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이웃 _ 박세라 서울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 상담심리사

서점가부터 TV프로그램까지.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는 ‘힐링’이 화두다. 빠르고 각박하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에게 몸과 마음의 치유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이는 성인뿐만이 아니라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 박세라 상담심리사를 만났다.

우리 아이들에겐 ‘힐링이 필요해’
정부에서 지정한 사회 4대악 중 하나로 꼽히는 학교폭력부터 학업, 진로고민, 가족관계, 이성문제 등으로 아이들의 마음이 병들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 나갈 아이들이 이러한 문제로 인해 탈선하거나 심지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결심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마음의 힐링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증가하는 요즘,  박세라 상담심리사는 청소년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 상담심리사는 그 전부터 청소년 교육 분야에 종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청소년 상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고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심리에 대해 수학하며 상담사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가 상담심리사로서 마주하게 된 청소년 심리 문제는 상당히 광범위했다.
“학업 스트레스, 진로고민, 학교폭력, 가정사, 이성, 교우 관계, 우울증, ADHD…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상담은 주로 내담자 혹은 보호자의 신청으로 접수되어 진행된다. 그러나 상담 방법은 연령별이나 처한 문제의 종류, 그 심각성에 따라 천차만별로 이뤄진다.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 아이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 역시 최하위 수준이다. 행복하지 않다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우리 아이들. 박세라 상담심리사는 아동 및 청소년 상담을 하며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박 상담심리사는 “심지어 초등학생 1학년 어린이가 자살을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만난 아이들 중에서는 자살을 시도하는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청소년들도 많았다.
박세라 상담심리사는 “고위험군에 속해 일 년간 지속적으로 상담했던 열아홉 살의 한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지금은 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어 기쁘다”고 했다. 이어 “그 학생의 경우,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기댈 곳이 없었다”라며 “청소년 상담을 하다보면 가정이나 학교 등 주변 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 상담의 경우 주로 50분은 학생과, 10분 정도는 부모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부모가 자각하고 있는 아이의 문제와 아이가 고민하는 문제가 판이하게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동의 경우, 놀이치료나 다양한 매개체를 활용한 상담을 실시하기도 한다.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는 박세라 상담심리사지만 그에게도 난감한 순간이 있다. 바로 은둔형 내담자를 위한 방문 상담이다.
박 상담심리사는 “심각한 경우는 방 문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며 “심지어 상담사가 방문해도 방 문 조차 열어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런 경우는 박세라 상담심리사가 매우 안타까워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문 열리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상담을 진행한다는 그가 진짜 열고싶은 것은 아이의 마음의 문일 것이다.

상담이란 ‘공감’과 ‘이해’다
최근 우리 사회도 심리상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정신과 상담이나 심리 상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다.
그러나 신체에 병이 발생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듯이 마음의 병 역시 치료가 필요하다.
박세라 상담심리사는 “정신과 상담의 경우 기록이 조회될 수 있어서 꺼려하는 부모들이 있다”며 “상담은 기록이 남지 않아 신청하는 부모님들이 많지만, 이 역시도 상황이 굉장히 심각해진 후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염려했다. 초기에 상담 및 치료를 시작하지 않아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한다.
박 상담심리사는 “자살을 결심하는 등 상황이 심각한 경우에만 상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살예방뿐만이 아니라 진로나 대인관계, 가정문제 등 청소년에게 상담이 필요한 모든 범위에서 상담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세라 상담심리사가 소속된 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의 자살예방부터 단순한 성격 유형 검사까지 청소년에 관련된 모든 범위 내에서의 상담이 가능하다. 요즘은 20~25세에 해당되는 후기 청소년들의 진로 상담도 종종 발생한다.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심리·정서적 문제는 아이들의 건강한 정신건강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서도 심리상담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 상담심리사는 “사회복지란 인간이 어떻게 행복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며 “심리상담은 각 개인의 내면을 알아보는 것임으로 사회복지 실현을 위해 필요한 항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담심리사는 지속적인 자기계발이 필수인 직업”이라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담은 공감과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박세라 상담심리사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걱정과 사랑도 잊지 않았다.
“꽃이 수만 번 흔들리고 피듯이 아이들이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성장하며 많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데,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지 말고 한 번만 용기를 내서 찾아와줬으면 좋겠어요.”
글·사진/정지영 기자

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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