘하는 남편과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 친구들 집도 강 씨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신혼부부들이나 TV 속 부부들의 모습을 보면 여자보다는 ‘남자’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사 영역에 고정된 성 역할은 없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여자가 대부분 집안일을 했지만,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잖아요. 성 역할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강 씨는 결혼 이후 맞벌이를 한다면 “남편과 가사 영역을 확실하게 정할 것”이고, 외벌이를 한다면 “회사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조금 더 가사에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신혼부부
‘가사=가족 공동의 몫’
박정환(34)·구혜영(32) 부부는 올해 초 결혼해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다. 부부가 직장인이기에 퇴근 후 마주해야할 집안일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은 가사에 대해 ‘가족 공동의 일’로 동의했고, 각자 맡은 역할이 있어 집안일을 함에 있어 큰 다툼이 없었다. 가사 분담에 대한 부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다.

-현재 가정 내 하고 있는 가사 영역은?
남_ 밥하기, 설거지, 방청소,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분리수거, 잔반 쓰레기 처리, 빨래 널고 개기를 하고 있다.
여_ 가사 분담 비율로 보자면 6(남편):4. 화장실 청소 중 일부. 상차림 일부. 가계부 쓰기를 하고 있다.
 
-가사 분담에 대한 생각
남_ 가사 분담은 서로 의논을 하고 실행했다. 맞벌이기 때문에 가사 분담은 나눠서하는 것이 맞다. 가족이 같이 사는 장소의 일이니 가사는 우리의 일이라 생각한다. 
여_ 가사는 공동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하되 좀 더 육체적인 노동(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이 필요한 일은 남편이 하고 있다. 

 -부모님은 어떤 식으로 가사 분담을 해 오셨는가?
남_ 어머니가 주로 가사활동을 하셨고, 아버지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셨다. 가사의 주 역할은 어머니였다고 느꼈다.
여_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가사 분담을 정확히 요구하는 편이었다. 예를 들자면 음식물 쓰레기를 언제 버려 달라, 마늘을 까서 어디에 담아 달라, 청소기를 돌려달라고 하시는 등.  어머니는 가사 분담의 불만을 아버지에게 느끼기 전에 해결하는 방식을 택하셨던 것 같다. 상대방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내가 할 부분은 어느 정도인지 아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부모님께 영향 받은 부분이 있다면 가사는 가족이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적은?
남_ 회사 업무로 피곤해서 집안일을 하기 버거웠을 때. 그럴 때면 아무 것도 안하고 쉬고 싶지만 미혼 때 느꼈던 외로움을 생각하면 피곤함도 상쇄된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빨리하는 노하우도 생겨 크게 힘들지 않다.
여_ 욕실 청소할 때 힘들었다. 지금 사는 곳이 오래된 집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가사 영역은 성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고 보는가?
남_ 고정된 역할 없이 그 영역에서 적합한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여_ 고정된 성 역할은 모두에게 공통은 아닐 수 있다. 우리 부부에게는 우리만의 나뉜 성 역할은 있다고 본다.
 
-가사 분담에 있어 시대 변화상이 느껴지는가?
남_ 당연히 느껴진다. 아내만 집안일 하는 것은 할머니, 어머니 세대 때의 이야기라고 생각 한다.
여_ 못 느낀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결혼 전과 후 가사 분담에 대한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가 온 부분이 있다면
남_ 전에는 개인적인 생활이 더 많았고, 쉬는 시간도 많았다. 결혼 후에는 가사가 삶의 일부가 되어서 집에서도 바빠졌다.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여_ 변화가 없다. 자녀가 생기면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지인 부부들은 가사 분담을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
남_ 맞벌이라면 반반씩하고, 외벌이면 와이프가 주로 하고 있다.
여_ 한 맞벌이 부부는 화장실 청소를 남편이 샤워하고 나오면서 한다. 가사 분담은 서로가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고 볼 정도. 또 다른 맞벌이 부부는 빨래를 아내가 하면 남편이 널고 마르면 개켜서 서랍에 넣도록 아내가 남편을 교육시키기도 했다. 가사 분담은 서로가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고 볼 정도. 외벌이 부부는 상당부분 아내가 가사를 맡고 있었다. 이에 대한 불만이 있는 듯했다. 
 
-외벌이라면 가사 분담에 대해 변화가 올 것 같나?
남_ 7:3(남편) 정도로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_ 8:2(남편) 정도. 당연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쪽이 가사를 더 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가사 분담을 어떻게 해 나갈 생각인가?
남_ 기존에 하던 대로 할 생각이다.
여_ 내 입장에서 남편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도록 미리 부탁하고 남편이 부당하다고 느낄것 같다면 빨리 캐치하겠다. 

중년부부
“가사 노동,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최정옥(48세/서울 구로구)

가정주부인 최정옥 씨는 현재 가사를 전적으로 맡고 있다. 설거지, 청소, 요리, 빨래… 집안일 중 어느 한 곳도 최정옥 주부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최 씨는 “나와 남편과의 가사 분담 비율은 거의 9:1 정도”라며 “가사 역할이나 담당자를 정해놓고 나눠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설거지, 청소, 빨래, 요리 등 거의 모든 집안일을 홀로 맡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옥 씨가 가사를 전적으로 맡게 된 것은 결혼 직후부터다. 결혼 후 집안일은 자연스럽게 주부인 최 씨의 몫이 됐다. 이후 결혼 초부터 현재까지 가사 분담에 대한 역할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결혼 초부터 가사를 전적으로 맡았던 것이 현재까지 이어진 셈이다.
최 씨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여자가 가사 를 더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주변을 보면 맞벌이 부부라 해도 여자가 집안일을 더 많이 맡아 힘들어 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요리의 경우 아직까지 ‘여자의 일’이란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 최정옥 주부의 지적이다.
전업주부인 최 씨는 그동안 남편이 집안일을 돕지 않는 것에 대해 다그치기보다는 피곤한 남편을 이해해왔다. 그러나 결혼 후 20여 년간 홀로 가사를 전담해 오며 쌓인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았다.
최정옥 주부는 “집안일은 매일 해도 또다시 생긴다”며 “쉴 틈 없이 반복적으로 해야 하기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아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밝혔다.
가사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가 오랜 시간 쌓인 최 씨는  가족과 함께 해결하기로 선택했다. 최정옥 주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가족과의 대화다.
최 씨는 “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보다는 가족과의 대화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간단하지만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대화 후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려 한다”며 “아직까지 역할을 분담해서 하진 않지만 서로 시간 여유가 있을 때마다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밖에서 일을 하느라 피곤한 것을 알기에 무리하게 집안일을 도와주진 않더라도 한 가지 정도는 남편이 맡아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예를 들면 퇴근 후 설거지 정도는 남편이 맡아줬으면 좋겠어요.”

“경제활동 하다 보니 집안일은 소홀”

임종수(56세/서울 구로구)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임종수 씨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이렇다보니 집안일은 전적으로 가정주부인 아내가 맡고 있는 상황이다.
임 씨는 “우리 집의 가사 분담 비율은 10:0이다”라며 “전적으로 아내가 집안일을 전담한다”고 답했다.
사실 임종수 씨의 부모님 세대만 해도 가사는 여자의 일이란 생각이 당연시되던 시대였다. 결혼 후에는 아내가 집안 일을 맡으며 임 씨가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가사는 주로 여자가 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최근 임종수 씨는 아내가 하던 가사를 조금씩 돕기 시작했다.
“아내와 가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알게 됐다. 사실 이전에는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전적으로 와이프가  가사를 맡았으니 이제는 조금씩 도우려 한다.”
그 동안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아 그에 대한 스트레스 역시 짐작도 하지 못했다는 임종수 씨. 요즘은 주말이나 쉬는 날 빨래를 돕는 등 이전보다는 집안일을 함께 하려고 노력 중이다.
임종수 씨의 가정처럼 아내가 가정주부로, 남편이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 가사를 아내가 전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가사로 인해 생기는 아내의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임 씨 역시 아내와의 대화 이전에는 가사 스트레스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가사에 대한 아내의 스트레스를 알게 된 후, 앞으로는 가사를 도울 계획이다.
임종수 씨는 “퇴근 후 녹초가 되기 십상이라 그동안 가사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며 “그동안은 배우자가 전적으로 가사를 담당했기에 이젠 내가 태도를 달리해서 아내를 조금이라도 도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60대 부부

“은퇴 후,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김옥자(62/서울 서초구)씨
김옥자 씨는 남편의 은퇴 전까지 전적으로 혼자 가사를 맡았다. 게다가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의 간병까지 맡았다. 간병과 가사 전담으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었다. 그래도 김 씨는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헌신했고, 남편이 은퇴하면 함께 일을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막상 남편은 은퇴하자 취미나 여가 시간에 상당부분 시간을 쏟았다. 가사는 여전히 김옥자 씨의 몫이었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집안일을 돕지 않은 남편의 모습을 보며 크게 실망한 김 씨는 심각하게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는 남편에게 전했다. 그 후 남편이 조금씩 달라졌다.
“은퇴 전에는 남편이 집안일을 전혀 돕지 않았지만, 은퇴 후에는 남편이 시아버지 간병과 가사를 돕고 있어요.”
덕분에 남편 은퇴 전에는 하루 종일 간병과 가사에 매달렸던 김 씨의 일상이 조금씩 바뀌었다. 하루 평균 가사 노동 시간도 5시간 정도로 줄었고, 나머지 시간은 남편과 함께 노인대학에 다니며 문화·여가 생활을 즐긴다.
최근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은퇴 후 집에서 꼬박꼬박 세 끼를 챙겨먹는 남편을 가리켜 ‘삼식이’란 말이 유행이다. 김옥자 씨는 ‘삼식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끼를 챙겨주는 것이 힘들어서 생긴 말 같아요. 남편이 다른 집안일은 많이 도와주려 노력하지만 요리는 여전히 내 일이고, 모임이라도 있는 날에는 남편 식사가 걱정되는 게 사실이죠.”
김 씨는 남편의 식사를 매 끼마다 챙겨주는 편이다. 김옥자 씨는 “식사 외에 다른 일을 많이 도와주려는 모습을 보면서 끼니는 내가 차린다”며 “상대가 뭘 해주길 바라기 보다는 서로 도와가며 양보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삼식이?
 은퇴는 죄가 아니다”
전홍국(66/서울 서초구)씨
전홍국 씨는 2년 전 은퇴했다. 은퇴 후, 전 어르신은 평소 취미 생활로 삼고 싶던 탁구에 전념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그동안 경제활동으로 할 수 없었던 여가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그의 아내가 가사 일로 우울해 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은퇴 후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은퇴하고 휴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인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내가 집안일도 함께 해주길 바라고 있었죠.”
은퇴 전까지 전홍국 씨는 전혀 가사를 돕지 않았다. 오히려 집안일을 돕는 남자들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은퇴 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쓰레기 버리러 가는 남자들을 만나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죠. 특히, 음식물 쓰레기까지 버리는 남자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 담당입니다.”
은퇴 전까지는 모든 가사와 치매에 걸린 아버지 간병은 부인의 몫으로 생각했다. 요즘은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이고 이부자리 정리, 아버지 간병, 가끔 설거지까지 돕는다. 특히 아버지 간병과 음식물 쓰레기는 전홍국 씨가 전적으로 담당한다.
전 씨는 “전업주부인 경우 가사를 전담하는게 좋지만, 요즘은 맞벌이 부부도 많으니 그런 경우 50:50으로 나눠서 공평하게 하는 게 옳은 일 같다”며 “은퇴 후에는 부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집안일을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식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전했다.
전홍국 씨는 “은퇴는 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라며 “남편이 은퇴했다고 해서 챙겨주는 끼니 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씨는 “부인은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챙겨주고 남편은 점심 한 끼 정도는 밖에서 해결하며 아내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권했다.

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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