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_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불안정하고 낮은 임금, 바우처를 통한 임금지급, 부정수급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을 함께 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 확보를 위해 보건복지부 앞에 모였다. 이들은 활동보조인들의 노동 조건 및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는 복지부동?
지난 8월 29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공공성 확립과 활동보조인 생활임금 보장 촉구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공동대책위가 주최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구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제도) 시행 7년 째, 여전히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의 노동 조건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고미숙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활동보조인들은 부정수급에 대한 의심이나 범죄경력조회 동의서 작성 등을 요구 받는다”며 “노동자로서 존경받으며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작년·재작년 요구사항을 비교해 봤는데, 그때와 지금의 요구안이 별반 차이 없이 동일하다”며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생계유지 어려워 떠나는 활동보조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활동보조인들의 불안정한 상태와 임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전덕규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보조인은 “휴가는커녕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며 “이처럼 매우 열악한 상황이지만 정부기관에서는 활동지원제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고 분개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의 수당 문제도 언급했다. 전 활동보조인은 올해 초, 서울지방노동청에 임금체불로 진정을 낸 상태다.
“근로기준법에서는 1년에 80% 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유급 휴가를 보장한다. 그러나 센터 입장에서는 활동보조인은 직종 특성상 휴가갈 수 없다고 하며 연차 수당을 지급하면 센터 운영 못 한다고 한다”고 꼬집 었다.
근로기준법에는 연차 수당 외에도 주유수당, 초과근무 수당 등이 있다. 전동규 활동보조인은 이 역시 활동보조인들에게는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센터에서 초과 근무수당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활동보조인의 근로시간을 208시간으로 제한한다”며 “근로시간을 제한하면 월급이 133만 원으로 2013년 3인 가구 최저 생계비정도”라고 말했다.
전덕규 활동보조인의 말에 따르면 근로 시간 제한 후 생계가 어려워 그만두는 활동보조인들도 속출하는 경우가 많다.
전 활동보조인은 “최근 바우처가 소폭 상승했지만, 장애인들의 입장에서는 자부담이 늘어난다”며 “장애인의 권리,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은 다른 권리임으로 예산이라는 잣대가 아닌 제도의 공공성을 기준으로 검토·판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호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인천지부 자립생활지원팀장 역시 활동보조인의 임금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서 제공기관별로 근무시간, 임금, 야간노동, 주말노동에 대한 평균치 자료제출 할 것을 지시받았다.
“조사해보니 우리 기관에서 일하는 활동보조인들이 한 달 평균 140시간을 일하고 월 90만 원의 임금을 받습니다. 최저임금을 넘는 것 같아 보이지만, 90만 원 안에는 야간노동과 주말노동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것과 같습니다.”
이 자립생활지원팀장은 “몇 년 전부터 문제 제기해 최근 보건복지부가 심야와 주말 단가를 평일의 약 1.5배로 올렸다”며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법정공휴일은 2.5배”라고 지적했다.

활동보조인은 누가 고용해야 하나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는 “공공성은 국가나 정부에서 책임지는 것”이라며 “활동보조서비스를 만든 것은 국가가 스스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박 부대표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대로 방치하면 노동을 지속할 수 없다”며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장애인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좋은 노동조건을 만들고, 활동보조인을 이용자가 아닌 국가가 고용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구범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부위원장도 공공성 문제에 대해 비난했다.
구 부위원장은 “몸이 아파 산재 신청을 해도 거절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또한 노동 시간이 많은 자들을 부정 수급 우려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만든 블랙리스트도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어 “질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직접 고용해야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직접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발언이 끝난 뒤, 차승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지부장과 조선주(활동보조인노동조합 소속)씨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차승희 지부장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있다면 그것은 제도를 훌륭하게 운영해서가 아니다”라며 “이용자가 불만을 참고, 노동자가 아등바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주 씨는 “활동보조인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노동자”라며 “활동보조를 통해 받는 임금으로 생활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들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보건복지부의 활동보조인 직접 고용 ▲바우처 통한 임금지급 방식 폐지 및 월급제 실시 ▲활동보조인 생활임금 지급 및 장애인의 생활시간 보장 ▲장애등급에 따른 서비스 이용제한과 본인부담금 폐지 등이다.

글·사진/정지영 기자

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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