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_ 탑골사랑봉사회

오늘도 거리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무심코 버려져 있다. ‘누군가는 치우겠지, 굳이 내가 줍지 않아도 되겠지’하는 이기심이 거리를 더욱 더럽게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대부분 70대로 구성된 ‘탑골사랑봉사회’는 거리를 깨끗하게 하자고 말로 알리기보다는 묵묵히 행동으로 보임으로써 사람들에게 거리 환경 정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25명으로 구성된 탑골사랑봉사회는 매주 금요일 오전 아홉시 반부터 두 시간 가량 경운동, 인사동, 종로3가, 탑골공원 일대 거리를 청소한다. 활동에 앞서 센터에 모여 커피 한 잔씩 나눠 마신 뒤 제복을 착용하고 띠를 두른다. 한 손에는 파란색 플라스틱 통을 다른 손엔 집게를 들고 나면 봉사활동 준비가 끝난다. 화분에 무자비하게 꽂혀 있는 담배꽁초들, 구겨진 휴지 조각들을 주우면서 거리 환경미화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탑골사랑봉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고준덕(75) 어르신은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 교육 받다가 모임이 결성 됐다. 회원 간 유대가 좋아졌고, 봉사활동을 하니 마음이 기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고 어르신은 “환경미화야말로 몸으로 하는 ‘진짜 봉사’”라고 강조했고,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총무인 이길석(70) 어르신은 “인사동 일대는 외국인이 많은데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으면 보기 좋지 않다.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쓰레기통에 휴지를 버려야 하는데 슬그머니 쓰레기를 바닥에 몰래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느니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기로 다짐했다. 이 어르신은 “거리질서를 위해 나이 많은 회원들이 애쓰고 있다. 가래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거리에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 깨끗이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모임에서 전 회장을 역임한 한홍택(73) 어르신은 “봉사활동할 때 수고한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협조해주려는 사람도 있어 보람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봉사활동으로 거리 깨끗, 건강유지는 덤
봉사회는 60~70대로 구성됐지만, 주 연령대는 70대. 신규 회원보다는 기존 회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 여름 한 달, 영하 5도 이하의 겨울을 제외하고는 활동을 꾸준하게 지속한다.
활동 초반에는 인사동 일대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많아 거리를 깨끗이 하자는 캠페인을 했었다. 회원들은 말로 하는 홍보 보다는 직접 실천으로 옮기자고 입을 모았고 집게를 들고 거리로 나갔다. 일주일에 다섯 번 활동할 정도로 회원들의 열의가 대단했다. 청계천 일주일에 두 번, 센터로 두 번 나와 활동할 만큼 활동량이 많았다. 막상 회원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어도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무심코 담배꽁초를 버리기도 했다.
회원들은 주위 반응과는 상관없이 뚝심 있게 거리 청소를 지속해 나갔다. 그 결과 전보다는 쓰레기 줍는 양이 줄었다. 회원들 대부분은 건강이 좋아졌다고 느꼈으며 사람을 대할 때도 적극적이고 활발한 모습을 보이게 됐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무엇보다 회원들은 활동 참석률이 높고 회원들 간 관계가 돈독한 편이다. 힘든 일이 있으면 내 일처럼 돕고 두 달에 한 번씩 회식을 가지며 동료애를 다지고 있다.
조용숙(87) 어르신은 “봉사활동 덕분에 건강해진 것 같아 빠지지 않고 활동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활동했을 때만 해도 쓰레기 때문에 거리가 많이 지저분했다. 봉사회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탑골 공원 뒷골목도 전보다는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조은하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안국동 일대에서 봉사활동을 하시다가 지갑이나 분실물을 파출소 지구대에 맡기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것에 어르신들이 보람을 느낀다. 센터나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활동을 좋아하신다”고 덧붙였다.

봉사정신을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
일 년에 한 번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등축제가 열릴 때 회원들은 십시일반 모아 기부를 한다. 이번 달부터 두 달 간 회원들은 센터 내에서 급식 봉사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센터 내에서 환경정화 운동을 벌이는 모임은 탑골사랑봉사회가 유일하다. 모범적으로 꾸준히 활동을 지속해온 결과 3년 전 부터는 봉사단 성격을 벗어나 센터 내 동아리 형식으로 모임의 규모가 커졌다. 또 그 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서울복지센터에서는 2006년 탑골사랑봉사회에 ‘좋은 인연’ 상을 수여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임에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봉사회 초창기 때부터 활동해 온 김정자(76) 어르신은 “노인들이 활동하니까 별 소리를 다들었다. 담배꽁초 주워다 팔거냐, 활동하면 밥 주냐, 돈은 얼마 받냐는 식으로. 우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한다”고 밝혔다.
회원들은 탑골사랑봉사회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을 겸하고 있다. 김 어르신은 국가유공자 유족회 및 광복회 활동도 겸하고 있다. 주변에 봉사활동을 적극 권유하고 있지만, 해 보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김 어르신은 “젊은 학생들은 자기가 조금이라도 이익이 있어서 봉사활동 하지만, 노인들은 봉사 활동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한다. 앞으로 몸이 상하기 전까지 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글·사진/ 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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