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_여성장애인 정보문화권 정책토론회

문화를 누릴 권리는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이지만, 여성장애인은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참여함에 있어 경제적 빈곤, 접근성과 편의시설의 부재 및 인식 부족으로 다중 차별을 받아왔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지난 7월 23~24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여성장애인 정보문화권 확보를 위한 제12회 한국여성장애인대회를 개최했다. 대회 둘째날 여성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정책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정체성’드러나는 여성장애문화예술 돼야
‘여성장애인 문화권의 현황과 과제’로 주제 발표를 맡은 곽지영 숭실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문화는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끼친다”며 “문화를 향유하려면 교육권이 보장돼야하지만 여성장애인은 공교육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2011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장애인 중 혼자서 집밖으로 외출이 가능한 경우는 82.3%였고, 문화 및 여가활동으로 ‘TV시청’이 95.3%로 가장 높았다. 문화 및 여가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약간 불만족’이 39.9%였고, ‘매우 만족’이 3.7%에 불과했다.
2007장애인 문화예술 실태 및 욕구조사에서 장애문화 예술인의 월평균 수입액은 ‘없음’이 69.3%를 차지해 대다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문화지원 사업의 예산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용률이 저조해 문제가 되고 있다.
문화바우처 예산은 2007년 20억 원에서 2009년 40억 원으로 사업이 확대됐으나 장애인의 문화바우처 이용률은 2006년 15.1%, 2008년 12.3%로 감소하고 있다.
편의시설의 부재, 접근성의 어려움, 수화통역지원서비스의 통일된 지원의 어려움, 화면해설 서비스의 부재 등으로 장애인이 문화바우처를 이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곽 교수는 여성장애인 문화권 보장을 위해 문화바우처 프로그램 선정 및 공연장 선정 시 장애인의 편의시설 및 교통접근성을 고려해 선정할 것을 제안했다.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이동 및 수화통역, 화면해설 지원서비스를 의무화할 것을 강조했다.
여성장애인의 문화참여권 보장을 위해서 공교육에서 소외되는 일 없도록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며, 특수학교의 교육에서도 재활치료 때문에 예체능 교육의 수혜 기회를 박탈하지 않도록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여성 관점’의 글쓰기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는 “글쓰기는 누구나 하지만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그 동안 교육이 잘 못되었고 방법을 몰랐던 것이며, 우리(여성장애인)에게 맞는 방법을 통해 삶의 기초가 되는 글쓰기를 하기 위해 글쓰기교육과 글쓰기활동을 전개하게 됐다”며 글쓰기 교육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중 차별에 직면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차별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글쓰기’로 삼았다”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알고 있었나, 길들여지고 약해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고찰하는 것이 힘을 갖게 되는 과정”이라면서 “우리 스스로가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며 글쓰기 활동이 장애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잘못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장애여성의 글쓰기활동 지원방안으로 ▲평생교육 차원의 인문학 공부 기회제공 ▲창작 소그룹 발굴 및 지원 ▲장애여성들의 독자적 공간 확보 및 다양한 창작활동 지원을 제안했다. 

보편적 인간정신 표현하는 예술 지원해야
김형희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대표는 표현예술에 대해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예술의 장르에 따라 미술, 연극, 음악, 무용, 문학 등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고 정의를 내렸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여성장애인은 가부장적인 유교문화와 체제 속에서 장애인과 성차별이 가중되어 이중 차별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사회 통념적인 어려움 속에서 더 많은 차별로 교육, 노동, 취업, 문화, 결혼, 정치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희 대표는 표현예술은 남과 구별되는 개인의 고유한 정신을 탐험하는 도구로써 본래의 자기, 궁극적인 삶을 찾아가는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의 긍정적 수용과 개성화를 통해 자기 안에 예술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표현예술은 은유적인 인간정신을 탐구한다는 특성 때문에 치료현장에서 심리적 저항 감소, 긍정적인 라포 형성, 적절한 치료환경 조성을 가능하게 하고 예술을 통한 작업은 개인의 창조성과 예술의 다양성, 삶의 질적 향상 등의 효과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여성장애인 표현예술 활동 활성화 방안으로 ▲다양한 표현예술치료 프로그램 개발 및 홍보 ▲전문화된 치료사·예술강사 파견 필요 ▲표현예술 인재 양성교육 및 전문 예술가 창작 표현활동의 경제적 지원 사업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장애여성이 문화예술의 ‘공급자’ 역할 해야
배은주 장애인국제예술단 단장은 “2000년대 들어 전동휠체어 보급, 장애인콜택시· 저상버스 운영 등으로 장애인의 이동권이 개선되고 자립생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애인이 무대의 주인공을 꿈꾸는 시기가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배 단장은 예술단 창단함에 있어 “문화를 통해 (장애인이) 직업을 갖자는 사명이 있었다”고 고백하며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이행해야 정책과 제도 지원은 따라올 것이며, 그러한 주체가 ‘여성’이 돼야하고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또 “여성장애인이 행복하려면 문화와 예술 속에서 그들의 숨어있는 잠재력을 이끌어 내어 사회에 다시 사용되어 질 수 있다면 놀라운 변화와 발전이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시각장애여성 정보문화권 활성화 강구해야
강미애 한국시각장애여성회 부대표는 시각장애여성들이 겪는 정보문화의 어려움으로 ‘인터넷 접근성’의 어려움을 우선으로 꼽았다.
강 부대표에 따르면 2013년 4월 11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법인사이트의 웹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됐지만 국내의 많은 주요 기관 사이트에서 시각장애인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성시각장애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의료기관 사이트의 접근 제한으로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고 자녀 학습 지도의 어려움, 가전제품의 사용의 어려움 등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정보들로부터 소외받고 있다”고 밝혔다.
강 부대표는 정보문화권 분야에서 시각장애인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법률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감시활동을 전개해 국내의 모든 사이트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홈페이지 웹접근성 인증을 받도록 해야한다고 피력했다.
또 영화관 및 공연장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시각장애인의 관람권 및 접근권을 보장하고 모든 방송물에 동시 화면해설이 이뤄져 시각장애인의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각장애여성, 정보문화 사각지대에서 소외받지 않아야
안영회 한국청각장애여성회 대표는 “청각장애인들은 인간적·신뢰적·공감적 이해 결여에서 오는 폐쇄적 인간관계를 맺고, 이중문화에 대한 갈등과 자아정체감에 혼란을 겪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보문화시대에 청각장애인은 시각적으로만 정보를 습득하는 등 문화적인 소외감을 안고 있다. 안 대표는 현재 공중파 방송 3사가 TV자막방송과 수화통역 삽입 비율을 높였지만, 케이블방송에서 자막이나 수화통역 실시는 의무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청각장애인이 정보를 습득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그는 “청각장애인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보문화를 공유하고 누릴 권리가 있으며 국가와 사회가 제도적 장치와 실천에 필요한 개선안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청각장애 여성들이 정보문화권에서 소외되는 불편을 겪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 방송매체를 통해 상식과 교양의 폭을 넓히는 계기 필요 ▲폭넓게 예술 관람하고 즐길 수 있는 여건 조성 및 잠재된 재능 살려주는 프로그램 지원 필요 ▲청각장애인 전용 공간 마련 ▲컴맹탈출교육 및 스마트폰 사용 교육 및 청각 장애 여성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설 등을 요구했다. 

장애인문화예술정책 지원확대 및 발전 이뤄가야
정재우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 주무관은 장애인의 문화권에 대해 “장애인들이 문화·예술 활동 함에 있어 제약이나 차별이 없고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누리는 권리를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이 문화 활동을 통해 주체성을 갖고 내재돼 있는 잠재력을 개발하면서 변화와 성장을 이루기 위한 힘을 제공하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정 주무관은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정책이 수당 및 각종 의료정책, 재활서비스에 의해 이뤄져온 측면이 있었기에 장애인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문화예술정책예산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향유사업과 창작활동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면서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른 예산확보, 장애인 창작활동을 위한 정책, 인프라 구축, 인재양성 정책 등 앞으로 장애인 문화예술이 인정받고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박선미 기자
 사진/엄유리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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