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_ 약손동아리

‘엄마손은 약손’
어렸을 때 배앓이를 할 때 어머니가 배를 살살 문질러주면 배 아픈 것이 낫고 안정이 되어 잠이 쏟아졌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배가 낫기를 바라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져 몸이 나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 받았던 어머니의 약손을 되새기며 할머니들에게 진심을 다해 약손서비스를 해드리는 모임이 있다. 바로 양재종합사회복지관의 약손동아리. 약손 서비스를 통해 할머니와 봉사자 간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다.

 

“팔·다리가 저렸어요. 밤이면 다리가 심하게 저렸고요. 혈액순환이 안 됐던거에요. 약손 받으면서 효과를 봤지요.”
정동연(73·서초구) 할머니는 약손서비스를 받은지 1년이 넘었다. 정 할머니는 효과를 위해 “조금은 아프더라도 세게 해주면 좋다. 선생님들이 성실히 잘 해주셔서 고맙다”며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약손서비스를 받고 나온 할머니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너무 시원하다”, “선생님들은 천사 같은 마음을 가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지혜 사회복지사는 약손에 대해 “경락은 도구를 이용해 혈을 누르지만 약손은 손만을 이용해 뭉친 혈이나, 근육을 풀어낸다”고 설명했다.
신국주 강사는 “약손은 우리 몸의 12개의 경락을 만져준다. 약손은 기공을 이용해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양생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건강도 챙기고 나눔도 실천하는 ‘약손’
약손서비스는 양재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한 시부터 두 시까지 2회 진행되며 1회당 20~30분 정도 소요된다. 자원봉사자는 5명 정도가 활동에 참여하며 할머니 열 분 정도 약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봉사자가 10~12명까지도 활동하던 때가 있었고 중급코스 반을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개인사정 및 이사, 건강상의 이유로 회원들이 활발히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생겼다.
신규 자원봉사자를 더 많이 양성하기 위해 지난달 4일 약손동아리 4기 자원봉사자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은 8주간 이뤄지며 1시간 봉사활동 후 1시간 30분 정도 교육을 진행한다.
자원봉사자들은 건강 쪽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도구 없이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호응도가 높았다.
신입 봉사자 오순우(62) 씨는 “나이 들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데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기대감이 크다. 평소 경혈이나 혈 자리에 대해 애매하게 알고 있었는데 활동하면서 정확하게 알게 될 거라는 생각에 기대가 크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부부가 함께 활동할 예정인 김민정(61) 씨는 “내가 가질 수 있는 영역이 확실해서 좋았다. 기구를 사용하기 보다는 엄지손가락만으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송귀영(56) 씨는 “나만 잘살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더불어 살기 위해 내가 배워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약손동아리의 시초는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약손연구회에서 양재종합사회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해 오다가 동아리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모아져 2011년부터 약손동아리 1기를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남자 봉사자도 있었지만 약손서비스를 받는 대상이 주로 할머니들이어서 다른 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점, 이사와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지속하진 못했다.     

  
‘잠이 왔어’ 한 마디에 힘든 줄도 모르고 봉사
신 강사는 “기공은 정신을 집중해 그 사람과 나와의 기가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마다 경락 줄기가 어떻게 뻗어있나 다 다르다. 손으로 만져보면 이 분의 몸이 어디가 안 좋은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몸이 부드럽고 유연하면 아프지 않다. 20대 초반의 남자들의 피부상태는 찰고무처럼 탄력이 있다. 어르신들에게 약손이 좋은 이유가 살이 흐물흐물해 경락 줄기가 훨씬 잘 나타난다. 안 좋은 부분도 더 많이 드러난다”고 부연했다.
더러운 물을 흡수한 스폰지를 짜면 빠져나가듯 약손을 통해 우리 몸 사이사이에 낀 불순물들을 내보내는 효과가 있다. 손과 발에 경맥이 얕게 깔려 있고, 이는 오장육부와 연결된다. 마음을 모아 몸의 순환을 돕고 좋아진 상태를 보며 보람을 느끼는 활동은 봉사자에게나 할머니들에게나 서로를 하나의 마음으로 융합시키게 만들었다.
“약손의 모토는 ‘이 분이 원하는대로’입니다. 내가 이 분에게 해 주는대로 몸 상태가 변합니다. 약손은 일종의 기예라고 생각합니다.”
홍애선(59·서초구 우면동) 봉사자는 활동한지 1년 정도 되었다. 그 전에 수지침, 봉침을 배우고 어르신들을 섬기는 활동을 해오다가 도구가 필요 없이 손만으로도 활동이 가능한 약손을 접하게 됐다. 홍 봉사자는 “배우기만하고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봉사의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이 있다. 약손에 대한 정겨움도 있고,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며 활동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봉사자가 많지 않은 까닭에 매주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할머니들 생각에 목요일에는 다른 일을 제쳐두고서라도 꼭 활동에 참여하는 편이다.
“활동 중간 보충으로 늘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쉽죠. 강사님이 앞부분도 가르쳐 주시려 하지만 지금은 후면경(신체의 뒷쪽 신경계)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심으로 할머니들에게 약손을 해 드리고 난 뒤 할머니들이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잠이 왔어’라는 말을 들을 때 홍 봉사자는 보람을 느낀다.
약손의 장점으로 전문 기술을 익혀 어느 곳에서든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을 바로 드릴 수 있는 점, 손자들을 봐줄 때 몸에 대한 상식을 전해줄 수 있고 가족들에게 약손을 해 줄 수 있는 점을 들었다. 홍 봉사자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에게 우리 부모님에게 하듯이 해드린다. 많은 분들이 약손을 받으시려면 봉사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소망을 비쳤다.
할머니들의 호응도가 높고 약손 마사지를 받으려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분들을 상대할 봉사자는 20~30명 정도가 필요하다. 약손동아리는 봉사자들이 더 모이면 일주일에 두 번, 봉사자들이 격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계획을 갖고 있다.
신 강사는 “만져주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마음의 위안을 많이 준다. 요즘 젊은이들이 외롭고 까칠하다고 하지만 약손을 받고 나면 유해짐을 느낄 수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선미 기자

약손이란
약손은 오래 전부터 생활문화로 전해 내려오던 우리 고유의 맨손 치유법이다.
우리 조상의 얼과 숨결이 깊이 스며 있는 사랑과 나눔의 값진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약손은 예전에 아픈 자녀에게 사랑의 손으로 배를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의 사랑을 전달하는 치유의 건강법이다. 약손은 병원을 가기엔 마땅찮은 일상적인 불쾌 증상을 손으로 만지고 움직여 본래의 건강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별한 도구를 이용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몸놀림과 손쓰기만으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자연스러운 동작이기에 부작용이 없으며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여 서로의 손길을 느끼며 인간관계도 원활해진다.
약손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양생법의 하나인 기공의 요령에 따라 몸을 이완하고 호흡을 고르면서 천천히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고 손을 놀리는 동시에 정신을 집중하여 받는 이의 반응을 감지한다. 약손을 주는 이는 일방적으로 손을 쓰는 게 아니라 받는 이도 약손 치유에 동참하도록 이끌어주며 받는 이는 주는 이의 이끌림을 받으면서 적극적으로 기공식 치유법에 참여하는 파트너가 된다.
약손은 아픈 이의 몸을 덮어주고 감싸주고 잡아주는 사랑의 손길로 병자에게 안도감을 주고 긴장을 풀어주며 불안감과 통증을 잊게 한다. 이 모든 작용은 자율신경에 작용하여 생명력을 회복시켜주고 심신의 휴식을 취하게 한다.
몸 안의 기혈은 경락이라는 일정한 통로를 통해 흐르게 되어 있다. 12줄기 경락들은 각기 특정 내장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경락이 기혈소통이 안되면 해당 내장기능에 이상이 생겨 병이 들게 된다. 내장기능의 이상은 몸의 거죽에 반영되어 나타나며 몸의 거죽에 가해지는 자극은 특정 내장에 반사 작용을 일으킨다. 이는 몸의 표면을 누르고 주무르는 방법으로 몸통 속 특정 내장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경락 효과로 약손 요법은 건강법인 동시에 치유법으로 확고한 효능을 발휘하게 된다.  
글/신국주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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