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Ⅱ _ 기초연금

기초연금의 공약 후퇴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당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 했었다 그러나 지난 9월 26일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이와는 사실이 달랐다. 정부는 국민연금과 연계하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65세 노인 70%를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차등으로 10만~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회와 국민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그런 과정에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후퇴한 기초연금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생각일까 들었다.
정리/김인수 기자

노인들은 선거용 표가 아니다
김영희(79)

 
대통령이 선거 당시 분명 65세 모든 노인들에게 20만 원을 준다는 공약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모든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만 공약을 퍼 붓기만 한다. 그러고는 나 몰라라 하고 매번 은근슬쩍 넘어갔다.
대통령도 똑같이 거짓말쟁이 정치인으로 남지 않으려면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TV를 보면 대통령도 국회의원들과 마찬가지로 거짓말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이 새빨간 거짓말쟁이라며 매번 공격을 하고 여당 국회의원들은 이를 방어하는데 정력을 소모하고 있다. 청와대는 변명하느라 정신이 없는 꼴이다.
정작 정부에서 발표한 것은 대통령의 공약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65세 노인들에게 매월 20만 원씩 준다는 공약이 정부에서는 65세 노인 중 상위 30%를 제외한 노인들에게, 이것도 모두가 아닌 소득별로 차등을 두며 준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자인 대통령도 거짓말을 하는데, 어린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자랄 것인지 걱정이 된다.
정부에서는 복지공약에 쓸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렇다면 공약은 선거용 이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공약을 세울 때 재정 상태도 안보고 무조건 노인들 표만 얻기 위한 술수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노인들은 단순히 표가 아니다. 명심하길 바란다.

내가 맡겨둔 내 노후자금에 손 못 대
김영배(29·회사원)

 
요즘 기초연금 문제가 세상이 시끄럽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만 주어지는 복지로 처음에 나에게는 별로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물론 그래서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TV에서 연일 떠들어 대는 내용을 살펴보니, 왠지 모르게 우리 세대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마음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낸 세금을 가지고 왜 정부에서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는지….
게다가 기초연금을 왜 국민연금과 연계해 국민연금을 많이 붓는 우리가 손해를 봐야 하는지 분통이 터졌다.
국민연금은 내 노후를 위해 잠시 맡겨두는 나를 위한 복지자금이다. 그런데 내 돈을 내 허락도 받지 않고 정부에서 맘대로 주물럭거리는지, 화가 날 뿐이다.
이런 문제로 보건복지부 장관도 사의를 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의 불화설로 사직을 했다는 보도도 있다. 사의를 표한 전직 복지부 장관은 양심이 허락치 않았다고 했다.
내용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장관이 국민의 뜻을 저버릴 수 없어 사의를 표했다고 볼 수 있다.
장관까지 사퇴한 이 마당에 정부는 무엇을 꽁꽁 숨기려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정말로 시민단체와 야당에서 말하듯이 국민을 우롱한 것인가? 내가 맡겨둔 내 노후 자금에 손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내가 낸 세금 정부 쌈짓돈 돼선 안 돼
 
강종원(51·회사원)
기초연금 문제를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장관이 퇴진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이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대선에서 당락을 결정할 만큼 중요했던 공약을 헌신짝 내팽기듯 하는 것을 보면서….
이뿐만이 아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교육도 동시다발적으로 시행이 불투명하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기로 했던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겠다는 발상은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간의 의구심은 국민연금을 오랫동안 가입하는 사람이 손해 보는 구조라는 것.
그러나 정부는 부정하고 나선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보탠 총액을 따지면 당연히 많다.
사실 국민연금은 국가가 강제로 가입시키는 강제저축이다. 형편상 가입하고 싶지 않아도 가입해야 한다. 국민의 불만은 여기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내는 막대한 자금은 정부의 쌈짓돈이 돼 돈의 주인인 국민은 때로 도외시된다.
국민이 국가에 맡겨놓은 돈을 국가는 마치 세금 쓰듯 하는 것이다. 이러니 국민연금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또 있다.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20만 원을 주긴 주어야 하는데 꼼수를 부리려다보니 지금의 절름발이 같은 이상한 기초연금제도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돈이 아니라 거짓말이 문제

권영오(51·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기초연금 관련 조항이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정치인의 말이었으니 진실 여부를 따지는 것조차 우습지만, 그래도 미소 띤 얼굴로 원칙과 약속을 강조하던 장면을 보며 희망을 부풀렸던 노인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닐 것이다.
웃기는 것은 아무도 돈 달라고 떼 쓴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나서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대통령이 되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입을 싹 닦아버렸다.
지금 대한민국의 많은 노인들이 불법다단계판매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꼬깃꼬깃 숨겨뒀던 쌈짓돈까지 날리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처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단계판매업체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미비한 노인복지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양의 노인들이 백발을 휘날리며 여행을 다니는 등 한가로운 여생을 보내는 동안, 한국의 노인들은 어떻게든 입에 풀칠이라도 해보려고 이곳저곳 돈이 된다는 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시간이 가면 당연히 피해자는 나오게 돼 있고, 노인들의 등을 친 젊은 사기단은 사라지게 돼 있다. 이 모든 것은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덮어씌우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를 불신하게 만든 데 대해서는 분명히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까짓 20만 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산다. 그렇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라는 대통령의 약속이 ‘그냥 한 번 해 본 말’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그래서 실망스럽고 더는 희망이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

公約이 空約으로 끝날 경우 국민 심판 받을 것

 
이경우(44·회사원)
정부는 국민연금을 충실히 내는 미래세대들에게 기초연금의 손해가 전혀 없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에서는 24년 후에는 현재의 최대 2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반토막 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20년 후에는 현재의 반값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초연금 기준액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경우 이렇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최근 기초연금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기초연금액을 시행 당시만 국민연금 A값의 10%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하고, 이후에는 연금 수급 2년 전 연도 대비 전년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물가상승률’ 만큼만 더 지급하겠다고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20년 후인 2034년이 되면 국민연금 A값 연동방식의 절반수준(49.6%)에도 못 미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연금 A값의 5%만 주게 되는 셈이다. 심지어 2060년에는 국민연금 A값 연동방식의 기초연금액 대비 30%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말로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실과 다른 것인지 정부는 명확한 답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이는 분명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公約이 空約으로 끝날 경우 분명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점차 지킬 것” 믿으라고?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배경화(37·간호사)
대한민국의 한 일원으로서 대한민국 정부가 밉다. 젊은 직장인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가진 자들에게는 베푸는 정부가 못 가진 자들에게는 왜 베풀지 못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초연금은 직장인들의 노후 자금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가 열심히 저축한 국민연금과 노후를 위해 붓고 있는 세금을 정부에서는 우리의 말도 안 듣고 자기들 멋대로 유용을 하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또 왜 뻔한 거짓말을 하는지. 야당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에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며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을 지키라고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여당에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국민들은 누구의 말을 믿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중요성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 자기가 받을 돈을 받지 못한다는데 화가 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자신의 노후를 위해 저축한 돈을…. 마치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들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는 돈이 없어 점차적으로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믿으라는 것인가? 국민들이 가장 불신하는 곳이 정치인들이 있는 곳이다.
정말 돈이 없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는 부자감세 정책 철회만 해도 재원은 충분히 마련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내 주변에는 없는 우리를 무시하고 내팽개치는 대한민국을 떠나 정말 국민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로 이민 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민국은 있는 자들의 나라이기 때문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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